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웹스터가 선보인 멋진 신세계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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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웹스터가 선보인 멋진 신세계

페로탕 도산파크 개관전.

전혜진 BY 전혜진 2022.08.31
 
엠마 웹스터의 ‘Field Guide’.

엠마 웹스터의 ‘Field Guide’.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게 됐다
믿기지 않을 만큼 기쁘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은 초현실적 경험에 가까웠다. 내가 새로운 작품을 ‘건축’하는 동시에 페로탕 갤러리 또한 새로운 공간을 지었다. 마치 건축가들이 자신이 직접 지낼 집을 설계하듯 내 작품이 놓일 가상공간을 상상하며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전시 제목 〈Illuminarium〉에서 느껴지듯 당신의 풍경화는 현실이 아닌 또 다른 차원의 세계를 포착한 듯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선사한다. 자연 풍경에 상상력이나 비현실적 요소를 가미하는 이유는
풍경을 논할 때 이제 ‘비현실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기 어려워진 시대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분별한 개입으로 예상치 못한 기후 이상 현상의 나비 효과를 충분히 경험하고 있지 않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조차 인위적이다. 결국 우리가 자연 풍경이라고 얘기하는 대부분은 비현실적이라고 봐도 좋지 않을까.
 
작업 방식도 특별하다. 가상현실(VR)을 통해 디지털 풍경을 생성하고 그 장면을 실제 캔버스에 생생히 옮긴다. 이런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그림자나 반사광 같은 뉘앙스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없을 때 기술은 내 ‘의안’이 돼준다. 현실에서 볼 수 없던 부분을 기술을 통해 새로이 보는 작업은 우리가 기후 변화를 늦추기 위해 미래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컴퓨터 알고리즘은 인간이 어떤 대비를 해야 할지 알려주지만, 그 변화를 실체화하려면 행동이 요구된다. 환경 문제를 다룬 내 작품이 VR이라는 기술을 통해 실체화되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다. 내 작품들은 가상현실에서 물감이란 도구를 통해 확실해지고, 실재하게 된다.
 
엠마 웹스터는 VR로 구현한 풍경을 캔버스에 그린다.

엠마 웹스터는 VR로 구현한 풍경을 캔버스에 그린다.

회화라는 오랜 미술 장르와 가상현실이라는 첨단 요소를 결합하는 과정에 언제부터 관심을 두었나
2020년 팬데믹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피규어와 디오라마(건축물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특정 장면을 연출한 것)를 만들고, 그것을 그리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이어 VR이 빛과 시간의 표현 같은 정물화의 근본적 한계에 실용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림이 새로운 도구를 만났을 때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 탐구하는 일에 흥미가 있다. 또 어릴 적에 본 대부분의 예술품은 박물관에 있었다. 그땐 화가들이 멸종했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이미지를 ‘캡처’하거나 ‘촬영’하지만, 창조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내 그림이 계속해서 캔버스의 창을 확장해 나가길 바란다. 회화 담론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전시로 관객이 어떤 것을 느끼길 바라나
〈Illuminarium〉은 우리가 평소 기대하는 것과 비슷한 풍경으로 시작되지만, 이내 숲길을 벗어나고 곧바로 낯선 경험을 선사한다. 마치 비디오게임처럼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관람객들은 플레이어가 되어 이 풍경을 자신의 서사로 채울 것이고, 이 그림들이 관람객을 통해 어떤 새로운 시각을 부여받을지 나 또한 궁금하다.
 
8월 27일 전시 오픈과 함께 한국에 방문한다. 이곳에서 계획한 여정은
‘갤러리 호핑’을 만끽할 것이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히토 슈타이얼 전시를 보게 돼 기쁘다. 미술 담론과 이미지 정치학을 논한 〈스크린의 추방자들〉은 내 작품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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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전혜진
    COURTESY OF 2022 macksfilms/ emma webster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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