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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소년 사이 '송중기'

배우 송중기가 잠시 떠나 있던 브라운관으로 돌아온다. 제법 쌀쌀해진 가을이 되면 스크린을 네 발로 누비는 그를 만날 수도 있다. <차칸남자>와 <늑대 소년>을 오가는 남자와 소년 사이에 서 있는 송중기를 파고들다.

프로필 by ELLE 2012.09.12








배우 송중기는 뭐든 똑 부러지게 하는 성격답게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한 이후 그의 연기 인생에 커다란 굴곡은 없었다. 무명 시절이 길어 악전고투하는 독기의 캐릭터가 아니라, 오히려 구김 없이 잘 자란 이미지로 성장했다.

<성균관 스캔들>과 <뿌리깊은 나무> <런닝맨>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행보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 덕분에 얼마 전엔 아시아 5개국에서 팬 미팅도 가졌다 “진짜 누군가의 팬이라면 직접 눈앞에서 보는 것보단 작품을 통해 만나는 게 더 즐겁지 않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외국 팬들과의 만남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있더라고요."

이번엔 태국 스타이자 절친인 이광수와 드라마도 함께한다. 9월 중순부터 방송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이하 차칸남자)>는 그가 “찌질이 대학생일 때 울면서 봤다”는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이경희 작가의 신작이다. “작가님이 제게 대본을 건네주실 땐 정말 믿기지 않았어요. 아직도 얼떨떨해요. 그런데 촬영장의 진짜 ‘차칸남자’는 감독님이에요. 요즘 드는 생각이 착한 사람들이 모였을 때 에너지가 크게 다가오는구나 싶어요.” 자기 일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순수한 이기심의 발로다. 날 선 순간을 둥글게 다듬을 수 있는 건 역시 서로에 대한 배려. 송중기가 생각하는 ‘착하다’의 개념을 촬영장에 대입한다면 그곳엔 그런 사람들로 넘쳐난다는 것이다. 덕분에 기분 좋은 작업을 할 수 있을 거란 예감도 든다. 스스로 괘념치 않는다지만 이번 드라마는 송중기의 ‘첫 주연’이라는 의미도 크다.  “배울 게 정말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역할이 커질수록 책임감은 배가 아닌 제곱으로 커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주연은 큰 그림을 그려야 하니까 좀 더 진지해지기도 하고. 하지만 즐겨야죠. 부담감은 어쩔 수 없는 거고, 솔직히 자신도 있고요.” 

10월 즈음 개봉할 <늑대 소년>은 열일곱 살 늑대 소년 철수가 <정글북>의 모글리를 떠올리게 하지만 정작 그가 선택한 감정선은 <가위손>의 에드워드였다. 하지만 그걸론 역부족이란 생각이 들었다. “<동물의 왕국> 같은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어요. 이제껏 한국영화에서 선보인 적이 없었던 캐릭터인 터라 도전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도 있었지만 부담도 돼서 마임도 배우고 동물에 대한 탐구를 꾸준히 했던 것 같아요.”

철수와 순이(박보영) 혹은 개와 사람의 판타지 멜로로 펼쳐질 조성희 감독의  <늑대 소년>은 벌써부터 알게 모르게 기대하는 이가 많다. 조 감독은 2009년 <남매의 집>을 선보인 후, 짧은 시간 내에 이야기 속에 구현해 내는 작품의 상징성과 다소 불쾌하지만 심리적 공포로 몰아가는 방식이 남달라 독립영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장본인. 그의 첫 상업영화가 판타지 멜로라는 건 의외지만 전작의 지점들을 훑어봤을 때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있는 장르일 리는 없을 거라는 기대감도 작용한다. <남매의 집>의 철수와 <짐승의 끝>의 철수가 달랐던 만큼 송중기가 연기할 <늑대 소년> 철수가 궁금한 것도 그 이유. “보여드릴까요?”라며 그가 내민 휴대전화에는 실제 자신보다 열 살쯤 어려 보이는 아이와 ‘동안의 울버린(?)’으로 특수분장한 늑대 소년이 교차됐다. “순이가 위험해지면 이렇게 괴물로 변해요. CG 작업을 거쳐 보여질 비주얼은 지금보다 볼거리가 많을 거예요. 순수한 감성이 잘 배어 있는 영화예요. 감독의 성향을 닮았다는 느낌이 확 들더라고요.” 하지만 대사가 없어 쉬울 거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헐벗은 야생 소년의 옷차림으로 꽃샘추위를 견디는 것 역시.

“이 작품을 하고 싶었던 다른 이유는 송중기라는 배우가 소년을 연기할 수 있는 건 이게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주변에서 이제는 계속 남자 이미지 풍기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그러니까 이 기회가 마지막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렇게 작심하고 도전한 배역인데 주위 분들의 반응이 아직도 어려 보인다고 하니 또 맡아야 할 것 같지만요. 하하.”
사람들은 주로 이미지의 변신을 기대하지만 더러는 캐릭터의 성장도 요구한다. 송중기는 실제 나이보다 어린 역할을 반복한다고 해서 이미지가 굳어버릴 거라는 압박감은 가지지 않으려 한다. 그들은 모두 다른 소년들이었으므로. “보험 들 듯 주위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곤 하지만 결국 끌리지 않는 역할은 잘되지 않더라고요. 결국 판단은 자신이 하는 거니까요.” 그가 영향력 있는 배우를 지향하는 건 결국 그 판단과 선택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바람 때문이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느끼는 대로 보고 배우면 될 것 같기도 하지만 영향력과 책임감은 같은 속도로 성장해야 할 테마인 것 같기도 해요.”  계속되는 성장의 회오리 속에서 이 배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걷는다. 사막에서 연어를 잡아 올릴 자신감이 존재하는 것처럼.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9월호를 참조하세요



 

 

Credit

  • EDITOR 채은미
  • PHOTO 김태은
  • WEB DEISGN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