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제일 먼저 물어보고 싶었어요. 혹시 사주팔자를 본 적 있나요
‘대운이 온다’ ‘대박 사주’ 같은 이야기는 못 들어봤습니다(웃음). 예전 일이지만 볼 때마다 다른 말을 들어서 크게 믿지 않아요.
온갖 뉴스 헤드라인이 당신을 ‘〈오징어 게임〉 최대 수혜자’라고 불러요. 이런 표현은 외부의 객관적 평가잖아요. ‘최대 수혜자’라는 표현을 본인은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사실인 것 같아요. 제가 최대 수혜자 맞습니다!
파이핑 장식의 화이트 재킷과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은 모두 Louis Vuitton.
하나만 꼽을 수 없어요. 지금도 매 순간 놀라고 있거든요. 작품이 공개되기 전에는 제 연기에 대한 평가가 굉장히 겁났는데 좋은 평을 받은 것에 놀랐고, 이 시리즈가 전 세계 넷플릭스 오리지널 통틀어 1위를 했다는 것, 지난해 9월 공개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것도 놀라워요. 그런 기록이 하나도 빠짐없이 기사화된다는 것도요! 루이 비통 하우스 글로벌 앰배서더가 된 것과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Screen Actors Guild Awards) 후보에 오른 것도 마찬가지죠(정호연은 인터뷰를 마친 이후 올해 2월 28일 비영어권 작품으로는 최초로 SAG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어쩌면 놀라는 일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당연하지만 카메라 앞에 서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더군요. 배우 정호연으로서 커버 촬영을 하는 것은 그래도 조금 다른 느낌일까요
당사자로서 답하자면, 아니요.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나를 표현한다는 본질은 같기에 모델로서 촬영할 때나 배우로서 촬영할 때 그 방법이 다르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그저 즐겁게 오늘 내가 표현해야 할 걸 표출할 따름이죠.
레이스 디테일의 파니에 드레스와 체인 슬리브리스 톱, 가면 모티프의 선글라스, 오픈 토 앵클부츠는 모두 Louis Vuitton.
루이 비통 하우스 글로벌 앰배서더 선정 이후 첫 국내 매거진 커버 촬영이기도 해요. 원래 루이 비통과 인연이 있죠. 2017 S/S 루이 비통 월드 익스클루시브로 섰고, 2017년에는 캠페인 모델이 되기도 했어요
최근 제게 일어나는 좋은 일 중 상당 부분은 제가 모델로서 쌓아온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루이 비통 앰배서더가 된 것도 니콜라 제스키에르와의 인연, 그동안 쇼에 섰던 경험이 쌓여 일어난 것 같거든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만나는 사람들과 순간에 더욱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지금의 경험들이 축적돼 미래의 내게 어떤 형태로 남을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돌아보면 10년 뒤에 나는 뭘 하고 있을 거야, 어떤 사람이 될 거야 같은 목표를 세운 적이 한 번도 없더라고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며 살아가는 것, 그게 삶인 것 같아요.
화이트 턱시도 재킷과 크리스털 자수가 장식된 베스트,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 볼륨 스커트, 오픈 토 레이스업 부츠는 모두 Louis Vuitton.
모델로 갓 데뷔했을 때도요? 포부를 가지기 좋은 나이였는데요
개인 SNS나 유튜브 영상 댓글만 봐도 당신을 향한 해외 반응이 뜨겁다는 게 느껴지더군요. 왜 사람들이 이토록 좋아하는지 그 현상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요
가장 놀랍고 신기한 부분이에요. 시리즈의 흥행이 전 세계적 사건이 됐다는 것이요! 어떤 사람을 만나든, 어디를 가든 한국이라는 나라가 세상에 더 많이 알려지고 있는 걸 확실히 체감해요. 즐겁고 뿌듯합니다.
새틴 브라톱과 라메 소재의 시스루 드레스는 모두 Louis Vuitton.
‘한류’ ‘K팝’이라는 단어의 한복판에 서게 됐으니까요.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한국 작품에 대해 물으면 어떤 작품을 꼽을 것 같나요
이미 잘 알려진 작품이지만 〈밀양〉과 〈괴물〉을 좋아해요. 그리고 〈태양은 없다〉를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이정재 선배가 이렇게 멋진 사람이라는 걸 알리고 싶거든요.
폭력과 이기가 난무하는 〈오징어 게임〉에서 가장 선하고 이타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 어린 여성 참가자인 새벽과 지영(이유미)이라는 게 마음 아프기도 했습니다. 새벽을 연구하며 “그럼에도 우리는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했죠. 정호연에게 ‘인간적이다’라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인간성이란 건 하나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존재하잖아요. 〈오징어 게임〉은 그런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작품이고, 생존이라는 큰 틀에서 각자가 생각하는 인간성을 캐릭터를 통해 전달했기에 많은 사람이 좋아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저는 새벽이가 특별히 이타적인 캐릭터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각자가 생각하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기준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그래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이성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하지 않았나 싶어요. 상황이 어떻든 이성을 가진 생명체로서 선을 지키자는 의미에서.
레이스 새틴 드레스와 와이드 라펠의 턱스 재킷, 골드 이어 커프는 모두 Louis Vuitton.
이성을 가진 존재로서 극한 상황에서 잃고 싶지 않은 게 있다면
솔직히 장담 못 하겠어요. 저는 ‘상우(박해수)’가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라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상황이 가장 급박한 순간 엘리트로서 계급의식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캐릭터였죠. 저는 정말 싫었어요(웃음)
모두를 대등한 존재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사회계급을 인지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어요. 그래서 상우가 더 현실적이고 캐릭터로서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을 테니까요.
새틴 크롭트 재킷과 테일이 달린 시스루 슬리브리스 톱, 데님 팬츠, 오픈 토 앵클부츠는 모두 Louis Vuitton.
그래서 〈오징어 게임〉은 제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묻는 작품이에요. 이토록 치열한 경쟁과 끝없는 비교 속에서 나를 비롯한 타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어떤 기준을 갖고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누구인지 잊지 말자는 게 작품이 궁극적으로 전하려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어요.
외국인 노동자와 새터민을 인간적인 영역의 등장인물로 꺼내놓았다는 것도 작품의 큰 의의죠. ‘동양인’으로서 정체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던 해외에서 모델로 활동한 4년 남짓한 시간 동안 당신도 스스로 소수자성을 인지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인종적으로는 분명히 소수였지만 오히려 저는 그 시간을 통해 이들 또한 굉장히 노력한다는 걸 느꼈어요. 다양한 인종을 캐스팅하기 위해 노력하고,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는 게 느껴졌죠. 시안에 일본 전통 머리가 있던 화보 촬영이 있었는데, 그걸 본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이건 일본 머리고 호연은 한국인이야”라고 먼저 말해주더군요. 예전에는 ‘동양인’이라는 큰 틀에서 저라는 사람이 존재했다면 이제는 그걸 세분화해서 봐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났음을 느낀 순간이었어요. 어떤 몰이해는 문화에 대한 관심과 정보 부족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그로 인한 실수를 인정하고, 배우고, 수정하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라고 믿어요. 소수자이자 변화의 움직임을 감지한 목격자로서 다름이 배척이 아닌 공존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끼고요. 우리가 사는 세계는 분명 점점 작아지고 있으니까요.
아웃커팅된 데님 재킷과 새틴 브라톱, 로고 패치 디테일의 레더 팬츠, 크리스털을 장식한 아이웨어는 모두 Louis Vuitton.
긍정적 변화를 감지하는 경험을 했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인류는 항상 변화를 추구하며 역사를 만들어가잖아요. 그 과정에서 실수는 당연히 발생하는 것 같아요.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더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그리고 소수자성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테고요.
메탈 로프 디테일의 트위드 크롭트 톱과 모노그램 패치의 데님 팬츠, 화이트 · 블랙 · 그린 컬러 스톤 장식의 B 블로섬 파인 주얼리 링, 골드 브레이슬렛은 모두 Louis Vuitton.
오랫동안 몸담았던 모델 에이전시에서 배우 에이전시로 옮겼을 때 주변에서 여러 이야기를 들었을 것 같아요. 왜 그런 선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나요
배우를 하고 싶다는 사실 하나였어요. 연기하고 싶으니까, 연기 수업을 듣거나 보이스 레슨을 받는 것처럼 목표를 위해 세운 여러 가지 실천 중 하나였죠. 제가 배우라는 직업에 도전할 때도 주변에서 걱정과 응원 등 다양한 반응이 있었거든요. 부모님도 모델로 안정을 찾았는데 갑자기 왜 새로운 걸 하냐고 걱정하셨고요
스스로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확신은 어디에서 비롯됐나요
주변의 조언과 대중의 반응을 잘 살피는 편이에요. ‘아,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걸 인지한 상황에서 책임질 각오를 하고 출발하죠. 그 결정이 크든 작든 간에 결국 제 안에는 불안과 기대감이 항상 공존하더라고요. 주변의 반응도 항상 다양하고요. 그렇다면 결국 내 삶은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거죠.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믿는 무모한 면도 확실히 있지만요(웃음).
화이트 턱시도 재킷과 크리스털 자수 장식의 베스트,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 볼륨 스커트, 오픈 토 레이스업 부츠는 모두 Louis Vuitton.
차기작은 여전히 비밀인가요. 또 한 번의 엄청난 기록 보다 좋은 작품에서 신인배우 정호연의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라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요
완전 비밀입니다! 이 또한 제가 부담을 갖는다고 혹은 갖지 않는다고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 그냥 저는 제 길 가려고요.
“커리어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공부를 한다. 그래서 다음 기회가 왔을 때 준비돼 있으려 한다”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요. 배움은 정호연에게 어떤 기쁨을 주나요
배움은 정말 온갖 곳에 ‘널려’ 있는 것이죠(웃음). 촬영하는 중에 갑자기 깨닫거나, 오늘 만난 누군가의 말에서 뭔가를 배울 수도 있고요. 제가 생각하는 배움은 ‘자세’ 같아요. 내가 무언가를 받아들이려는 열린 마음이요. 물론 구체적인 배움의 행위가 시의적절하게 이뤄지는 경우도 있어요. 배우가 되고 싶어서 연기 수업을 받던 중에 오디션 기회가 생기고, <오징어게임> 촬영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시작한 영어 공부가 지금 큰 도움이 되는 것처럼 축적해 놓은 것을 재화할 기회가 분명히 와요. ‘어떤 순간을 위해 배우고 준비한다’라기보다 ‘항상 공부하고 열어둔다’, 이게 맞는 것 같아요.
데님 크롭트 재킷과 새틴 소재 브라톱, 로고 패치 디테일의 블랙 팬츠, 크리스털 장식의 아이웨어는 모두 Louis Vuitton.
큰 변화를 겪고 나면 지금의 내가 실제 어떻든 사람들로부터 ‘변했다’는 말을 들을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말에 어떻게 대처하나요
‘변했다’는 표현 자체보다 긍정적 변화인지, 부정적 변화인지에 대한 문제로 받아 들이려고요. 제가 만약 부정적 방향으로 변한 거라면 나를 좀 더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한 뒤, 고칠 부분을 고민하게 되겠죠. 긍정적 변화라면 뭐든 좋은 거니까요(웃음).
당신에게 친근한 도시인 서울과 뉴욕에서 각각 좋은 점과 싫은 점을 꼽는다면
저는 두 도시가 굉장히 닮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도시 자체에 내포된 문화는 다르지만 엄청나게 크고, 사람들이 항상 바쁘게 일하고, 쉴 틈 없이 뭔가가 돌아가는 빽빽함 속에서도 찾아보면 한숨 돌릴 자연이 존재하는 오묘한 도시라는 점에서요. 제가 서울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뉴욕을 좋아할 수 있나 싶기도 해요. 누군가는 싫어할 수 있는 혼잡함과 사람들과의 부대낌이 제게는 꽤 소중하거든요. 특히 사람끼리 부단히 부딪히고, 생겨난 문제를 해결하고 또 다음을 향해 나가는 활력이 배우에게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표현해야 할 게 많은 직업이니까요.
시폰 소재를 레이어드한 맥시 드레스와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 오픈 토 앵클부츠는 모두 Louis Vuitton.
내면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패션만이 가진 힘과 즐거움을 사람들이 만끽하는 시대이기도 해요. 정호연에게 패션이 가장 재미있게 느껴질 때는
모델 일을 할 때 제일 좋아했던 것은 화보 촬영이었어요. 꼭 옷을 사랑해서만은 아니에요. 누군가의 시선에는 ‘저게 뭐야?’ 싶을 수도 있는 것들을 제약 없이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재미있었죠. 그런 경험이 있어서 지금도 작품이나 캐릭터에 겁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연기적인 측면에서는 겁나지만 ‘내가 여기에 어울릴까, 안 어울릴까’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죠.
만약 맡게 된 역할의 외적인 설정이 너무 마음에 안 든다면요? 이 의상은 내가 이해한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보여주지 못한다고 느낄 수도 있잖아요
모두가 아닌 것 같다면 그때 대안을 찾아볼 수 있겠지만 저는 항상 만드는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객관적 시선과 판단에 저를 맡겼을 때 새로운 것이 나온다는 그간의 경험을 믿어서요.
가면 모티프의 아이웨어와 레이스 드레스,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은 모두 Louis Vuitton.
오늘 촬영에서 입었던 옷 중 내 스타일로 믹스매치해서 입을 수 있는 아이템도 있나요
재킷 종류 전부! 그리고 슬립 원피스도요. 평소 스웨트셔츠에 청바지를 즐겨 입지만 블랙 슬립 원피스도 좋아한답니다. 취향이에요.
당신을 오래 봐온 사람들은 ‘모델일 때도 열심히 했다’는 말을 꼭 하더군요. ‘열심’이라는 단어가 당신에게 갖는 의미는
맞아요. 저는 어떤 일이든 진짜 열심히 노력해요. 그게 다른 사람들이 이 작업을 위해 기울인 시간과 노력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하니까, 저 또한 책임감을 가져야죠. 체력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열심히 하는 게 정말 힘든 날도 물론 있어요. 그런 날은 ‘열심’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자! 열심히 하자! 어쩌면 이게 제 인생의 가장 큰 좌우명 같아요.
도트 패턴의 실크 블라우스와 리본 디테일의 네크라인 칼라, 화이트 팬츠는 모두 Louis Vuitton.
사람들이 당신의 의견이나 생각,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많이 질문하고, 나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초반에는 제 이야기를 하는 게 부끄럽고 부담도 느꼈다면 지금은 즐기는 것 같아요. 내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한 겁이 조금 사라졌달까요. ‘어디까지 공유해야 할까’ ‘사람들이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두려움은 있지만 최대한 진실되게 말하려고 노력해요. 인터뷰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창구잖아요. 그래도 여전히 어려운 일이죠. 즐긴다고 했던 말은 취소해야겠네요(웃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질문을 받고 있는 정호연이 사람들한테 던지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
음, 여러 가지가 떠오르는데요. 인간의 본성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우리는 어떤 사람들이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보면 좋지 않을까요. 저도 결론이 뭔지 몰라요. 그래서 대화하고 싶어요.
테일 디테일이 달린 시스루 슬리브리스 톱과 모노그램 패치 장식의 데님 팬츠, 레이저 커팅한 레드 컬러 미니 도핀 백은 모두 Louis Vuitton.
‘인간성’이나 ‘본성’에 대한 질문을 자꾸 던지는 이유
옳고 그름의 정의가 점점 극단으로 향하는 세상을 살고 있으니까요. 이런 세상에서는 ‘과연 나는 뭘까?’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건 존재하는 걸까?’라는 고민을 많이 나눌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영화 〈돈 룩 업〉이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 지점도 그거였어요. 지구 종말이 다가오는데 인간끼리 계속 싸우고, 심지어 이걸 정치적으로 활용하잖아요. 살아남아 결국 다른 행성으로 도망간 무리조차 생존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고요. 그런 걸 보면 지금 각자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든 우리가 진정 생각해 봐야 할 문제는 따로 있지 않나 싶은 거죠. 물론 저도 눈앞에 닥친 일을 고민하고 해내기 바쁘지만, 그래도 이렇게 질문받으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거든요.
이제 겨우 29세입니다. 어린 소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고민되는 시기를 조금 더 쉽게 이겨내는 힘이 될 수 있는 말이요
이런 질문이 제일 어려워요! 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가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책임감 있게 해주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지 못했거든요. 그래도 어쨌든 해야 한다면… ‘주위를 둘러보세요.’ 어릴 때는 상대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많이 집중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고 살피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요즘 많이 느껴요. 큰 바깥세상을 챙기라는 말이 아니에요. 가족과 친구같이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라도 나를 벗어난 다른 들을 둘러보면 거기에서 새로운 게 분명 보일 것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데님 크롭트 재킷과 새틴 브라톱, 블랙 레더 팬츠, 앵클부츠는 모두 Louis Vuitton.
모두 정호연의 ‘다음’을 궁금해 하는 가운데 지금 가장 확실한 계획이 있다면
일단 미국 가면 미국식 햄버거를 먹고 싶어요. ‘인앤아웃 버거’를 먹을 겁니다(웃음).
언밸런스한 헴라인의 블랙 케이프와 리본 디테일이 더해진 러플 칼라, 팬츠는 모두 Louis Vuitton.
메탈릭한 라메 소재의 시스루 드레스는 Louis Vui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