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향수에 대한 모든 것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샤넬 향수에 대한 모든 것

마드모아젤 샤넬의 인생이 담긴 향수 컬렉션을 한데 모은 대규모 전시 <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이 곧 공개된다. 모든 관람자에게 풍요로운 경험과 삶의 새로운 관점을 안겨줄 움직이는 축제, 그 프리뷰 현장으로.

정윤지 BY 정윤지 2022.11.18
 
 
“내게 파리는 언제나 영원한 도시로 기억된다.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평생 파리를 사랑한다. 파리의 겨울이 혹독하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은 가난마저 추억이 될 만큼 낭만적인 도시 분위기 덕분일 것이다. 만약 당신에게 행운이 따라줘 젊은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움직이는 축제(A Moveable Feast)’처럼 평생 당신 곁에 머물 것이다. 내게 파리가 그랬던 것처럼.”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생을 마감하기 전, 3개월에 걸쳐 완성한 〈파리는 날마다 축제〉는 그가 23세이던 1921년부터 7년 동안 파리에 체류하며 보낸 젊은 날을 회고하며 쓴 에세이다. 어떤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파리에 모여들었던 예술가들의 폭발적 에너지와 풍요로운 예술적 토양, 무한한 자유가 팝업 북처럼 펼쳐진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에디터의 침대 머리맡에 늘 놓여 있던 책이기도 하다. 스콧 & 젤다 피츠제럴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장 콕토….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문화예술계 인물의 이름을 읊으며 그 시절 파리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그 끝엔 언제나 가브리엘 샤넬이 등장한다. 가난하고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뒤로하고 1910년 도빌에 모자를 파는 작은 의상실을 연 그녀. 1918년 깡봉가(街) 31번지에 더 큰 가게를 오픈하며 본격적인 패션 디자이너 인생을 시작한 그녀. 1921년 향수 전문가 에르네스트 보에게 의뢰한 여러 향수 샘플 중 5번 샘플을 선택해 첫번째 향수 ‘샤넬 N°5’를 선보인 그녀! 샤넬 향수를 주제로 하는 대규모 체험형 전시 〈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 Le Grand Numéro de Chanel〉이 12월에 공개될 거라는 소식을 듣는 순간 에디터는 이 책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숫자 ‘5’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N°5’로 승화됐고, 그녀의 별자리이자 토템 같은 동물이었던 ‘사자’는 레 젝스클루시프 드 샤넬 컬렉션의 ‘르 리옹 드 샤넬’ 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가겠다’는 그녀의 대담한 마음가짐은 ‘샹스’ 컬렉션의 모티프가 됐고, 열정적이며 자유로운 애티튜드로 새로운 여성상을 만들어낸 그녀는 ‘가브리엘 샤넬’ 향수 그 자체가 됐다. 이렇게 그녀의 인생이 담긴 향수 컬렉션을 한데 모으는 이번 전시야말로 헤밍웨이에게 파리라는 도시가 그랬듯 풍요로운 예술적 경험과 행운, 기회, 자유, 평생 우리 곁에 머물 추억을 안겨줄 ‘움직이는 축제’가 될 것이다. 전시를 5개월여 앞둔 7월의 어느 날, 전시기획을 총괄하는 샤넬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리소스 디렉터 토마 뒤 프레 생 모르(Thomas du Pré de Saint Maur)를 화상으로 만났다. 지젤 번천의 N°5 광고, 키이라 나이틀리의 코코 마드모아젤 광고, 장 폴 구드가 감독을 맡은 샹스 광고와 고(故) 가스파르 울리엘의 블루 드 샤넬 광고, 릴리-로즈 뎁의 N°5 로(L’Eau) 광고, 마고 로비의 가브리엘 샤넬 광고는 물론 마리옹 꼬띠아르의 N°5 광고에 이르기까지, 샤넬 향수의 모든 결정적 순간에 그가 있었다. 이번 전시를 설명해 줄 인물로 토마보다 더 적합한 인물은 없으리라. 
 
 샤넬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리소스 디렉터 토마 뒤 프레 생 모르(Thomas du Pré de Saint Maur).

샤넬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리소스 디렉터 토마 뒤 프레 생 모르(Thomas du Pré de Saint Maur).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향수까지 샤넬 뷰티의 크리에이티브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새삼스럽게 느낀,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샤넬 향수의 매력은
정말 어렵고 ‘큰‘ 질문입니다. 15년간 일해 왔지만 여전히 샤넬에 설렘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일을 하다 보면 항상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겁니다. 매일 새로운 발견을 한다는 것이 샤넬에서 일하는 즐거움이에요. 갑자기 엄청난 걸 발견하기보다 샤넬이란 인물, 샤넬이란 스타일, 샤넬이란 제품의 복잡한 단순성을 매일 발견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심플하게 보일수록 복잡하고, 복잡하게 보일수록 더 분명해져요. 샤넬 향수의 가장 큰 차별점은 시간을 관통하는 ‘지속성’이 있다는 겁니다. 요즘 뷰티 시장에 새롭게 출시되는 향수가 정말 많아요. 뭔가 가치가 떨어지는 느낌도 있어요. 메이크업의 목적이 ‘새로운 나’를 만드는 거라면 향수의 목적은 ‘지속적인 나’를 찾는 거예요. 향수의 메시지는 좀 더 길게 가야 합니다. N°5와 샹스, 코코 마드모아젤 등 모든 샤넬의 향수엔 시간을 초월하고 관통하는 지속성과 대범한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이런 매력이 메이크업이나 스킨케어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 아닐까 싶어요.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당신이 기획한 샤넬 뷰티의 광고 캠페인 영상을 다시 한 번 정주행했습니다. 매달 콘텐츠를 만드는 뷰티 에디터로서 명확한 ‘서사’가 있는 영상에 탄복할 수밖에 없었어요. 뷰티가 어느 순간부터 ‘누가 더 자극적이고 임팩트 있는 비주얼로 소비자들에게 선택될 것인가’ 하는 경쟁으로 변해버린 것 같거든요. 우리가 다루고 있는 게 진정한 뷰티가 아니라 ‘코카콜라냐 펩시냐’ 같은 소비재가 돼버린 것 같아 아쉽습니다
정확한 분석이에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처럼 패스트 뷰티(Fast Beauty) 시대죠. 무조건 새로워 보이고 입소문을 빨리 타서 많은 시선을 받는 것이 중요해졌어요. 시선을 끌 기회와 플랫폼이 많아진 만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소비자들의 시선을 ‘강탈’하려 하는데 이는 위험한 현상입니다. 무조건 새로운 것만 좇다가는 일반적 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으니까요. 
 
 
깊이 공감합니다. 당신에게 여전히 이야기(Narrative)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중요한 이유는
저는 모든 뷰티 카테고리가 우리의 삶과 철학, 스타일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샤넬은 뷰티에 확고한 비전을 갖고 있는 브랜드예요. 우리는 에센스나 크림, 파운데이션이나 립스틱처럼 메인 카테고리가 아닌 제품, 가령 메이크업 리무버를 소개할 때도 샤넬 고유의 스타일을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것들이 샤넬을 더욱 ‘샤넬답고’ 특별하게 만드니까요. 당연히 화려하고 크게, 한번 ‘짜잔~’ 하고 보여주는 건 쉬워요. 유명한 인플루언서나 셀러브리티를 쓰는 게 쉽게 가는 길 맞죠. 하지만 왜 이야기, 내러티브가 필요하냐고요? 그래야 샤넬과 같은 브랜드가 될 수 있으며, 샤넬만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으니까요! 저에게 스타일이란 외모나 아웃핏이 아닙니다. 나의 모든 행동을 통해 자신을 강하게 표현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나’입니다. 때문에 샹스, 블루 드 샤넬, 코코 마드모아젤 등 각 컬렉션에 담긴 메시지와 스토리를 바탕으로 샤넬의 비전을 표현하고 소비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거예요.  
 
가브리엘 샤넬이 향수 전문가 에르네스트 보에게 의뢰한 여러 향수 샘플 중 5번 샘플을 선택해 1921년 5월 5일, 세상에 선보인 첫번째 향수 ‘샤넬 N°5’.

가브리엘 샤넬이 향수 전문가 에르네스트 보에게 의뢰한 여러 향수 샘플 중 5번 샘플을 선택해 1921년 5월 5일, 세상에 선보인 첫번째 향수 ‘샤넬 N°5’.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 영상 한 편의 러닝타임은 한정적입니다. 짧으면 30초, 길어야 몇 분에 불과해요. 그 안에 촘촘한 서사를 표현하려면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은데, 당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시간’입니다.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컨셉트와 스토리를 완성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해요. 샤넬에서 늘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 저에겐 큰 행운이자 자산입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욕심’이에요. 프로젝트에 대한 야망이 있어야 하죠. 촬영을 총괄할 감독과 출연자를 선택할 때 욕심을 부려야 합니다. 요즘은 다들 야망이 없고, 게을러서 자꾸 쉬운 길을 찾으려 해요. 분명 더 잘할 수 있는데도 말이죠. 야망과 욕심이 없으면 일을 잘할 수 없어요. 저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에게 많은 걸 요구합니다. 도전 정신을 자극해요. 제가 까다롭기 때문이 아니라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계속 욕심을 부리는 거예요.
 
매달 촬영에 임하는 저와 모든 콘텐츠 디렉터에게 자극과 반성을 주는 답변인데요
가브리엘 샤넬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여권 신장을 위해 여성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했어요. 더욱 엄격하게 굴었죠. 이는 여성들의 능력과 잠재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욕심을 낸다는 건 '존경’의 표시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브랜드’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 나침반이 브랜드를 향해 있어야 합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브랜드의 비전에 도움이 되는지 끝없이 자문하고, 만약 도움이 안 된다면 아이디어를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샤넬 향수의 모든 컬렉션을 볼 수 있는 체험형 전시라니 정말 기대됩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당신의 무드보드에 어떤 이미지들이 있었나요
특별한 이미지보다 저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이 전시를 왜 하는가? 단지 샤넬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인가? 어떻게 하면 이 전시의 모든 면면에서 샤넬의 비전과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을까?’ 이번 전시는 하나의 ‘여정’입니다. 샤넬 향수의 세계를 탐험하는 여정이죠. 향수마다 하나의 존(Zone)을 통해 독립적인 장(場)이 펼쳐집니다. 각각의 장을 경험할 때마다 샤넬의 세계관, 다양한 샤넬상(象)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샤넬 뷰티 담당자가 귀띔하길 연말 분위기로 가득한 ‘축제’ 같은 전시가 될 거라고 하더군요
가브리엘 샤넬은 물랭(Moulin)에서 ‘코코리코(Ko Ko Ri Ko)’와 ‘누가 코코를 보았는가(Qui qu’a vu Coco dans le Trocadéro)’라는 노래를 하면서 코코(Coco)라는 애칭을 얻었어요. 공연을 하면서 코코가 탄생한 건데, 한 사람이 공연을 통해 변한다는 아이디어가 흥미로웠어요. 인생은 한 편의 공연이라는 생각, 나 자신을 위한 공연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거대한 쇼 같은 전시를 하고 싶었죠. 앞서 말했듯이 향수는 지속성을 갖는 것, 매일 나다운 나를 발견하게 해주는 ‘무언가’입니다. 그냥 물이 아니에요. 병 안에 든 액체가 아니라고요. 향 자체도 중요하지만 향수와 관련된 무형의 스토리가 많고, 우리는 이 스토리에 집착합니다. 이 풍성한 스토리를 통해 향수가 갖는 유무형의 속성을 동시에 전달하고 싶었어요. 내가 향수를 사고, 그 향수를 몸에 뿌리고, 향을 입을 때 떠오르는 모든 감상의 총합이 향수예요. 부디 샤넬 향수를 탐험하는 여정이 즐겁기를 바랍니다.
  
〈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현장.

〈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현장.

<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현장.

<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현장.

<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현장.

<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현장.

<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현장.

<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현장.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기대감이 고조됩니다. 각 컬렉션별로 당신이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가 있을 것 같아요
샹스는 나에게 행운이 오는 기회에 대한 스토리를 담고 있어요. 코코 마드모아젤은 자신의 삶을 열렬히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죠. 블루 드 샤넬은 도전보다 더 짜릿한 건 없다는 화두를 던져요. N°5는 범위가 좀 더 넓습니다. 인생은 항상 더 크고 멋질 수 있다는 메시지랄까요? 자신을 믿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N°5는 말하고 있어요. 가브리엘 샤넬은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이야기합니다. 사회가 정해놓은 미래나 운명을 거부하고, 수동적이기를 거부하고, 내가 무엇을 수용하고 무엇을 거부할 것인지를 적극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이 가브리엘 샤넬의 메시지예요. 레 젝스클루시프 드 샤넬은 조금 다릅니다. 특별한 메시지나 내러티브보다 향수가 만들어지는 과정, 샤넬 향수만의 제조 기술과 탁월한 실력, 조향사의 경험과 재능을 보여주는 컬렉션이니까요. 아마 이번 전시 프리 오프닝에 온다면 샤넬 향수 크리에이터, 올리비에 뽈쥬(Olivier Polge)를 만나게 될 겁니다. 그에게 물어보면 레 젝스클루시프 드 샤넬을 잘 설명해 줄 거예요.
  
샤넬의 대표 향수이자, 자신을 믿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N°5.

샤넬의 대표 향수이자, 자신을 믿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N°5.

자신의 삶을 열렬히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코코 마드모아젤.

자신의 삶을 열렬히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코코 마드모아젤.

도전보다 짜릿한 건 없다는 화두를 던지는 대표적인 남성 향수, 블루 드 샤넬.

도전보다 짜릿한 건 없다는 화두를 던지는 대표적인 남성 향수, 블루 드 샤넬.

 
요즘엔 미디어아트 형태나 체험형 전시가 많습니다. 보고 듣고 사유하는 클래식한 전시 관람 형태와 달리 사진과 영상에 치중하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전시 형태를 목도하면서 ‘무엇이 맞는 걸까’라는 생각도 해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클래식과 모던, 두 요소 사이에서 많이 고민했을 것 같아요
저는 보편성과 현대성을 반대의 개념으로 보지 않습니다. 우리가 전하려는 보편적인 메시지가 현재에도 울림을 주는지를 보죠. 굳이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보편성이 우선입니다. 단지 ‘뉴’ ‘모던’ ‘쿨’ 한 것만 추구하다 보면 앞서 우리가 얘기했던 ‘코카콜라냐 펩시냐’ 같은 문제로 전락해 버려요. 최근 모든 것이 SNS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죠. 이번 전시의 핵심 화두는 ‘클래식이냐 모던이냐’보다 ‘유형으로 갈 것이냐 무형으로 갈 것이냐’였어요. 최근 많은 전시가 각종 영상 기술에 의존하다 보니 인간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거든요. 저는 이번 샤넬 전시에 다양한 기술을 반영함으로써 유형과 무형 사이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혼자 와서 즐겨도 좋지만, 여러 명이 같이 오면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요. 전시를 보고 나올 때 샤넬 향수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전시 이미지를 보는 것과 다를 게 없잖아요.  
  
 
제가 당신의 자리에 있었다면 샤넬의 엄청난 아카이브에 압도당했을 것 같습니다. 부담을 느끼진 않나요
정확하게 봤어요. 샤넬은 정말 역설적입니다. 제가 샤넬의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작게나마 기여한다는 건 기쁘고 신나는 일이지만 부담도 커요. ‘내가 과연 이 아카이브 수준을 따라갈 수 있을까? 충분히 잘할 수 있을까? 이전 작업만큼 성공적일 수 있을까?’ 이러한 부담감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이런 질문을 안 하는 겁니다(웃음). 가브리엘 샤넬도 당시 어떤 성과를 냈을 때 '이 일이 앞으로 100년 이상 유효할까’를 고민하면서 시작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당시 시각에서 합리적인지, 타당한지만 신경 썼을 겁니다. 부담감을 없애려면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영원히 지속될까’ 따위의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요. 이런 것에 집착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거든요. 호기심과 욕심을 갖고, 즐겁고 유능한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며 같이 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을 위해 일하는 거죠. 샤넬은 매일 그 순간 올바른 일을 하기 때문에 영원한 브랜드가 됐어요. 이 또한 역설적이네요. 처음부터 영원해지려고 하면 좋은 것을 할 수 없습니다. 삶은 가벼워야 해요. 가벼운 삶일수록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정말 어려운 부분이죠.
 
 
‘가벼운 삶일수록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정말 멋있는 말입니다. 저 역시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를 구성하는 여러 섹션 중 당신이 유독 애착을 갖는 섹션이 있다면
없습니다. 가족도 그래요. 첫째, 둘째, 아니면 셋째 중 누굴 제일 사랑하냐는 질문에 답할 수가 없잖아요. 물론 이 향수들이 제 ‘자식’은 아니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N°5 공간입니다. 럭셔리에 대한 다양한 시각, 다각적 면모를 하나로 압축해서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전하는 다양한 스토리와 관람자들이 경험하는 것이 쌍방으로 만나는 혼합물입니다. 일방적인 스토리텔링이 아니에요.   
 
엄청난 규모일 거라 예측하게 만드는 샤넬 〈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 전시 준비 현장.

엄청난 규모일 거라 예측하게 만드는 샤넬 〈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 전시 준비 현장.

엄청난 규모일 거라 예측하게 만드는 샤넬 <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 전시 준비 현장.

엄청난 규모일 거라 예측하게 만드는 샤넬 <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 전시 준비 현장.

엄청난 규모일 거라 예측하게 만드는 샤넬 <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 전시 준비 현장.

엄청난 규모일 거라 예측하게 만드는 샤넬 <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 전시 준비 현장.

엄청난 규모일 거라 예측하게 만드는 샤넬 <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 전시 준비 현장.

엄청난 규모일 거라 예측하게 만드는 샤넬 <르 그랑 누메로 드 샤넬> 전시 준비 현장.

 
그래서 전시 이름이 ‘수많은 샤넬 The Great Numbers of Chanel’일까요? 같은 샤넬 향수라도 경험하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면모를 띨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요
직접 경험해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샤넬 향수는 단지 향수가 아니에요. 규정하기 힘든 가시적인 정신, 살아 있음을 느끼는 영원한 활력, 큰 스케일로 자신과 세상을 다르게 보는 것, 차원이 다른 총체적 경험, 궁극의 럭셔리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모토가 ‘럭셔리는 세상을 보는 관점’입니다. 럭셔리는 삶의 모든 것과 연결돼요. 가장 사회적인 부분에서 개인적인 부분까지, 가장 세밀한 부분에서 거창한 부분까지, 예측할 수 있는 부분과 전혀 뜻밖의 부분까지, 이번 전시를 통해 럭셔리란 모든 것에 스며들 수 있다는 관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럼 우리 전시장에서 만나도록 하죠.   
 
 
 
LE GRAND NUMÉRO DE CHANEL
Date 2022년 12월 15일부터 2023년 1월 9일까지.
Place 그랑 팔레 에페메르(2 Place Joffre, 75007 Paris).
Booking 2022년 11월 17일부터 사전예약 시작(무료).
           http://grand-numero.chan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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