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게 최고야! 염혜란이 멋진 휴가를 떠났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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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게 최고야! 염혜란이 멋진 휴가를 떠났다

스스로를 구한 현남 씨가 멋진 휴가를 떠났다. <더글로리>로 또다시 활짝 핀 염혜란이 믿는 선함.

이마루 BY 이마루 2023.03.29
러플 드레스는 Yoori & Co. 이어링과 링은 모두 Stephen Webster.

러플 드레스는 Yoori & Co. 이어링과 링은 모두 Stephen Webster.

 
오늘 촬영은 행복한 휴가를 떠난 현남의 모습을 담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하늘도 보기 드물게 맑네요
만약 화보 촬영을 한다면 이런 느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잘 맞았나 봐요. 행복한 현남의 모습을 저도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촬영하면서 선아(최수인)도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모녀가 웃는 모습을 사람들이 못 봤으니까.
 
그러게 말이에요. 두 사람의 재회 장면이 끝까지 나오지 않더군요
어떤 분들은 선아는 영리하니까 엄마를 만나러 먼저 한국에 올 거라고 하더군요.
 
이처럼 수고한 자신에게 주는 보상이 있나요. 휴가나 나를 위한 선물 같은 것
한 작품 마치면 가까운 곳 이라도 여행을 다녀오려고 해요. 작품 속의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저만의 의식이죠. 그런 과정이 있어야 비워내고 채울 수 있는 것 같아서요. 일정상 여행을 못 간다면 혼자 조조 영화를 보든지, 차를 한잔 마시든지 그런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려 해요.
 
현남도 꽤 오래 전에 떠나보냈나요? 촬영일인 오늘을 기준으로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되고 첫 주말이 지났습니다
어제 파트2를 쭉 봤어요. 딱 한 번 봐서 그런지 너무 아쉽더라고요. 현남이라는 캐릭터를 많이 사랑해 주는 게 느껴져서 그건 정말 감사한데,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아요.
 
현남의 연기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는데도 정작 배우의 마음은 다르군요
현남은 워낙 다층적이고 다채로운 모습을 보이는 캐릭터니까요. 내가 극한까지 갔다 왔나? 다른 표현들은 더 없었나? 좀 더 낙차 있고 삐죽삐죽한 캐릭터면 폭이 더 넓어지지 않았을까. 그런 정답 없는 고민들이죠. 저에게는 근원적 질문이기도 하고요.
 
니트 톱은 Michael Michael Kors. 블랙 와이드 팬츠는 Giambattista Valli. 화이트 블로퍼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 톱은 Michael Michael Kors. 블랙 와이드 팬츠는 Giambattista Valli. 화이트 블로퍼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동은(송혜교)의 조력자가 되기 위해 배운 운전이 현남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줍니다. 실제 운전을 즐기나요
아뇨, 장롱면허예요. 운전면허를 딸 수 있는 나이가 되자마자 따서 20년 넘게 묵히다가 7년째 초보 운전이죠. 어떤 분이 운전을 하면 생활 반경이 넓어지고 자유로워질 거라고 말하더라고요. 동은이가 현남에게 차 키를 준 순간, 현남의 길이 넓어진 것처럼.
 
연진(임지연)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차에 올랐을 때 선아도 운전하는 엄마를 ‘멋있다’고 말해요
“엄마 개 멋있어. 우리 오빠들 노래 듣자!”고 하죠(웃음). 함께 바다에 가는 장면이 저희 둘이 실컷 웃는 유일한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촬영 당일 날씨도 좋았고요. 엄마가 운전하는 것을 처음 본 선아는 깜짝 놀랄 법 도 한데, 속 깊고 철든 딸이 갑자기 애기 같고 해맑게 그려져요. 그렇게 예상 범 위를 벗어나 인물을 묘사하는 게 김은숙 작가님 글의 매력 같아요. 나는 명랑 함을 잊고 살지만 이 아이의 명랑함은 지켜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절로 드는 장면이죠.
 
그 장면에서 나온 더 보이즈의 ‘Thrill ride’마저 화제가 됐어요. 멤버들도 언급하더라고요
어머, 정말요? 유명한 노래인가요? 이 노래가 꼭 나왔으면 좋겠다 하고 지정된 곡이었어요. 저작권 문제일 수도 있고요.
 
항상 인물의 전사 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한 적 있는데 현남의 전사는? 30대 후반인 동은과 나이 차가 엄청나게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현남의 어두움보다 행복했던 시절, 명랑함을 타고난 이 여자의 밝음에 대해 생각했어요. 현남은 파트2에서 웅크려 있다가 엄청난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기 시작하거든요. ‘현남의 성장기’라는 말 처럼 엄청난 변화를 겪어낸 여자가 이후에 어디를 향하게 될까, 전사보다 그 이후를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떤가요. 현남의 이후는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삶을 살겠죠. 큰 산을 하나 넘었으니 더 용감해질 테고. 좀 더 나답게, 말 그대로 두 발을 땅에 딛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스트라이프 셔츠는 Eudon Choi. 화이트 팬츠는 J. Alley. 샌들 힐은 8 by YOOX.

스트라이프 셔츠는 Eudon Choi. 화이트 팬츠는 J. Alley. 샌들 힐은 8 by YOOX.

 
선아 가족의 ‘케미’도 궁금합니다. 특히 이석재는 파트2에서 예상외의 활약을 펼칩니다
최수인 배우와는 〈아이 캔 스피크〉에서 만난 적 있어요. 위안부로 끌려간 나문희 선생님의 아역이었거든요. 그 후로 연기를 쉬다가 처음 하는 작품이라는데 너무 반갑더라고요. 성현 선배님은 정말 살아 있는 인물 같아요. 악역으로 그려지지만, 사실 안 아프게 때리는 기술을 갖고 있어요. 감정이 격해질 때조차요. 그것도 상대역으로서는 꽤 행복한 일이죠(웃음).
 
저는 현남이 석재를 보내며 “차디찬 바닷속에서 오래 오래 썩어가”라고 말해서 좋았어요. 하지만 또 석재의 사망 소식을 듣고 울 다가 웃다가 하기도 합니다. 석재의 죽음에 대한 현남의 마음을 어떻게 상상했나요
복수는 좋은 극적 소재예요. 현실에서 복수라는 건 너무 어렵고, 더구나 누구를 죽인다는 건 감당할 수 없는 일이죠. 이 작 품에서 복수가 굉장히 어려운 일로 그려져서 좋았어요. 가정 폭력 범이고 죽일 만한 인물이지만, 저는 현남이 처음부터 불행하게 결혼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남자를 떠나보낼 때는 대본에 쓰여 있던 것처럼 ‘울다가 웃다가 미친 년처럼 가슴이 미어지는 현남이’가 되는 거죠. 아무리 죽이고 싶었어도 10여 년을 같이 살았던 남편의 주검을 본다는 건 힘든 일 아닐까요.
 
맞는 장면과 상처 분장 또한 극적 요소로는 익숙하지만 그 과정을 소화하는 배우의 마음은 다를 것 같습니다
파트1에서는 제가 맞는 장면을 근접하게 촬영 한 것도 있었는데, 그게 동은의 시점으로 흘러가더군요. 아마 폭력 노출 빈도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있었던 것 같아요. 후반부로 갈수 록 석재의 죽음에 대한 당위성을 위해 수위가 점차 세졌죠. 저는 끝없이 멍 분장을 해요. 더 짙어진 멍, 조금 빠진 멍. 그러면 신기하게도 붓 터치가 아프게 느껴져요. 왜 이렇게 하나하나 누르는 게 아픈지. 저에게 멍은 현남이가 되게 해주는, 연기를 도와주는 장치죠.
 
〈더 글로리〉 파트2에는 여러 어머니상이 등장해요. 선아-현남뿐 아니라 동은 어머니(박지아), 주여정 어머니(김정영), 연진 어머니(윤다경)까지
너무 좋았어요. 지금까지 그려진 신화적 모성애에 대해 다들 지긋지긋함이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 작품에서는 쓰레기 같은 엄마도 있고, 왜곡된 사랑도 있고, 현남도 있고, 다양한 어머니상이 있죠. 그리고 저는 현남의 모성애가 무조건적이지만 오로지 모든 걸 딸을 위해 감내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현남이 우뚝 서면 서 우리 딸도 구하는, 딸과 내가 함께 성장하는 구도죠. 내 몸 하나 바쳐 너 를 구했다지만, 지나고 나니 나도 다른 사람이 돼 있네 같은.
 
블랙 셔츠는 Philipp Plein.

블랙 셔츠는 Philipp Plein.

 
현남은 동은에게 “사모님은 어릴 때 어떤 아이였을까?”라고 묻죠. 염혜란 씨는 어떤 아이였나요
똑같은 학생 중 하나로 묻히는 게 싫고, 다른 사람과 좀 다른 결정을 하고 싶던 마 음이 어릴 때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여자라서 안 돼’ 같은 말을 훨씬 많 이 들고 자랐으니까 그런 편견과 선입견을 가진 어른들에게 화가 나 있었죠. 제가 무슨 말을 할 때 딸이 “엄마, 그거 선입견이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항변하다가 깨달았죠. ‘와, 나도 저 말 진짜 많이 했는데.’
 
선한 사람의 이야기, 안쓰러움을 유발하는 캐릭터. 그런 이야기를 지루해하거나 ‘구질구질 하다’며 몰입하기 어려워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돌아보면 주변에 선한 사람이 참 많아요. 이토록 따뜻하고 올곧은 이들을 응원하고 싶고, 그들의 고통이 덜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큰데 그들의 삶이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아요. ‘요즘 저런 사람이 어딨어’ 하는 시대에 실제 우리가 살고 있더라도 그런 인물을 진정성 있게 연기해 내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끝없이 보여주는 게 배우의 몫 아닐까요. 우리가 예술을 하는 이유도 마지막까지 없어지지 않으면 좋을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려면 믿게 해야죠, 배우가.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은 “저 매 맞지만 명랑한 년이에요”라는 대사처럼 그런 선한 사람들의 존재가 당신의 힘인가요
그 사람들에게 받는 위로가 큽니다. 우리를 일으켜주는 건 다 선한 사람들 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살 만하다는 걸 믿을 수 있도록, 그런 희망으로 살 수 있게 연 기하고 싶어요. 때로는 너무 고통스럽고 분노할 때도 있지만요. 저는 인과응보도 믿어요. 그게 제 힘이에요. 영화 〈웅남이〉도 곧 관객을 찾아갑니다 설정이 재미있어요. 실제로 는 스물다섯 살인데, 곰의 수명을 사람으로 환산하다 보니 외모는 중년인 아들 웅남이(박성웅)를 잘 키우려는 엄마 역할이죠. 당시 진지한 작품을 오랜 기간 찍으며 코미디를 하고 싶어서 출연한 작품인데, 하면서 느꼈어요. 코미디가 너무 어렵다는 걸. 그러고 보 면 배우는 항상 지금 하는 작품이 제일 힘들고 어렵나 봐요(웃음).
 
‘아줌마 연기의 스펙트 럼을 넓혀가는 것’. 오래전 한 인터뷰에서 말했던 이 목표는 성공적인 것 같은지
그럼요. 제가 잘 해서가 아니라 작품 속 아줌마 캐릭터가 다양해지고 있어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해도 박수 칠 일이죠. 〈더 글로리〉에도 정말 많은 여성 캐릭터가 나오지만, 실제 학부모로서 엄마들을 만나봐도 엄마란 존재가 얼마나 다양한지 몰라요. 예전에 ‘어마어마’했던 분도 있고, 학교에서 사건이 터졌을 때 그를 대하는 태도도 다르고. 이걸 이제 다룰 줄 아는 시대를 만났으니 행운이죠.
 
염혜란이 제일 좋아하는 아줌마는
제가 맡았던 역할 중에서 고르면 다른 아줌마들이 실망할 것 같고요(웃음). 용기 있는 아줌마를 좋아합니다. 내가 옳다고 믿는 일에 목소리를 낼 줄 알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조용히 실천하는 사람. 아이를 유능하기보다 바른 아이로 키우려는 사람. 그런 아줌마들을 보면 달리 투사냐 싶어요. 
 
실크 드레스는 Weekend Maxmara, 샌들은 JW pei, 링은 Miltonst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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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플 드레스는 Yoori & Co. 이어링과 링은 모두 Stephen Webster.

러플 드레스는 Yoori & Co. 이어링과 링은 모두 Stephen Webster.

 
실크 셔츠는 Tod's, 네크리스는 Stephen Webster.

실크 셔츠는 Tod's, 네크리스는 Stephen Web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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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마루
    포토그래퍼 이예지
    패션 스타일리스트 조아라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승윤
    헤어스타일리스트 정혜윤
    디자인 장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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