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다섯번째 장이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 매니아〉로 열렸습니다.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으로 Phase 3와 인피니티 사가가 마무리된 후, 멀티버스 사가의 시작이었던 Phase 4 소속 작품들은 줄곧 혹평을 받아 왔는데요. 디즈니의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의 탄생 후 쏟아진 7편의 드라마를 보지 않으면 이전처럼 MCU 서사를 이해하기 힘들어졌다는 점을 비롯해, 세계관이 지나치게 확장된 데다가 모든 작품이 후속작을 위한 예고편처럼 보인다는 것도 비판을 받았어요.
그래도 잘 되는 MCU 콘텐츠지만, 확실히 내부에서도 위기감을 느낀 것 같습니다. 마블 스튜디오 수장 케빈 파이기는 최근 인터뷰에서 디즈니+ 드라마 공개 간격을 더 늘리겠다고 천명했어요. 비대해진 세계관을 이해하는데 너무 많은 콘텐츠 감상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한 셈이죠. 영화 〈캡틴 마블〉 속편 〈더 마블스〉의 개봉도 올 여름에서 겨울로 미룬 상태입니다.

속도 조절을 거쳐 약 3년 동안 작품을 내놓을 Phase 5에서 기대를 모으는 건 단연 '썬더볼츠'의 등장입니다. MCU 영화로 다뤄지리란 떡밥만 무성했던 썬더볼츠는 DC 확장 유니버스(DCEU)로 따지면 '수어사이드 스쿼드' 같은 존재입니다. 완전무결한 정의의 히어로도 아니고, 그렇다고 빌런도 아닌 이들이 모인 집단이거든요. 원작인 마블 코믹스 상에선 리더를 누가 맡느냐에 따라 집단의 성격이 결정됐습니다. 인기 있는 캐릭터들이 모이는 스토리도 있었기 때문에 팬들 사이에선 실사화를 바라는 의견이 많았죠.

〈썬더볼츠〉 제작은 일찌감치 결정됐고, 캐스팅 확정 소식이 전해진 건 지난해 가을입니다.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의 동생 옐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가 리더를 맡기로 했습니다. '레드 가디언' 알렉세이 쇼스타코프(데이비드 하버)를 비롯해 여태 악역으로 활약한 썬더볼츠 최초의 리더 제모 남작, '윈터 솔져' 버키 반즈(세바스찬 스탠), '고스트' 에이바 스타, 'U.S. 에이전트' 존 워커, '태스크 마스터' 안토니아 드레이코프(올가 쿠릴렌코), 발렌티나 알레그라 드 폰테인(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 등의 라인업이 공개됐죠.

최근에는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스티븐연이 〈썬더볼츠〉에 출연한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터널스〉의 마동석, 〈더 마블스〉의 박서준 등에 이어 MCU에서 또 한국계 배우를 볼 수 있게 됐는데요.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썬더볼츠〉 속 스티븐연의 비중은 적지 않다고 해요. 역할은 물론 비밀이지만, 핵심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좀비물부터 SF, 휴먼 드라마까지 폭 넓은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스티븐연이 과연 이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지 궁금해지네요. 영화는 내년 개봉을 목표로 올 여름부터 촬영을 시작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