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오의 확신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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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오의 확신

"잘 다녀올게요, 라고 자신 있게 인사를 건넬 수 있어 다행이에요." 언제나 유효했던 강태오의 확신.

전혜진 BY 전혜진 2022.08.31
 
얼마 전 프로야구 시구에 나섰어요. 볼 캡을 눌러쓴 모습이 야구영화 속 주인공 같던데
하하. 너무 떨렸어요. 연습할 땐 잘했는데 결과는 아쉬웠네요. 공을 던지기 직전까지 정말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회는 한 번밖에 없고,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데다가, 또 그날 정말 많은 분이 보고 계셨거든요. 
 
재킷과 포켓 스퀘어, 브로치, 브레이슬렛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재킷과 포켓 스퀘어, 브로치, 브레이슬렛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사진도 많이 찍혔더군요. 당신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실감했을 것 같은데 요즘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친구들이 “SNS에 네 얼굴이 너무 많이 나와 지긋지긋하다”고 얘기해요(웃음). 정말 감사한 일이죠. 그만큼 저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 관해 많은 피드백을 주신다는 거니까요.
 
반면 본인은 SNS를 100%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맞아요. 겨우 사진만 몇 장 올리는 정도인데. 셀카를 찍는 게 어색해요. 다른 분들은 자연스럽고 예쁜 사진을 많이 올리던데, 저는 꼭 부끄럽고 이상하게 나오는 것 같거든요. 옆에 계신 홍보 팀 실장님이 “태오 씨, 이제 사진 올릴 때 되지 않았나요?”라고 하면 겨우 한 장 찾아서 올리는 정도랄까요(웃음). 이제 자주 올릴게요.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인 〈우영우〉가 이토록 사랑받을 줄 확신했나요
대본이 빨리 읽히는 데서 재미를 느끼는 편인데 〈우영우〉가 그러했죠.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사건이 펼쳐지고, 그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인물들에게서 짜릿함을 느꼈어요. 유인식 감독님의 연출은 물론 작가님과 동료 배우들이 든든했고요. 이들을 믿고 따르면 결과가 어쨌든 제게 좋은 경험치가 될 것이 분명해 보였거든요. 결정에 고민은 없었어요.
 
‘국민 섭섭남’ ‘유죄남’ 등 애정 기반의 수식어도 얻었죠. 로펌 송무팀 직원 이준호는 보통의 한국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의 매력적인 특성을 모두 지녔지만 절제력이 돋보이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고민이 많았어요. 개성 강한 인물은 아니거든요. 작품마다 꼭 한 명씩 등장하는, 조직에서 인기가 많고 친절하고 잘생기고 ‘나이스’한 남자(웃음). 개성을 살릴 방법을 고심하다 끝에 내린 결론은 돋보이는 게 독이 되는 친구라는 거였어요. ‘준호 여기 있어요’라고 주장하는 대신 어디서든 영우 뒤편에 시나브로 스며 있길 바랐거든요. 그럼으로써 되레 존재가 빛나는 친구죠.
 
그래서인지 눈썹이나 입꼬리, 저작근 등 얼굴 근육을 꽤 섬세하고 다채롭게 쓰더군요. 평소 습관인지 혹은 연기를 위해 최대치로 활용하는 부분일지
작품 캐릭터마다 한 가지 습관 같은 걸 만들어요. 예를 들면 〈조선로코 - 녹두전〉 율무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할 때마다 갓끈을 만지는 것처럼요. 준호는 ‘액션’보다 ‘리액션’이 많은 인물인 만큼 감정 변화가 있을 때 얼굴 근육을 조금씩 써보기로 했어요. 미세하게나마 긴장이나 설렘을 티 낼 수 있으니까요. 제가 저작근이 발달한 편이긴 하지만, 그렇게 뭐만 하면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을 줄은(웃음)…. 
 
베스트와 팬츠는 모두 Jaybaek Couture. 부츠는 Prada.

베스트와 팬츠는 모두 Jaybaek Couture. 부츠는 Prada.

유행어가 돼버린 “섭섭한데요”라는 대사도 여러 버전으로 등장하고, 입맞춤이 처음인 영우가 이를 부딪히지 않을 방법을 묻자 “입을 조금 더 벌려주시면…”이라고 답하죠. 일상적인 대사를 새롭고 낯선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정말 고민이 깊었던 신이었어요. 부담스러웠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뱉어야 할 대사였거든요. 끝까지 해답을 찾지 못한 채 그저 최대한 상황적 개연성에 따라 흘러가보자는 마음으로 촬영장에 갔는데, (박)은빈 누나와 그 상황에 진짜인 것처럼 푹 빠져 자연스럽게 신이 완성됐어요. 그렇게 묻는 영우가 정말 사랑스러워 보였고, 눈앞에 있는 상대의 모습이 정말 귀여워서 가능한 연기였어요.
 
“준호의 무의식 속 이상형은 존경할 수 있는 여자이기에 우영우를 존경하고 경외하게 된다”고 밝힌 방영 전 인터뷰를 봤어요. 두 사람의 관계를 여느 로맨스와 달리 존경과 경외의 키워드로 접근한 점이 흥미롭더군요
영우를 처음 봤을 때 왠지 내가 살펴야 할 것 같고, 눈길이 많이 간다고 여겼겠지만 영우가 법정에 섰을 때 남과는 다른 해석으로 분위기의 주도권을 잡고, 판도를 확 뒤집는 모습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겠죠.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고 느끼면서요. 
 
니트 톱과 팬츠는 모두 Celine Homme by Hedi Slimane.

니트 톱과 팬츠는 모두 Celine Homme by Hedi Slimane.

그래서 사랑에 빠진 이후에도 서로 이름을 부르기보다는 ‘변호사님’이라는 존칭을 꼬박꼬박 쓰죠. 그렇다면 실제 당신이 사랑하고 존경하게 되는 사람의 특성이 궁금해지네요
자기관리를 잘하고, 부지런하고, 프로페셔널한 사람. 타인이 아닌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멋있더라고요.
 
〈조선로코 - 녹두전〉의 율무, 〈런 온〉의 영화, 지난해 11월 방영한 단막극 〈딱밤 한 대가 이별에 미치는 영향〉의 민재까지 모두 저마다 사랑 방식을 지닌 남성들을 연기했어요. 강태오는 사랑을 주는 것과 받는 것 중 어느 쪽에 더 익숙한가요
사랑을 받는 쪽이 불편하다기보다는 어색해요. 저는 제가 먼저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편이거든요. 물론 그 감정은 주는 만큼 받을 수 있다고 믿고요. 아직은 ‘잘생겼어요’ ‘잘해요’ 같은 칭찬을 듣는 게 익숙지 않아요. 감사하긴 한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니 부끄럽죠.
 
지금 당신에게 주어진 뜨거운 반응은 그간 차곡차곡 올곧게 걸어온 배우의 길에 대한 보상 혹은 일종의 ‘증명서’처럼 보이기도 해요. 공교롭게도 데뷔 10년이라는 변곡점을 맞으면서요
역시나 얼떨떨해요. 전 변한 게 없는데 갑작스럽기도 하고요. 솔직히 말하면… 기분 좋아요(웃음). 특히 지금까지 애정으로 찍은 작품들과 캐릭터를 다시 꺼내서 챙겨 봐주는 분들이 생겨서요. 열심히 지나온 흔적을 말이죠.
 
지난 작품뿐 아니라 과거의 수많은 댄스 영상과 코믹한 사진도 넘쳐나요.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곳곳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건 참… 제게도 종종 보이는 것들인데요(웃음). ‘이것만은 제발!’이라고 외치며 차마 클릭할 수 없게 만드는 영상들, 각기 춤부터 ‘댄스 담당’으로 자신 있는 척 춤추며 찍힌 기자회견 사진까지, 왜 돌아다닐까 싶은 것들의 조회 수가 10만이 넘어요. 이 흑역사를 10만 명 이상 봤다는 건 꽤 충격적입니다. 발자취를 함께 걸어주는 건 감사한데, 창피해요…. 제가 그렇게 자주 춤추는 사람은 아닙니다. 
 
셔츠와 팬츠, 벨트, 브레이슬렛, 스카프, 부츠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셔츠와 팬츠, 벨트, 브레이슬렛, 스카프, 부츠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아까 화보 촬영하면서도 리듬을 꽤 잘 타던데요
음악이 나오니 분위기를 느끼는 것뿐이에요(웃음). 춤에 대한 자부심은 없습니다. 데뷔 초 서강준, 공명, 유일, 이태환으로 구성된 배우 그룹 서프라이즈 멤버들에 비해 춤을 많이 배웠다는 이유로 그렇게 ‘포지셔닝’된 겁니다. 이후로 어딜 가든 제게 춤을 시키더라고요. 그런데 또 시키면 안 출 수 없으니 열심히 했죠. 그게 이렇게 강렬한 형태로 돌아다니다니.
 
춤 말고 즐기는 취미는요
〈조선로코 - 녹두전〉을 찍으면서 승마를 배웠는데 저와 잘 맞더라고요. 당시 무술 팀 감독님과 지금까지 연락하는데, 가끔 감독님과 말 타러 가요. 
 
니트 톱은 Celine Homme by Hedi Slimane.

니트 톱은 Celine Homme by Hedi Slimane.

당신에게도 우영우의 고래처럼 감정을 환기하거나 마음속 판타지를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있나요
음악인 것 같아요. 기분에 따라 듣는 장르가 휙휙 달라져요. 클래식이나 힙합이 당기는 날이 있고, 발라드도 좋아하고, 또 순수한 마음으로 만화 주제곡을 듣는 날도 있어요. 노래를 듣는 새에 저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옅어지죠.
 
요즘 자주 듣는 음악은? 특히 오늘처럼 조금씩 비가 오는 날에는 어떤 곡이 끌리나요
5인조 록 밴드 낫싱 벗 시브즈(Nothing But Thieves)의 ‘Lover, Please Stay’라는 곡. 제목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서 떠나지 않길 바라는 곡이에요.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내게서 얻어가길’이라는 가사도 좋고요. 애절한 멜로디와 목소리가 마음을 녹이는 느낌이 들어요. 가끔 들으며 훌쩍이기도 하는데, 이 노래는 100번 들어도 싫증 나지 않을 것 같아요. 
 
팬츠는 Dolce & Gabbana.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팬츠는 Dolce & Gabbana.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입대 전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꽤 든든할 것 같습니다
아쉬움보다 든든함이 커요. 만일 아쉬움이란 게 있다면 든든함 속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일 테고요. 자신 있게 ‘잘 다녀올게요’라고 인사를 건넬 수 있어 참 다행이에요. 든든한 한 끼 잘 먹고 가는 기분입니다. 작품이 끝나면 친구들과 여행 가거나 고요하게 시간을 보내려 했는데, 생각보다 이런저런 일정이 많아져 떠나기 직전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생겨 그 또한 다행이에요.
 
셔츠는 Kimseoryong Homme.

셔츠는 Kimseoryong Homme.

어릴 적부터 배우를 꿈꿔왔고, 지금까지 지치지 않고 레이스를 이어왔어요. 강태오라는 사람을 차근차근 걸어가게 만드는 힘은
오늘 화보를 찍으면서도 느낀 거지만 그간 시도해 보지 못한 것에 도전하면서 새롭고 낯선 자신을 발견할 때인 것 같아요. 스스로 가능성을 찾고, 자신감도 생기죠. ‘할 수 있을까’에 관한 의심을 도장 깨기처럼 실현했을 때, 그때 새로운 원동력이 생겨요. 
 
재킷과 팬츠, 포켓 스퀘어, 브로치, 브레이슬렛, 슈즈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

재킷과 팬츠, 포켓 스퀘어, 브로치, 브레이슬렛, 슈즈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

이제 많은 사람이 당신의 다음 스텝을 궁금해합니다. 30대 모습을 어떻게 상상하나요
별다른 상상은 아직 해보지 않았는데요. 30대의 나는 화려함보다 새로움을 안길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시험해 보고 싶어요. 제가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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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전혜진
    사진 강혜원
    스타일리스트 문소라
    헤어 스타일리스트 이혜영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지현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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