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섬유 디자이너가 향신료를 만든 이유

캐나다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가장 주목받은 그 작품

프로필 by 차민주 2024.01.30
캐나다에서 가장 큰 디자인 축제 중 하나인 Design TO 페스티벌이 지난 19일부터 28일까지 열렸습니다. 10일 동안 500개가 넘는 #DesignTO24 해시태그 게시물이 올라올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죠.
 
다양한 출품작 중 축제 시작 이전부터 온라인 상에서 화제였던 작품이 있답니다. 만두 피 같은 투명한 오브제에 흩뿌려진 색색의 가루들. 대체 이 작품은 무엇일까요?
 
 

실험실 출신 향신료?

해당 작품은 아티스트 마루 루킹(Malu Luecking)의 ‘땅에서 나지 않는 음식(Landless Food)’입니다. 9명의 캐나다 아티스트가 ‘기후 위기’를 주제로 선보인 예보(Forecast) 프로젝트의 일환인데요. 마루는 농업 식재료 보급이 점차 어려워져 2050년에는 음식 위기가 도래한다고 피력했어요. 그 대안으로 미래 식량이자 에너지 자원으로 꼽히는 미세조류 기반의 식재료를 만든 것이죠.

 
땅에서 생산되지 않는 세 가지 맛의 향신료. 마루는 은은한 쓴 맛이 나는 두날리엘라 살리나, 게 맛과 소금 향으로 감칠맛 나는 로도모나스 살리나, 그리고 짭조름한 생선 맛의 테트라셀미스 추이를 작품에 사용했습니다.
 
마치 실험실 재료를 접시에 올려놓은 듯한 이미지죠? 다소 위화감이 느껴지는 그의 작품은 단숨에 업계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Design TO 축제를 홍보하는 대부분의 기사가 수많은 출품작 중 마루의 작품을 섬네일로 사용했을 정도죠.
 
 

식품의 미래를 고민하는 섬유 디자이너

이쯤 되면 아티스트 마루 루킹의 이력이 궁금해지는데요. 글로벌 패션계 유명인사들이 다닌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독특하게도 바이오 디자인을 전공한 섬유 디자이너입니다. 생명과학과 관련 있는 디자인을 공부하며 자연스럽게 바이오 식품에까지 관심사를 넓힌 듯해요. 그래서인지 이번 디자인에서 차세대 바이오 연료인 미세조류를 활용한 마루 루킹. 여러분은 그의 향신료 중 몇 번째를 가장 맛보고 싶은가요?

Credit

  • 에디터 차민주
  • 사진 STUDIO MAL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