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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과 김강우, 닮지 않은 두 남자의 이야기

나약해 보이지만 묘한 영감을 가진 남자와 소탈해 보이지만 강하고 집요한 남자의 숨바꼭질. 쫓는 자와 쫓기는 자, 그 기준이 모호해진다. 영화 <사이코메트리>의 가상의 프리퀄로 들어선 배우 김강우, 김범의 누아르 무비 스틸.

프로필 by ELLE 2013.03.07

김강우의 네이비 코트는 Manmade Wooyoungmi. 브라운 셔츠는 Ermenegildo Zegna.

 

김범이 입은 디지털 프린트 셔츠는 Mauro Grifoni by 10 Corso Como Seoul. 블랙 라운드 니트 티셔츠는 Ami by 10 Corso Como Seoul.

 

브라운 패턴 수트는 Manmade Wooyoungmi. 블랙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려한 프린트의 실크 블루종은 Gucci. 블랙 슬랙스 팬츠는 Gunt by Product Seoul. 실버 브레이슬릿은 Jamie & Bell. 실버 링은 Marilyn Hitchcock Chic.

 

김범이 입은 베이지 컬러의 니트 소재 라이더 재킷은 Miharayasuhiro at MUE. 아방가르드한 슬랫 디테일이 인상적인 블랙 슬리브리스 셔츠는 Mugler at MUE. 글렌 체크 슬랙스 팬츠는 Dior Homme. 김강우의 네이비 재킷은 Dior Homme. 브라운 셔츠는 Ermenegildo Zegna. 팬츠는 Corneliani.

 

페이즐리 프린트의 후드 모즈 코트는 Dominic’s Way by Song Hye Myung. 블랙 슬랙스 팬츠는 Kris Van Assche by Koon. 화이트 셔츠는 Dior Homme. 실버 브레이슬릿과 링은 모두 Marilyn Hitchcock Chic.

 

레이어드한 레더 셔츠는 Iceberg by Je Ne Sais Quoi. 프린트 셔츠는 Drome by Artage. 블랙 팬츠는 Ermenegildo Zegna.

 

김범이 입은 언밸런스한 블랙 레더 재킷은 Rick Owens by 10 Corso Como Seoul. 블랙 니트 카디건은 Rick Owens. 김강우의 베이지 트렌치코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네이비 더블 재킷은 Dior Homme.


김범의 변검술
<엘르>와 7년 만이에요. 그 사이 행복했나요
행복한 적도 우울한 적도 있었고, 웃기도 울기도 했죠. 왜 울어요  사는 게 다 그렇지 않나요. 나쁜 일도 있고 울 일도 있고. 우여곡절이 있어 보인다기보다 활동이 좀 뜸한가 보다 했는데 열일곱 살에 <발칙한 여자들>로 데뷔한 후에 시트콤도 하고 드라마, 영화도 하고 그렇게 <에덴의 동쪽> <드림> <꽃보다 남자> <비상>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까지 한 5~6년 동안 일주일 이상 연이어 쉰 적이 없었어요.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1년 반이나 될지 몰랐죠. 처음엔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일상적인 걸 채우기 위해 가진 시간이었군요 휴식 시간이 제겐 큰 터닝 포인트였어요. 한 번쯤 뒤돌아보는 계기도 됐고요. 정신 없이 찍기만 했지 본 작품이 별로 없어서 뒤늦게 모니터도 했고요. 연기를 이렇게 했네, 후회하기도 하고 지금과는 다른 얼굴을 보면서 저 땐 저랬구나,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그러다 <빠담빠담>을 만난 거네요 노희경 작가님 작품을 해보고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찾아주셨어요. 작품을 하면서 배우보단 한 사람으로서 작가님의 이야기를 가슴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요. 가치관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무엇보다 밝아진 것 같아요. ‘기적이 하늘이 갈라지고 땅이 꺼지고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게 아니라, 사람 사는 데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 기적은 일어날 수 있고 우리가 이렇게 만나서 얘기하는 것조차 기적이 될 수 있다’는 대사가 있었는데 공백기의 공허함을 경험해서인지 더 소중하게 와 닿더라고요. 당시 살이 쏙 빠졌었죠 초반엔 욕심부려서 15~16kg 정도 뺀 것 같아요. 두 달 만엔가.그때 빠진 살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건가요 아뇨.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촬영 초입엔 다시 쪘다가 운동하면서 좀 다듬어진 것 같아요. <사이코메트리>의 시나리오는 어땠나요 처음 봤을 때 <빠담빠담>에서 제가 맡았던 천사 역할과 비슷하게 다가왔어요. 사이코메트리스트라는 초능력자. 표현하기에 따라 새롭게 만들어볼 수 있겠다 싶어서 공부해 보자는 마음으로 도전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막막했죠. 이걸 도대체 어떻게 표현할 것이며, 그렇다고 너무 허구적으로 보여서도 안 되니까요. 경련을 일으킨다거나 한꺼번에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신들이 많아 리허설을 굉장히 오래한 대신 테이크는 한두 번에 끝낼 수 있게 감독님이 배려해 주셨죠. 중간중간 생기는 역할에 대한 물음표는 김강우 선배의 도움이 컸고요. 어떤 장르 영화에 관심이 많나요 스릴러를 굉장히 좋아해요. 소설도 많이 보고 지금 쓰고 있는 시나리오도 스릴러예요. 먼 훗날의 일이겠지만 연출가의 꿈도 있고요. 시나리오를 쓴다고요 3년째 쓰고 있어요. 두 가지인데, 아니 사실 세 종류를 번갈아 쓰다가 하나는 멜로라 바로 덮어버렸어요. 연애를 안 해서 도저히 쓸 수 없더라고요. <사이코메트리> 촬영 직후에 중국에서 100일 정도 체류했는데 말이 안 통하니 딱히 할 게 없더라고요. 그 시기에 <사이코메트리 2>를 써봤어요. 제작사 대표님과 PD 형에게 대략의 구성을 얘기했더니 1편 흥행하면 계약하자며 구두로만. 하하. 공백기 다음 스텝부터 남자 파트너와의 호흡이 늘었어요 본의 아니게도. 저도 시청자들도 달달한 멜로를 하는 배우 김범을 원하시곤 하는데 아직 그런 작품을 못 만난 것 같아요. 사실 성향상 멜로를 잘 못해요. 손발 오그라드는 걸 못하는 성격이라. 남자 친구가 많아요, 여자 친구가 많아요 남자 친구가 훨씬 많죠. 여자는 거의 스태프들. 여자들을 불러모으는 외모인데 의외로 마초적인 뉘앙스도 있어요 오히려 ‘그쪽’에 가까워요. 부드럽다기보다 직설적이고요. 선의의 거짓말, 아닌 걸 맞다고 얘기하지 못하는 성격이죠. 요즘 들어 어떤 인간, 어떤 남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하곤 하나요 일을 시작할 땐 허무맹랑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할리우드에서 어떤 감독과 어떤 배우와 연기하고 싶다는. 활동을 하다 보니까 주위에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 생겨나고 이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줄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그러죠.


김강우의 페이스 오프
최근 인터뷰를 많이 했어요.
그만큼 작품 수가 많았다는 뜻일 테고 생각을 다져 나가는 시간을 꽤 가졌을 것 같아요 혼자 생각하는 거랑 질문을 받은 후 인생이나 작품을 정리하는 건 다른 차원이고, 다시 생각할 기회예요. 새로 들어가는 작품에 대한 정의, 전작에도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거죠. <사이코메트리>는 지난 2년간, 바쁜 일정의 정점에서 촬영한 걸로 알고 있어요 왜 그럴 때 있잖아요. 투지에 불탈 때. 그런 느낌이 가득 고였을 때 촬영한 작품이죠. 제작 여건이 썩 좋진 않았어요. 기존 장르와 달라서 힘든 부분도 있었고요. 원제가 <미라클>이었어요. 타이틀이 <사이코메트리>로 바뀌면서 장르적 색채가 강해진 느낌인데요 좀 걱정되는 게 그 부분이에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인간적인 이야기거든요. 관객들이 하드코어적인 영화로 오해할까 봐 우려스럽죠. 제목도 생소하고 억양 자체가 세잖아요. 반면 후반부로 갈수록 따뜻한 면도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김강우라는 배우는 왠지 중력에 지배되는 인물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뭔가 허술하질 않잖아요 나이 들면서 점점 달라지는 것 같아요. 여유도 생기고. 그 전까지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났던 것 같아요. 아이도 낳고 결혼도 하면서 허점 아닌 허점, 인간적인 면이 조금씩 부각되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엔 일 얘기밖에 할 줄 몰랐고, 재밌게 사는 사람도 아니었어요. 일과 생활을 정확히 분리하나요 예전에 그랬죠. 지금은 분리하려고 해도 잘 안 돼요. 현실에 가까워졌다는 뜻인가요 제가 낯도 많이 가리고 사교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거든요. 작품 외에 다른 방식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 적이 없으니까 현실과 가깝지 못한 작품 속 이미지가 쌓이는 거겠죠. <두 남자의 거침없는 태국여행>이라는 책을 써서 그런지 강우 씨는 텍스트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상보다는 책을 선호할 것 같고 뭘 안 읽으면 불안한 스타일이에요. 책 읽을 때도 하나에 집중하기보단 장르가 다른 두세 가지 책들을 돌려가며 읽어요. 끝까지 보는 것도 있고 안 보는 것도 있고. 신문이나 잡지도 많이 보고요.
지적 허영이 강한가요 그냥 습관인 것 같아요. 좋아해요. 종이로 보는 걸 특히 좋아하죠. 디지털보단 아날로그? 그래도 노력은 해요. 따라가야 하니까. 아이패드도 일부러 사용해 보고 그러죠. 전 좀 느린 편이거든요. 아마 스마트폰도 주변에서 제가 가장 늦게 샀을 거예요. <엘르> 2월호에 나온 한혜진 씨 인터뷰를 보니 언니인 강우 씨 부인 얘기가 언급되더라고요. 어머니가 배우라는 직업을 높이 평가해서 형부를 섬기며 살라고 말씀하셨다는데, 섬김을 받으며 사나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하하. 어머니가 배우에게 좋은 이미지를 가진 건 혜진 씨가 잘 닦아놓은 덕을 본 거죠. 저흰 오래 연애하면서 신뢰가 쌓인 케이스예요. <아빠 어디가>라는 예능 프로그램 본 적 있나요. 커리어는 훌륭한 아빠들이지만 하나같이 아이를 케어해 본 적 없는 것처럼 날것 느낌이 들더라고요. 강우 씨는 어때요 애는 당연히 예뻐요. 근데 남자는 아무리 가정적이라고 해도 여자 품에서 태어나 여자 품에서 죽는 존재예요. 전 그걸 느껴요. 아무리 큰소리 치고 잘난 척해봤자 결정적인 순간엔 엄마를, 여자를 찾을 수밖에 없어요. 사실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 낯설 수밖에 없는 거예요. 낯설게 대하는군요 제 나름대론 진지하게 대하죠(웃음).

 

 

Credit

  • EDITOR 채은미
  • PHOTO 안주영
  • DESIGN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