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나는 고민 많고 방황하는 사람이지만 그런 내가 좋아요. 그 모습을 직면할 때 나오는 솔직한 이야기가 싱어송라이터 우효의 가장 큰 개성이라 믿고요.
가장 나다운 가사로 ‘소녀감성100퍼센트’ 가사 전체를 꼽고 싶었다고
‘치마만 아니면, 앞머리만 아니면 일대일 누구든 자신 있어’ ‘난 두근두근하고 그런 멍청한 짓은 안 해. 난 순정만화 캐릭터가 아니니까’ 등 당찬 내 10대가 가사 전체에 녹아들어 있다. 타이포그래피 작업 분량의 한계를 고려해 시작하자마자 그 시절의 순수했던 나로 돌아가게 해주는 첫 네 마디를 골랐다.
이 곡이 수록된 첫 번째 미니 앨범 〈소녀감성〉을 지금 돌아보면 어떤가
수록곡 모두 18세 무렵에 만들었다. 이때의 나는 학생의 의무로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내가 정말 예술가가 될 수 있을까?’란 불확실성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었다. 아직도 나는 고민 많고 방황하는 사람이지만 그런 내가 좋다. 그 모습을 직면할 때 나오는 솔직한 이야기가 나의 가장 큰 개성이라 믿는다.
이주 노동자의 애환이 개그 소재로 각광받던 학창시절 ‘블랑카’라는 노래를 만들었다. ‘집 떠나온 지 일 년. 사장님 만난 지 일 년’.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막연한 책임감으로 써 내려간 노래인데, 너무 서툴고 유치해서 얘기하기 부끄러울 정도다(웃음).
알맞은 단어를 고르고, 쓰고, 때로 읊조리는 행위를 맛있는 음식을 먹듯 천천히 음미하는 편이다. 한때 작가와 저널리스트를 꿈꿀 정도로 글쓰기에 대한 포부가 대단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의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잘 쓰는 것에 충분히 만족한다.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 그러려면 부르기 편해야 하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써야 한다. 단, 편한 표현은 멀리한다. 사랑 노래를 할 때 사랑이란 단어는 쓰지 않으려는 것처럼. 그래서 ‘뻔한 치킨’ ‘K드라마’ ‘울고있을레게’ 같은 독특한 곡 제목에 이끌리는지도 모르겠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그걸 더 강력한 파도에 실려 보낼 수 있다는 것. 멜로디나 악기도 중요하지만 가사는 보다 명확한 생각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훨씬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사람의 음성과 숨결에 섞여 나오기 때문에 마음에 더 쉽게 와닿기도 하고.
조금 독특해서 혹은 내가 부족해서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도 스스로를 사랑하고 응원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다 보면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되더라. 음악 역시 작고 사소한 아름다움에 집중하며 만들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위로와 영감이 돼주는 것 같다.
수많은 사람이 당신의 노랫말을 따라 부를 때 어떤 기분인가
페스티벌 무대에서 정말 많은 사람이 한 방향으로 일렁일렁 움직이는 모습을 봤을 때는 대자연을 보는 것 같았다(웃음). 함께 노래하는 우리 모두 그 순간을 즐거워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행복했다.
이번 ‘Our Voice’ 프로젝트에서 가장 기대하는 것은
순간의 생각과 감정을 차곡차곡 정리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통해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나를 상징적으로 남길 수 있어서 기쁘다. 꼭 개인 소장해야지.
2014년, 청소년기의 ‘웃픈’ 면면을 담은 첫 번째 미니 앨범 〈소녀감성〉으로 데뷔했다. 일상에서 피어난 불확실한 감정을 영감으로 삼는다. 특히 ‘민들레’ ‘청춘’ ‘Vineyard’ ‘꿀차’ 등이 사랑받았다.
@oohyo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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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ography by JEONG HAE JI
단순한 선과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레이션이 돋보이는 직관적이고 대담한 작업물을 선보인다. 주로 전시 포스터와 책 표지를
디자인해 왔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매거진 〈K-Arts〉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에 꾸준히 참여했다. 그는 ‘소녀감성100퍼센트’의 화자인 서툴지만 당돌한 10대 소녀의 모습을 볼드한 노란색 서체로 시각화했다. 불규칙적으로 배치한 글자는 원곡의 통통 튀는 리듬을 살린 것. 흩어진 글자를 따라 읽어가듯이 노래와 함께 자신만의 여정을 개척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haeggg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