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네오고딕 양식과 멤피스 디자인의 조화, 마테오 툰의 저택

네오고딕 양식과 파괴적인 멤피스 디자인이 극적으로 공존하는 마테오 툰의 베네치아 저택.

프로필 by 이경진 2023.10.27
침실 코너에 자리한 스튜디오에서 색연필로 작업 중인 집주인이자 건축가 마테오 툰. 수산네 툰이 디자인하고 포르테 이탈리아(Porte Italia)에서 제작한 옷장. 벽에는 한스 베버 티롤(Hans Weber-Tyrol)의 작품이 걸려 있다.

침실 코너에 자리한 스튜디오에서 색연필로 작업 중인 집주인이자 건축가 마테오 툰. 수산네 툰이 디자인하고 포르테 이탈리아(Porte Italia)에서 제작한 옷장. 벽에는 한스 베버 티롤(Hans Weber-Tyrol)의 작품이 걸려 있다.

 
수산네 · 마테오 툰 부부는 반려견 토니와 베네치아 차테레에 있는 네오고딕 양식의 건물 꼭대기 층에 산다.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완벽하게 보존된 테라초 바닥이 펼쳐진다. 건설현장 소장처럼 모든 공간을 방문하며 집을 골랐던 수산네가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처음 계약하려던 집은 베네치아 중심가 아파트였어요. 마지막으로 집을 둘러보다가 운하에서 올라오는 냄새 때문에 포기했어요. 
 
비사차(Bisazza)의 모자이크 타일로 덮인 테이블과 디렉터스 체어가 놓여 있는 야외 식사 공간. 가보로 물려받은 리차드 지노리의 앤티크 식기 세트를 놓았다. 유리컵은 얄리(Yali), 식기류는 케이앤인더스트리(Knindustrie).

비사차(Bisazza)의 모자이크 타일로 덮인 테이블과 디렉터스 체어가 놓여 있는 야외 식사 공간. 가보로 물려받은 리차드 지노리의 앤티크 식기 세트를 놓았다. 유리컵은 얄리(Yali), 식기류는 케이앤인더스트리(Knindustrie).

 
그 순간 세스티에레 도르소두로(Sestiere Dorsoduro)에 아파트 한 채가 매물로 나왔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지금 이 집이죠. 처음 본 날 곧바로 계약했어요.”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밀라노와 뮌헨에서 다학제적 연구로 국제적 명성이 자자한 마테오 툰(Matteo Thun)은 말했다. “저희에게 이곳은 베네치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이에요. 남향이라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고, 주데카 운하(Giudecca Canal)가 바다처럼 보이거든요. 게다가 건물조차 기둥을 촘촘히 세워 균열 하나 없었습니다. 오늘날 베네치아의 많은 건물이 이 같은 방식으로 지어졌는데, 진동 관련 문제를 피할 수 있어요.” 
 
거실의 창의적인 믹스매치. 데 파도바(De Padova)의 가죽 소파, 비토리오 보나치나(Vittorio Bonacina)가 제작한 마리오 크리스티아니(Mario Christiani)의 빈티지 데이베드, 페르난도 오리올(Fernando Oriol)의 플로어 램프, 세구소의 빈티지 샹들리에. 프라텔리 레바지의 테이블 위에는 에토레 소트사스와 마시모 미켈루치(Massimo Micheluzzi)가 디자인한 멤피스 밀라노의 유리 제품. 벽에는 프랑스 화가 발튀스의 작품이 걸려 있다.

거실의 창의적인 믹스매치. 데 파도바(De Padova)의 가죽 소파, 비토리오 보나치나(Vittorio Bonacina)가 제작한 마리오 크리스티아니(Mario Christiani)의 빈티지 데이베드, 페르난도 오리올(Fernando Oriol)의 플로어 램프, 세구소의 빈티지 샹들리에. 프라텔리 레바지의 테이블 위에는 에토레 소트사스와 마시모 미켈루치(Massimo Micheluzzi)가 디자인한 멤피스 밀라노의 유리 제품. 벽에는 프랑스 화가 발튀스의 작품이 걸려 있다.

 
두 사람은 석호가 내려다보이는, 창문이 많은 3개의 응접실을 하나의 리빙 룸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오리지널 상감기법에 파케이(Parquet: 쪽모이 세공을 한 마루) 스타일의 마룻바닥 위에 멤피스를 위해 디자인한 에토레 소트사스의 콘솔을 놓았다. 
 
마르티노 감페르(Martino Gamper)가 디자인한 맞춤형 식탁과 제노바 인근의 작은 공방 프라텔리 레바지(Fratelli Levaggi)가 키아바리(Chiavari) 시의 전통 의자에서 모티프를 얻어 제작한 의자. 벽에는 다니엘레 밍가르도(Daniele Mingardo)의 황동 벽등이 걸려 있다.

마르티노 감페르(Martino Gamper)가 디자인한 맞춤형 식탁과 제노바 인근의 작은 공방 프라텔리 레바지(Fratelli Levaggi)가 키아바리(Chiavari) 시의 전통 의자에서 모티프를 얻어 제작한 의자. 벽에는 다니엘레 밍가르도(Daniele Mingardo)의 황동 벽등이 걸려 있다.

 
거실에는 타피오 비르칼라가 베니니를 위해 디자인한 유리공예 작품들이 프랑코 알비니의 책장 위에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부의 집은 다양한 가구와 수집품, 패브릭 제품들, 다양한 시대와 스타일의 예술 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툰은 이 공간을 제각각 소리를 내는 악기들이 하모니를 이루는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과 같다고 말한다. “아내와 제 스타일, 취향이 잘 섞여 있어요.” 이 집은 캐주얼하고 친밀한 거주지일 뿐 아니라 이곳을 들르는 친구들에게 열려 있다. 14명의 게스트가 함께 앉을 수 있는 마르티노 감페르(Martino Gamper)의 맞춤형 식탁이 있고,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 나갈 수도 있다. 
 
식탁과 빈티지 샹들리에, 프라텔리 레바지의 키아바리 의자들이 놓인 주방의 한 장면. 마테오 툰이 디자인한 멤피스 밀라노의 센터피스 ‘카리바(Kariba)’에는 레몬이 가득 들어 있다. 벽면의 금색 선반에는 밀라노 레르바볼리오(L'Erbavoglio)의 꽃을 두었다.

식탁과 빈티지 샹들리에, 프라텔리 레바지의 키아바리 의자들이 놓인 주방의 한 장면. 마테오 툰이 디자인한 멤피스 밀라노의 센터피스 ‘카리바(Kariba)’에는 레몬이 가득 들어 있다. 벽면의 금색 선반에는 밀라노 레르바볼리오(L'Erbavoglio)의 꽃을 두었다.

 
“우리와 베네치아를 끈끈하게 연결해 주는 접착제는 예술이에요. 여섯 살 때 부모님께서 처음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에 데려와준 것에 대해 아직도 큰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당시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이후로는 한 번도 잊은 적 없죠.” 각각 아티스트와 갤러리스트로 활동하는 두 아들 콘스탄틴과 레오폴드 역시 부부의 열정을 물려받았다. 
 
테라초 바닥재가 원형 그대로 완벽하게 보존된 입구. 알바로 배링턴(Alvaro Barrington)의 작품과 패브릭 브랜드 데다르(Dedar)의 벨벳 의자, 세르주 무이가 디자인한 천장 조명이 조화를 이룬다.

테라초 바닥재가 원형 그대로 완벽하게 보존된 입구. 알바로 배링턴(Alvaro Barrington)의 작품과 패브릭 브랜드 데다르(Dedar)의 벨벳 의자, 세르주 무이가 디자인한 천장 조명이 조화를 이룬다.

 
“저는 이탈리아 화가 파올로 베로네세의 주요 작품들이 이곳에서 100m 떨어진 산 세바스티아노 성당에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됐어요. 당시 어린 나이였던 파올로 베로네세는 천장과 성구실에 중요한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는 현대 회화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혁신적이었습니다. 우리는 무라노 섬의 카시노 모체니고(Casino Mocenigo)에 있는 그의 학교에서도 아름다운 프레스코화를 발견했는데요. 그곳은 우리 스튜디오의 프로젝트를 통해 호텔로 바뀔 예정이에요.” 베네치아 같이 복잡미묘한 도시에서 그가 어떻게 작업을 진행하는지 궁금해진다. 
 
마스터 침실. 키아라스텔라 카다나 침대보에 햇살이 내려앉은 모습.

마스터 침실. 키아라스텔라 카다나 침대보에 햇살이 내려앉은 모습.

 
“우선 관리감독자와 충분히 대화하고 관계를 맺는 일이 중요해요. 그들은 도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요. 다행스럽게도 말이죠.” 햇빛이 한결 부드러워진 오후, 마지막 컷을 촬영했다. 부부는 ‘메타마우코(Metamauco)’라는 이름이 쓰인 수상버스 ‘바포레토’를 가리키며 덧붙였다. “리도 섬으로 가는 수상버스예요. 1960년경 건축가 이냐치오 가르델라(Ignazio Gardella)의 프로젝트에 따라 지어진 베네치아의 다층 주거 건물인 라 카사 알레 차테레(La casa alle Zattere)는 현대건축의 중요한 랜드마크입니다. 이 도시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곳 중 하나죠.”
 
 거실 중앙에 유물처럼 자리하고 있는 에토레 소트사스의 타르타르 콘솔. 그의 다른 유리 작품 ‘니오베(Niobe)’, 마테오 툰의 세라믹 작품 ‘볼가(Volga)’는 모두 멤피스 밀라노 제품.

거실 중앙에 유물처럼 자리하고 있는 에토레 소트사스의 타르타르 콘솔. 그의 다른 유리 작품 ‘니오베(Niobe)’, 마테오 툰의 세라믹 작품 ‘볼가(Volga)’는 모두 멤피스 밀라노 제품.

 
프랑코 알비니(Franco Albini)가 디자인한 카시나의 책장 위에는 에토레 소트사스, 타피오 비르칼라(Tapio Wirkkala)와 마시모 미켈루치가 베니니를 위해 디자인한 무라노 유리 화병이 가득 장식돼 있다. 카차 도미니오니(Caccia Dominioni)의 빈티지 스몰 암체어들, 세구소의 샹들리에와 소파, 테이블, 카펫이 어우러진 공간.

프랑코 알비니(Franco Albini)가 디자인한 카시나의 책장 위에는 에토레 소트사스, 타피오 비르칼라(Tapio Wirkkala)와 마시모 미켈루치가 베니니를 위해 디자인한 무라노 유리 화병이 가득 장식돼 있다. 카차 도미니오니(Caccia Dominioni)의 빈티지 스몰 암체어들, 세구소의 샹들리에와 소파, 테이블, 카펫이 어우러진 공간.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사진가 Andrea Ferrari
  • 글 Francesca Benedetto
  • 아트 디자이너 이아람
  • 디지털 디자이너 장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