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 제프 쿤스의 상징적인 작품 ‘풍선개’가 산산조각나며 미술계가 발칵 뒤집혔죠.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지난 16일 밤, 아트페어 ‘아트 윈우드’ 개막을 앞두고 미국 마이애미에서는 귀빈을 대상으로 한 프리뷰 행사가 열렸어요. 그런데 한 VIP 손님의 실수로 도자기로 만들어진 그의 풍선개 작품이 맥없이 깨져 버렸습니다. 약 5000만 원대에 달하는 이 작품은 수백 개로 조각나 바닥에 나뒹굴었는데요.
갤러리 내의 많은 이들은 처음에는 그저 미술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여느 행위 예술이리라 여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작품을 깬 손님이 당황해하며 얼굴을 붉히고, 직원들은 사색이 되어 현장에 달려오는 광경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했다고 해요. 다행히 사고를 당한 작품은 보험을 들어둔 덕분에, 손님이 배상을 해야 할 것으로는 보이진 않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바로 갤러리가 깨진 조각들의 판매를 검토 중이라는 사실인데요. 혹자는 원체 희귀한 작품 시리즈였던 만큼 총 개수가 줄어 수집가들에게는 되려 기쁜 소식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도대체 제프 쿤스의 풍선개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길래 깨진 조각마저 돈이 될까요?
풍선개 시리즈는 그의 연작 〈Celebration〉의 일부로, 저마다 다른 색, 크기, 재료로 만들어졌습니다. 높이 3m에 이르는 것부터 이번에 깨진 작품인 40cm에 그치는 것까지, 종류 또한 개, 토끼, 백조, 원숭이 등 천차만별인데요. 그중 제프 쿤스의 ‘토끼’는 2019년 약 1180억 원에 낙찰되며, 현존하는 작가의 작품 가운데 경매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마르셀 뒤샹과 앤디 워홀이 걸어온 상업적인 행보를 동경한 그는 오늘날 현대 미술계에서 수많은 논란을 낳으며 ‘괴짜 예술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죠. 그는 자신의 성관계 모습을 담은 작품 ‘Made In Heaven’을 선보이는 것부터 시작해 사인회를 개최하고 작품 앞에서 독특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 등, 대중에게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내던지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이 깨졌다는 뉴스에는 ‘파편이라도 팔아달라’, ‘수백 개의 조각들을 NFT로 만들자’라는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혹시 모르죠. 이번 소식을 그 누구보다 반긴 사람은 다름 아닌 제프 쿤스였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