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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흘리는 신동엽

신동엽의 모습을 되찾은 신동엽을 만났다. 여인 신동엽, 노인 신동엽, 그리고 피에로 신동엽.

프로필 by ELLE 2013.11.18

 

화이트 드레스 셔츠는 Alnis. 그레이 숄 카라 가디건은 A/X.

 

 

 

 

스트라이프 셔츠, 그린 실크 타이, 그레이 웨이스트 재킷은 모두 Sciamat by Boon the shop Classic. 팬츠는 Metrico by Boon the shop Classic. 페도라는 Anthonypeto by Boon the shop Classic. 골드 시계는 Karl Lagerfeld.

 

 

 

 

스트라이프 셔츠, 그린 실크 타이, 그레이 웨이스트 베스트는 모두 Sciamat by Boon the shop Classic. 팬츠는 Metrico by Boon the shop Classic. 브라운 롱 코트는 Boglioli by Boon the shop Classic. 체크 머플러는 Malo by Boon the shop Classic. 브라운 슈즈는 Jalan Sriwijaya by Unipair.

 

 

 

 

빈티지한 블루 플리츠 톱, 진주 목걸이, 호피 울 모자는 모두 Jamie & bell. 체인 회중 시계는 Tissot.

 

 

 

 

빈티지한 블루 플리츠 톱, 진주 목걸이는 모두 Jamie & bell.

 

 

 

 

화이트 드레스 셔츠는 Alnis. 그린 재킷은 Kwak Hyun Joo. 데님 팬츠는 Bike Repair Shop.

 

 

 

삶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불안한 거다.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되는 거다. 그냥 ‘본능적으로’  좋은 사람들을 자꾸 만나려고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거지.

 

신동엽을 ‘사냥’하기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였다. 몇 달 동안 줄기차게 담당 매니저에게 집착적으로 전화, 문자를 한 동시에 지인인 스타일리스트까지 총동원해 가면서 끝내 <엘르>의 카메라 앞에 세우는 일에 성공했다. 틈 없는 방송 스케줄을 비집고 겨우 얻어낸 시간이 세 시간 남짓. 좀처럼 매거진에서 보기 힘든 그를 요리하기 위해 사진가와 에디터는 머리를 맞댄 채 연구를 거듭했다. 촬영 날, 약속 시간에 맞춰 홀로 등장한 신동엽은 사진가 신디 셔먼의 촬영 스타일이 컨셉트란 걸 발견하고 잠시 “….” 여인, 노인, 심지어 피에로로 변신에 가까운 분장을 해야 한단 사실에 다시 또 “….”

 

22년간 야생에 가까운 험난한 방송국에서, 그것도 독보적인 진행자로 여러 차례 다른 정체성으로 살아온 그의 인생을 보여주고 싶단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피력한 뒤에서야 그가 메이크업 의자에 앉았다. ‘슛’에 들어가자 조금씩 몸이 풀렸는지 그 어떤 배우보다 열정적으로 연기에 임했고, ‘피에로’ 캐릭터를 연기하던 중 결국 눈물을 흘렸다. 신동엽에 대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와 아직까지 ‘잘 알 수 없는 이야기’가 현장 스태프의 마음을 어지럽게 일렁이게 한 가운데, 무사히 촬영을 마친 그는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이 진심이란 걸 증거처럼 보여주기라도 하듯 에디터를 술자리에 초대해 인터뷰를 허락했다.

 

생방송과 사진 촬영, 뭐가 더 편한가 생방송이 훨씬 편하다. 1시간~1시간 30분 정도만 촬영하면 되잖아.
오늘처럼 우수수 사람들이 헤어, 메이크업 하는 걸 지켜 보는 게 민망해서 그건 아니다. 내가 골프 치는 모습을 담겠다고 한 자선 프로그램에서 카메라 들고 필드에 왔었는데, 스윙을 잘 못 치다가도 카메라가 비추기만 하면 되게 잘했다(웃음).
타고난 방송 체질인데 왜 사진 촬영은 부담스러워 하나
방송은 분량이 정해져 있지만, 사진 촬영은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오늘은 달랐다. 포토그래퍼 신디 셔먼 작품 식이란 컨셉트가 명확하게 있었고 거기에 맞춰 연기하는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었다. 색다른 경험이라 좋았지.
사진 촬영할 때도 ‘대본’이 있어야 잘할 수 있는 거네 데뷔하고 나서 얼마 안 됐을 땐데 그땐 한창 스포츠 신문이 ‘붐’이었다. 어느 매체와 인터뷰할 때였는데, 사람들이 많은 카페 테이블에 앉아 포즈를 취하란 주문을 받았다. 겨우 기자한테 사정사정해서 아무도 없는 음침한 곳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멋있는 사람처럼 보이길 요구하는 촬영은 쑥스러워서 잘 못 한다. 반대로 개그맨들에게 항상 웃긴 표정으로 사진 찍어 달란 주문도 잘 못 맞춘다.

오늘 여인, 노인 그리고 피에로를 연기했다. 아까 피에로를 연기할 땐 눈물을 흘렸다 피에로를 생각하는데, 내 안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물밀 듯이 흘러 들어왔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난 뒤의 공허함, 무대 뒤에서 화장을 지우면서 지친 그 감정이 느껴지면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슬픈 건 아니었다. 오히려 최면에 걸린 듯 기분 좋았다.
슬픈 데 기쁜? 이런 경험 해본 적 있나
처음이지. 난 원래 진짜 슬픈 일이 있을 때도 눈물을 안 흘린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절대 안 운다. 엄마 돌아 가셨을 때도 사람들 앞이라서 아주 조금 흘렸나. 사기당하고 분통 터져서 자다가 벌떡 일어나 엉엉 운 적은 있다. 다 죽여 버리겠어 소리치면서(웃음). 오늘 이 경험은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테니까.
자다가 일어나서 울 만큼 큰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었나 시간이 약이지. 사실 내가(처음부터 그런 일을 벌어지게 만든) 나한테 화가 났던 건데, 그걸 인정하면 더 비참해질까 봐 상대방에게 그 화를 돌려서 낸 셈이다. 솔직해지니까 그게 보였다. 나한테 화가 났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 관대해지잖아. 단박에 용서하게 됐어(웃음). 물론 술도 스트레스를 푸는 데 한몫했다.

술 좋아하나 엄청 좋아하지. 친한 촬영 팀과 일 끝나면 술 한 잔씩 하고 헤어진다. 요즘 같은 가을은 낮술 먹기에 좋은 계절.
그 술친구 중 하나가 성시경? 인터넷에 ‘신동엽’을 검색했다가 압구정동 어딘가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단 글을 발견했다 나도 봤다. 압구정동이 아니라 남산 하얏트 호텔이었다. 세상 참 무섭다. 술에 완전히 취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누군가가 인터넷에 올렸더라. 내가 뭐라고 얘기했는지도 써놨더라. 다행히 ‘귀엽다’는 좋은 내용이었다(웃음).

요즘 <SNL>에서 ‘섹드립’ 물이 제대로 올랐더라 옛날부터 성(性)에 대해 솔직하고 관대하면 좋겠다고 많이 생각했다. 그래서 <남자 셋 여자 셋>처럼 콘돔, 피임 소재로 한 에피소드가 나오는 시트콤에도 출연한 거다. 사정상 못했지만, 원래 윤다훈이 맡았던 성인 시트콤 <세 친구>의 역할도 내가 하려던 거였다. <SNL>도 평소 친구들과 하던 야한 얘기를 방송에서 꺼내면서 ‘섹스’란 주제를 양지로 끌어올리는 데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참여하게 된 거다.

<SNL>을 준비할 땐 1970년대 영국에서 방영된 <베니 힐 쇼>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면서 꼭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했던 건 아니다. 참고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70년대에 영국에서 방영된 쇼지만 오늘날 국내 방송 심의에 걸리는 수위라서 참고조차 할 수 없단 얘기다. 섹스와 관련해 남녀의 미묘한 감정을 표현한 내용이 쇼에 포함돼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방송하기엔 살짝 수위가 높은 것들이 있다. 속상하고 안타깝다. 한국은 성에 관해 쉬쉬하는 문화가 있다. 공적인 장소에서 섹스 얘기를 하거나, 가족과 함께인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서 야한 농담 하는 걸 저급하다고 말하는데 사실 위선적인 행동 아닌가. 평소엔 음란한 얘기 많이 하잖아.
신동엽의 야한 얘기는 ‘더럽지’ 않고 유쾌하다 높은 전압이 흐르는 전깃줄이 여기 놓여 있다면 거기에 닿지 않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감전되지 않을 거리 정도만 아슬아슬하게 남겨 놓고 전깃줄 가까이 가는 걸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다. 선을 넘으면 다 죽는다. 꼭 시청자들과 게임을 하는 것 같다. 내 수위는 높은 곳에서 외줄타기 하는 사람의 아슬아슬한 상태다. 딱 거기까지만 가자는 게 내 수칙이다.

한국의 <SNL> 팀 스케줄은 아침 11시부터 모여서 대본 고치고 회의하고 리허설하고 또 대본 고치는 과정을 계속 반복한다. 기업으로 치면 신제품 출시 직전에 여러 가능성을 다 따져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건 좋아하겠지, 싫어하겠지 하면서 시청자의 반응을 예측해 보는 셈이지. 우리가 이 부분에서 시청자들이 빵 터질 걸로 생각했는데, 안 웃을 때가 있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웃음을 터트릴 때가 있다. 결국 얼마나 예측을 잘하고 실행에 옮기느냐 하는 싸움인 것 같다.
아무리 좋아하는 개그, 콩트라도 그런 과정이 줄기차게 이어지면 피곤하지 않나
전혀. 그게 제일 재밌다. 유쾌한 스트레스를 받는 거다.
최민수, 이영자, 손담비 등 <SNL>에 다녀간 게스트 리스트가 대단한데, 욕심나는 콩트 메이트가 있나
그런 건 없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하게 연기하는 게 좋다. 조금이라도 연기할 줄 아는 사람이 오면 수월한 점은 있다. 그렇게 따지면 게스트 없이 우리 크루끼리 연기하는 게 제일 맘 편하지. 근데 그건 재미가 없잖아. 원래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든, 연기를 해본 적 없는 사람이든 찾아오는 사람에 대한 기대치가 있는 거다. 익숙하지 않는 것에서 오는 어색한 연기를 보는 맛도 있고.

연애, 릴레이션십을 주제로 솔직하게 까발리는 JTBC의 <마녀사냥>도 반응이 남다르다 나 역시 <마녀사냥>에 출연하는 재미가 크다. 성시경과 허지웅 둘 다 아주 웃긴 사람들이다. (성)시경이는 원래 말도 잘했지만, 라디오 DJ를 오래한 덕분에 포인트를 안다. 허지웅도 영화 기자, 평론가 출신이라 달변가다. 근데 정말 둘 다 저질이다. (성)시경이는 단어라도 조심해서 사용하는데, 허지웅은…. 너무 저질이라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 게스트 중에서는 모델 (한)혜진이가 내숭 안 떨고 말해서 좋더라.
딸 지효가 일곱 살, 아들 규완이가 네 살이지? 아빠가 유명 스타인 것 아나 알긴 안다. 큰딸이 요즘 슬슬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알아보는 걸 눈치채곤 “아빠를 왜 사람들이 알아 봐?”라고 묻곤 한다(웃음). 갑자기 우리 딸 보고 싶네.

두 남매에겐 어떤 아빠 가끔 보니까 자상한 아빠(웃음).
두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으면 하나 딸은 요리사로 크면 좋겠다. 아들은 혼자 ‘벤처’ 사업 같은 걸 하면서 막 꼼지락거리면 좋겠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기자였던 대니얼 튜더가 쓴 신문 칼럼을 읽었는데, 영국인인 자기가 한국 사람들에게 명함을 건넬 때마다 어떤 눈빛을 읽었다는 거다. ‘현대, 삼성 같은 대기업 못 들어갔네’ 하는 그런 실망하는 눈빛 있잖아. 나는 대기업만 인정하는 그런 문화가 별로인 것 같다. 점점 더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아, 사람은 상처, 결핍이 있어야 뭐든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는 어떻게 우리 애들에게 상처나 결핍 만들어줄까 그 생각한다.

20년 넘게 방송한 신동엽도 창의적인 편 아닌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왔을 뿐이다. 방송할 때마다 순간순간 충실하게 준비한 게 전부지 그 외에 특별한 자기관리는 하지 않는다. 거창하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내가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보인다는 생각으로 방송에 임했을 뿐이다.
앞으로 삶의 방향은
삶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불안한 거다.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되는 거다. ‘본능적으로’ 좋은 사람들을 자꾸 만나려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거지. 재밌는 것 하나 알려줄까? 원래 진실은 밋밋한 거다. 맛이 없지. 그러니까 자꾸 미화시켜 어떤 의미를 의도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거다. 상품성이 생기니깐. 예를 들어 내가 지금 MC를 맡고 있는 <마녀사냥>을 2~3년 하잖아. 그 뒤에 만난 ‘인터뷰어’의 질문은 분명 ‘제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뭘까다. 내가 그 대답에 정확하게 답변해 주자면 ‘없다’일 거다. 난 방송 23년째 하면서 기억에 남는 스토리가 없다. 제일 힘들 때가 그걸 억지로 만들어야 할 때다. 나는 삶의 목적이 딱 하나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그것 외엔 아무것도 없다. 즐거움이 배제된 나? 아무것도 아니다.

 

Credit

  • EDITOR 김나래
  • PHOTO 유영구
  • DESIGN 하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