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
이무생의 순정
"저를 찾고 싶어서 연기해요." 고요하고 담담한 얼굴로 늘 사랑 앞에 용감해지는 남자. 이무생이 가장 대담해지는 순간.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이무생, ‘무성하게 살아라’는 의미의 이름이 참 멋집니다
할아버지가 지어주셨어요. 무성하게 잘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름에 따르려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행복합니다.

셔츠와 팬츠, 타이, 로퍼는 모두 Bottega Veneta.
별명도 멋집니다. 여전히 <부부의 세계>에서 존재만으로도 의지되는 남자 김윤기를 연기하고 얻은 애칭 ‘이무생로랑’으로 불려요. 그전에는 어떤 별명이 있었나요
글쎄요. 무말랭이부터 시작해 무생채, 안녕히 주무세요 등 ‘무’자가 들어간 단어는 모두 별명이 됐던 것 같은데요. 제 이름을 좋아해서 그렇게 불러주는 것도 좋았어요. 그래도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이무생로랑’입니다(웃음).
최근 종영한 <마에스트라>의 유정재도 사랑하는 상대에게 무한 지지를 보내는 존재였어요. 김윤기와 차이점이라면 음악이 최우선인 차세음(이영애)을 향한 집착과 순애보의 경계에 서 있다는 점이겠죠. 그 균형을 지키며 시청자에게 사랑받기란 꽤 어려웠겠습니다
집착이 순정으로 설득되는 그 지점을 작가님과 감독님이 다분히 의도했어요. 저도 집착적으로 보일 수 있는 면을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했고, 필요 이상으로 과격한 행동에 수위 조절도 했고요. ‘유정재가 저렇게 행동하는 건 분명 이유가 있겠지’ 하고 보는 분들의 머릿속에 물음표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였달까요.

셔츠와 팬츠, 타이, 로퍼는 모두 Bottega Veneta.
집요한 마음 때문에 웹 소설 남자주인공에게 주로 일컫는 표현인 ‘집착광공’의 현실판이라는 말도 들었죠. 평소 부드러운 표정의 당신과는 꽤 거리가 먼 캐릭터인 것 같은데, 그럼에도 유정재에게서 자신을 발견했나요
어떻게 하면 20년 동안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을 지켜올 수 있는지 생각해 봤어요. 순수에 대한 동경이 원천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릴 적에 누군가를 온 마음으로 사랑하던 마음, 자신의 순정을 되찾고 싶었겠죠. 저 역시 이번 작품을 하면서 같은 감정을 느꼈습니다. 연기에 그런 동경을 갖고 있거든요. 초심이랄지, 그런 태초의 감정을 끝까지 지키고 싶어요. 세월이 흘러도 그 끈을 절대 놓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죠.
실제로도 무언가를 사랑할 때 집착이 강해지나요
아뇨. 저는 무난한 사람이에요. 호불호도 많지 않고. 그러다가 하나에 꽂히면 확실히 집요해지는 구석이 있는데, 제3자에게는 그것이 집착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는데요.
그 모습에 호기심이 생깁니다. 일상에서 가장 집요해지는 순간을 꼽아본다면
동네 뒷산을 올라요. 오르막길은 내달리고 내리막길은 천천히 걷는데, 쉬지 않고 완주하면 딱 30분 걸리죠. 첫날에는 힘들어서 실패했는데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다음 날, 그 다음 날도 계속 올랐어요. 그런 성취에 집착이 좀 생겼던 것 같아요.

데님 재킷은 Golden Goose. 팬츠는 Wooyoungmi. 타이와 셔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 30분 동안 무슨 생각을 하나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요. 헐떡이며 뛰는 순간과 숨을 고르는 시간이 어떻게 보면 삶에서 가장 평온한 순간이 아닐까 싶은데, 그걸 지키는 것일지도 몰라요. 저는 명상을 달리면서 하는 것 같아요.
김희애와 이영애, 곧 공개될 <하이드>의 이보영 등 선배 여성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왔어요. <마에스트라> 이영애와의 호흡에서는 어떤 에너지를 얻었나요
지휘하랴 연기하랴 연주하랴, 이번 작품에서 미션이 많았던 걸로 기억해요. 현장에서는 전혀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셨죠. 늘 웃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스태프와 배우들을 편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분이에요. 그래서 저는 현장 가는 게 즐거웠어요. 그렇게 프로다운 모습을 닮고 싶어요. 특히 늘 빵을 이것저것 챙겨주셨습니다(웃음).

셔츠와 스카프는 모두 Ami.
<부부의 세계> <서른, 아홉> <마에스트라>를 포함해 멜로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악인으로서 넓은 스펙트럼을 연기해 왔습니다. 가정 폭력을 일삼는 남편부터 사이코패스, 최근작 <노량>의 왜군 선봉장이나 <시민덕희>의 보이스피싱 총책도 마찬가지고요. 스스로 잘하고 싶은 모습과 사랑받는 모습에 차이가 있다고 느끼나요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악역이든 선역이든 그냥 그 역할로 그럴싸하다고 느껴지게 만드는 과정이 좋을 뿐이에요. 인물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지점을 잘 찾아내 표현하는 일이 우선이지 그 차이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예요. 요즘 제 악역 모습도 꽤 사랑해 주시는 것 같고요.
그럼에도 가장 도전이었던 캐릭터는
아무래도 <더 글로리>의 강영천이죠. 그때 많이 힘들었어요.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만….
지금 마주한 얼굴과 너무 달라서 ‘그’를 잠시 잊었네요(웃음). 철창 사이로 피해자의 가족 앞에서 사죄하는 척 웃음을 참는 연기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자신을 살린 의사를 살해한, 밑도 끝도 없는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에 도저히 그를 이해할 방법이 없었죠. 나름의 레퍼런스를 찾고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지만. 전에도 비슷한 역할을 했을 때 꽤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더 글로리> 때는 오히려 감정적인 부분을 배제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몰입하다 보면 마음이 너무 힘든데, 과연 그게 연기에 도움이 될지 의문스럽더군요. 그래서 준비를 ‘딥’하게 하기보단 현장에서 느껴지는 대로 교감하고 표출해 보자고 마음먹었더니 훨씬 수월했어요. 물론 그 장면을 찍고 나서 후폭풍은 비슷했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배우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측면이고, 영천은 주인공 행동의 어떤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역할이기도 했으니까요.

트렌치코트는 Noir Larmes. 니트와 팬츠는 모두 Dolce & Gabbana. 슈즈는 Ami.
피해자 앞에서 가차없이 잔인해지는 보이스피싱 총책으로 또다시 빌런을 연기한 <시민덕희>도 마침내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했습니다
욕을 많이 먹는 역할이고, 당연히 그래야 되는 캐릭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인사를 할 때마다 손뼉을 쳐주세요. 귀여운 머리띠도 챙겨주시고요. 영화를 잘 즐겨주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2006년 데뷔 이후 18년간 이 길을 걸어왔습니다. 타인의 기준에선 느리게 보일 수 있는 걸음걸이가 스스로 어떻게 느껴졌나요
어릴 적부터 늘 ‘텔레비전에 내가 나오면 정말 좋겠네’ 노래를 불렀어요. 그래서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제 속도가 아닌 타인의 속도로 걸었다면 결국 넘어졌겠죠. 근데 저는 아직 넘어진 적은 없는 것 같거든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저만의 속도라 지금껏 잘 달려온 것 같아요.
경주마보다 마라토너에 가깝네요
그런 것 같아요. 그랬으면 좋겠고요. 앞으로는 조금 두렵습니다(웃음). 많이 넘어지겠죠. 좀 더 험준하고 큰 산과 마주한 느낌입니다.

재킷은 Wooyoungmi. 슬리브리스는 Heute. 셔츠는 Allsaints. 팬츠는 Palm Angels.
사랑받는 요즘이지만, 이런저런 걱정도 있나 봐요
작품을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충만해요. 하루하루가 소중하죠. 그러다 갑자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기가 왔을 때 어딘지 공허한 느낌을 받을 것 같았어요. 그러니 행복에 심취해 있기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되 현실에 집중하려 합니다. 저는 자신을 찾고 싶어서 연기를 하거든요.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역할에 그 생각을 어떻게 투영할 것인지 알기 위해 늘 집중해요. 저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연기는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될까요
스스로 집중해 만들어낸 것들을 현장에서 나누는 일이잖아요. 제 생각, 저 자신을 상대 배우와 스태프들과 공유하는 일이고요. 제가 가진 것과 남의 것들이 부닥쳤을 때 튀기는 ‘스파크’를 느끼는 과정이죠. 잘 부딪히려면 제게 귀를 잘 기울여야 해요. 수박 겉핥기처럼 하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경우가 태반이에요(웃음). 차근차근 잘 다져진 ‘내 것’을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잘 이해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하는 것, 그 과정이 참 매력적입니다.

레더 재킷은 Loewe. 슬리브리스는 Bottega Veneta. 데님 팬츠는 Nuakle. 앵클부츠는 Saint Laurent. 네크리스와 링은 모두 Chrome Hearts. 벨트는 Numbering.
천생 배우네요. 처음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던 고등학교 3학년, 스스로 믿음이 있었나요
확신이나 믿음은 없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없고요. 하지만 그만큼 애정이 큰 자리를 차지하죠. 요즘은 확신보다 본능을 믿는 편입니다. 본능에 충실했든, 차선을 택했든 결과적으로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 있어요. 그렇다면 본능에 충실하고 싶은 거죠. 이 본능, 이 일을 좋아하는 마음이 오래갔으면 좋겠어요.
<하이드>와 <경성크리처>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 작품들을 통해서는 또 어떤 본능을 발휘해 볼까요
제목처럼 <하이드>의 차성재는 ‘사라지는 남자’예요. 사라지는 남자라는 역할은 제게도 분명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그렇게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경성크리처> 시즌2에서는 액션을 펼칩니다!
Credit
- 에디터 전혜진
- 사진가 이준경
- 스타일리스트 최진영
- 헤어 스타일리스트 하영
- 메이크업 아티스트 지원
-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2025 가을 필수템 총정리
점점 짧아지는 가을, 아쉬움 없이 누리려면 체크하세요.
이 기사도 흥미로우실 거예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엘르의 최신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