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에바 조스팽이 종이 상자를 잘라 만든 거대한 숲 || 엘르코리아 (ELLE KOREA)
CULTURE

[COVER STORY] 에바 조스팽이 종이 상자를 잘라 만든 거대한 숲

종이 상자를 잘게 잘라 거대한 자연을 창조하는 아티스트 에바 조스팽. 그녀의 숲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ELLE BY ELLE 2022.11.29
 
디올 2023 S/S 패션쇼, 막스마라의 밀란 플래그십 스토어 등 에바 조스팽(Eva Jospin)이 창조한 ‘숲’은 전 세계를 여행한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아티스트 에바 조스팽의 작품은 자연, 특히 숲과 연결된 이미지로 이뤄져 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지식과 모든 것의 원천이 되는 곳,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는 숲. 그녀는 숲이 가진 신비로운 힘과 연약함, 강렬함을 동시에 탐구하고 있다. 파리 11구에 자리 잡은 에바 조스팽의 작업실은 커다란 금속 문이 과거 공장으로 사용됐던 이곳의 이력을 보여준다. 현재 파리 시에서 소유하고 있는 이 빌딩은 높은 층고를 가진 탁 트인 공간으로, 규모가 큰 작업을 하기에 손색없는 곳이다. 들어서자마자 고소한 종이 냄새가 난다 싶더니 고개를 들어보니 상자 더미가 작업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 상자들은 과거 조각의 재료로 쓰인 돌처럼 잘려지고, 접착되고, 조립돼 신비로운 미장센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탄생한다. 에바에게 종이 상자는 버릴 것 하나 없는 완벽한 재료다. 에콜 데 보자르에서 공부하던 시절 콜라주와 레진 조각품, 소규모 투시화 등의 작업을 해온 작가는 점점 규모를 키워 기념비적인 조각으로 작품세계를 발전시켰다. 처음 에바가 종이 상자를 이용해 작품을 만든 건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양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엔 가게에서 내놓은 종이 상자를 재활용 트럭이 오기 전에 구해오면 한동안 재료 걱정 없이 작업할 수 있었어요.” 얼마든지 실험해 볼 수 있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는 데 전혀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종이 상자는 매력적인 재료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파리 7구, ‘보 파사주(Beau Passage)’에 설치된 ‘La Traversée’(2018).

파리 7구, ‘보 파사주(Beau Passage)’에 설치된 ‘La Traversée’(2018).

에바 조스팽의 작업을 실제로 본 사람이라면, 과연 이 작품이 종이 상자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상자를 잘게 자르고 이어 붙여 작가가 생각하는 숲의 세계관을 이루기까지 엄청난 노력과 수고가 드는 작업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작업실의 첫 번째 공간에는 얼마 후 자연의 일부가 될 상자들이 레이저 커팅 기계 앞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그 다음 장소에선 잘려진 종이를 이어 붙여 가지와 통나무 같은 숲의 구성 요소를 디자인하는 작업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에바의 지휘 하에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다음 작업이 곧 도래했음을 느낄 수 있다. “제 작업은 작품이 놓일 공간의 높이와 바닥의 경도 같은 환경이 중요해요. 그래서 작업 전엔 그 장소를 철저하게 연구하죠. 의도된 장소에 꼭 맞는 작품으로 어우러져야 비로소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시선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그곳이 갤러리 혹은 뮤지엄이든, 패션 브랜드의 매장이든 혹은 패션쇼이든 사람들의 시선과 작품 의도가 균형을 이루길 바란다는 에바. 하지만 그녀가 창조한 숲은 그리 깊지 않은 데도 종종 길을 잃게 만드는 신비한 힘이 있다. 이런 경험이 그녀의 작업이 주는 강렬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디올 2023 S/S 패션쇼에서 선보인 동굴 설치미술 작품은 거대한 크기와 달리 섬세한 디테일로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굉장히 현실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신비로운 예술적 경험을 일으키는 힘, 그것이 에바 조스팽의 세계다.
 
2020~2021년 프랑스 아를, 몽마주르 수도원에 전시된 묘비 ‘Cénotaphe’(2020). © Eva Jospin - ADAGP.

2020~2021년 프랑스 아를, 몽마주르 수도원에 전시된 묘비 ‘Cénotaphe’(2020). © Eva Jospin - ADAGP.

 
2016년 전시 이후 루부르박물관에서 판매되고 있는 판화의 원본 드로잉 ‘Grotto’.

2016년 전시 이후 루부르박물관에서 판매되고 있는 판화의 원본 드로잉 ‘Grotto’.

이런 작품을 만드는 사람의 머릿속엔 뭐가 있을까. 엄청난 독서 광인 에바 조스팽은 책을 읽으며 상상한 이미지를 자신의 세계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숙성시킨다. 공원 건축물과 특이한 형태의 동굴, 폭포 등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한 자연 풍경은 물론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 바로크 양식의 정원에서 받은 영감들 역시 자신의 작업으로 끌어들여 디자인한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에바의 연필 드로잉은 한 점의 세밀화처럼 그녀의 영감을 감성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엘르 데코〉를 위해 보내온 연필 드로잉들은 덩굴들이 얽히고설킨 듯 보이지만 결국 뚜렷한 주제의식을 가진 작가의 세계를 보여준다. “제가 전달하려는 주제와는 별개로 실제 작업 과정은 매우 수동적이에요. 아주 반복적이고 시간도 오래 걸리죠. 저는 피할 수 없는 과정 속에서도 정신만은 다양한 곳을 배회하고 여행하며 새로운 곳에 닿을 수 있길 바라요.” 에바 조스팽의 작품은 다른 세계를 여행하는 에바와 세상을 이어주는 매개체다. 그 작품 속에서 우리는 자연의 신비를 경험하고 자아를 찾는 열망에 사로잡히며 때로는 길을 잃기도 한다. 덕분에 그 세계로 들어가는 산책자들의 발걸음에는 들뜬 기색이 역력하다.
 
루브르박물관에 숲의 파노라마를 구현한 ‘Panorama’(2016)는 9m가 넘는 압도적인 스케일이 인상적이다. ©David Coulon

루브르박물관에 숲의 파노라마를 구현한 ‘Panorama’(2016)는 9m가 넘는 압도적인 스케일이 인상적이다. ©David Coulon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된 ‘Panorama’(2016) 시리즈. ©David Coulon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된 ‘Panorama’(2016) 시리즈. ©David Coulon

 
2019년 파리 수잔 트라시에브(Suzanne Trasieve) 갤러리에 전시한 님프 동굴 작품 ‘Nymphée’(2019)의 디테일 이미지. © Benoit Fougerol

2019년 파리 수잔 트라시에브(Suzanne Trasieve) 갤러리에 전시한 님프 동굴 작품 ‘Nymphée’(2019)의 디테일 이미지. © Benoit Fougerol

 
이탈리아 북부 도시 레지오 에밀리아(Reggio Emilia)의 로몰로 발리 국립극장에 설치된 ‘Côté Cour Côté Jardin’(2021).

이탈리아 북부 도시 레지오 에밀리아(Reggio Emilia)의 로몰로 발리 국립극장에 설치된 ‘Côté Cour Côté Jardin’(2021).

 
몽마주르 수도원에 전시된 ‘Cénotaphe’(2020)와 드로잉 작업. ©Eva Jospin - ADAGP

몽마주르 수도원에 전시된 ‘Cénotaphe’(2020)와 드로잉 작업. ©Eva Jospin - ADAGP

 
몽마주르 수도원에 전시된 ‘Cénotaphe’(2020)와 드로잉 작업. ©Eva Jospin - ADAGP

몽마주르 수도원에 전시된 ‘Cénotaphe’(2020)와 드로잉 작업. ©Eva Jospin - ADAGP

 
종이 상자를 자르고 겹겹이 쌓은 후 기구를 이용해 긁거나 갉아 형태를 만든 에바 조스팽의 작업 디테일.

종이 상자를 자르고 겹겹이 쌓은 후 기구를 이용해 긁거나 갉아 형태를 만든 에바 조스팽의 작업 디테일.

 
종이 상자를 자르고 겹겹이 쌓은 후 기구를 이용해 긁거나 갉아 형태를 만든 에바 조스팽의 작업 디테일.

종이 상자를 자르고 겹겹이 쌓은 후 기구를 이용해 긁거나 갉아 형태를 만든 에바 조스팽의 작업 디테일.

 
에바 조스팽 포트레이트.

에바 조스팽 포트레이트.

 
작업실에서 진행 중인 나무와 궁전, 동굴 작업.

작업실에서 진행 중인 나무와 궁전, 동굴 작업.

 
작업실에서 진행 중인 나무와 궁전, 동굴 작업.

작업실에서 진행 중인 나무와 궁전, 동굴 작업.

 
파리 11구에 위치한 작업실 전경.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파리 11구에 위치한 작업실 전경.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종이를 자르거나 혹은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작업을 넘어, 마치 정원을 가꾸는 것 같은 작업실 풍경.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여러 명의 어시스턴트와 일한다.종이를 자르거나 혹은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작업을 넘어, 마치 정원을 가꾸는 것 같은 작업실 풍경.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여러 명의 어시스턴트와 일한다.종이를 자르거나 혹은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작업을 넘어, 마치 정원을 가꾸는 것 같은 작업실 풍경.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여러 명의 어시스턴트와 일한다.종이를 자르거나 혹은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작업을 넘어, 마치 정원을 가꾸는 것 같은 작업실 풍경.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여러 명의 어시스턴트와 일한다.종이를 자르거나 혹은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작업을 넘어, 마치 정원을 가꾸는 것 같은 작업실 풍경.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여러 명의 어시스턴트와 일한다.종이를 자르거나 혹은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작업을 넘어, 마치 정원을 가꾸는 것 같은 작업실 풍경.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여러 명의 어시스턴트와 일한다.
 
완성된 작품 이미지와 새로운 작품을 위한 스케치, 완성돼 가는 작업이 공존하는 작업실 풍경.

완성된 작품 이미지와 새로운 작품을 위한 스케치, 완성돼 가는 작업이 공존하는 작업실 풍경.

 
완성된 작품 이미지와 새로운 작품을 위한 스케치, 완성돼 가는 작업이 공존하는 작업실 풍경.

완성된 작품 이미지와 새로운 작품을 위한 스케치, 완성돼 가는 작업이 공존하는 작업실 풍경.

 
디올의 2023 S/S 패션 쇼장을 가득 채운 신비로운 동굴의 모습. © Adrien Dirand

디올의 2023 S/S 패션 쇼장을 가득 채운 신비로운 동굴의 모습. © Adrien Dirand

 
밀란 막스마라 플래그십 스토어에 설치된 ‘Microclima’(2022). © Masiar Pasquali

밀란 막스마라 플래그십 스토어에 설치된 ‘Microclima’(2022). © Masiar Pasquali

 
9m가 넘는 ‘Panorama’(2016) 작품 디테일. © David Coulon

9m가 넘는 ‘Panorama’(2016) 작품 디테일. © David Coulon

 
모교인 에콜 데 보자르에서 드로잉 전시를 열 정도로 정원과 자연을 스케치하는 데 진심인 에바 조스팽의 ‘Grotto’(2017).

모교인 에콜 데 보자르에서 드로잉 전시를 열 정도로 정원과 자연을 스케치하는 데 진심인 에바 조스팽의 ‘Grotto’(2017).

 
© Benoit Fougeirol

© Benoit Fougeirol

 
쇼몽 성(Domaine de Chaumont sur Loire)에 영구 전시된 ‘Folie’(2018).

쇼몽 성(Domaine de Chaumont sur Loire)에 영구 전시된 ‘Folie’(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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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컨트리뷰팅 에디터 김이지은
    사진 matthieu salvaing
    COURTESY OF GALERIE SUZANNE TARASIEVE PARIS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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