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뉴 이어’입니다. 올해 바쁘게 출발하네요
〈해피 뉴 이어〉가 개봉했고, 곧 개봉할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이하 〈해적2〉) 프로모션과 드라마 〈인사이더〉 촬영으로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네요.
〈해적2〉 포스터에서 ‘폭탄 머리’를 한 채 호방하게 웃고 있는 모습만 봐도 벌써 재밌더라고요. 의적단 두목 ‘무치’를 위해 펌을 2주에 한 번씩 했잖아요
처음에는 그 머리가 아니었어요. 사극에서 볼 법한, 머리를 길게 붙인 흔한 조선 남성의 머리였죠(웃음). 무치의 성격을 단번에 드러낼 스타일을 고심했어요. 삭발도, 땋은 머리도 후보였지만 오랜 회의 끝에 그 ‘폭탄 머리’가 탄생한 거죠.
니트 톱과 베레는 모두 Dior. 레더 글러브는 6 Moncler 1017 ALYX 9SM.
티셔츠와 데님 팬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은 Bottega Veneta. 팬츠는 Valentino by MUE. 이너 웨어로 착용한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단일 펌 하나만 해버리면 느낌이 제대로 살지 않아요. 양옆과 가운데는 다이렉트 펌, 나머지 부분에는 포일 펌을 섞어줘야 해요. 아주 예민하고 디테일한 비주얼을 지닌 친구입니다.
간만에 강하늘이 작정하고 선보이는 코믹 캐릭터이기도 하죠. 허세 가득하고, 허술하지만 호방함이 가득한 무치를 연기하며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을 것 같아요
위에서 점프하고 밑에서 기어 나와도 되는, 뭐든 다 되는 친구이니 자유로웠죠. 촬영감독님도 카메라를 고정하지 않고 계속 움직였고, 저도 그에 맞춰 움직이고(웃음)…. 엄청 웃기는 캐릭터라기보다 열심히 하지만 잘 안 풀리는 ‘허당’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 부분을 맛깔나게 살려보려고 했죠.
돌이켜보면 CG보다 사실적인 미장센에 기반한 작품에 더 익숙할 것 같은데
그랬나 봐요. 제주도 바다에서 촬영했지만 실제로 배가 항해하지는 않으니 어떻게 나올지 감을 잡기 어렵더라고요. 꽃이 핀 걸 보고 리액션 할 때 꽃의 화려함보다 더 과한 표정을 지으면 그건 상황에 맞지 않는 연기인데, 과한 표정을 해도 과한 꽃을 넣으면 그만인 게 CG의 매력이죠. 다만 눈앞에 무언가를 보고 나오는 순수한 리액션일 순 없어요. 오히려 진짜 ‘연기한다’는 느낌이랄까요.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이란 캐릭터와 마주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해적2〉의 해랑이라는 여성 캐릭터가 작품 선택의 요인이 되기도 했어요
물론 대본 자체도 재밌고 국내에서 보기 힘든 해적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도 좋았지만, 배를 이끄는 단주인 해랑의 리더로서의 모습이 참 멋졌거든요. 그 옆에 든든히 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자기 뜻이 올곧은 인물들. 저 또한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으니까요. 흔들리지 않을 힘이 있고 뜻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한 모습에 반해요.
프로모션 활동을 보면 해랑 역의 한효주, 막이 역의 이광수와 장난도 자주 치고, 꽤 잘 맞는 사람끼리 모였다는 느낌이에요
광수 형과는 세 컷 이상 찍은 적 없어요. 했다 하면 ‘오케이’고 컷마다 다른 재미가 있었거든요. 효주 누나와도 원 없이 이래저래 싸워봤어요. 물밑에 남아 있는 연기가 많은데, 그중 감독님이 고르고 고른 한 컷만 보는 게 아쉬울 정도로요.
한효주는 당신의 액션을 두고 “현장에서 그냥 ‘팍팍’ 하는 것 같은데 빠르고 시원하게 잘한다. 공부를 열심히 안 하는데 잘하는 사람 같다”고 평가했죠
에이, 그런 사람이 어딨겠어요. 좋게 봐주신 거죠. 그저 무술감독님이 하라는 대로 했어요. 시키면 열심히 하거든요.
이참에 배우로서 자신을 정의하면 노력형인가요, 재능형인가요
음, ‘방치형’이다? 어떤 역할로 어떤 연기를 하게 될지, 어떤 환경일지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요. 제가 하려는 건 그저 동료와 스태프를 믿는 거고요. 믿지 않는다고 바뀔 일도 아니고,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바에야 굳건히 믿어버리죠. 그럼 현장이 재밌어지거든요. 그래서 흥행에 별 욕심이 없어요. 이게 나쁜 뜻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즐거웠으면 그걸로 된 거니까.
티셔츠와 데님 팬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즐거운 배우 생활에 특별한 변곡점이 된 작품이 있나요. 대중적으로 크게 사랑받은 건 〈동백꽃 필 무렵〉, ‘나쁜 놈’으로 욕먹기도 한 작품은 〈달의 연인〉, 연기에 임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었던 건 〈동주〉인 것처럼 저마다 성과가 다르잖아요
〈동주〉는 배우가 아닌 ‘김하늘’의 삶을 바꿨어요. 찍고 나서는 ‘아, 이제 연기 그만해야겠다’ 싶더라고요. 워낙 윤동주 시인을 좋아했고, 지금 내가 표현하는 방식이 맞는 건지 고민할 만큼 잠도 못 잘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오케이’ 사인도 평소라면 그냥 믿어버리면 그만인데, 부담과 걱정에 사로잡혀 삶이 즐겁지 않더라고요. ‘여기까지인가 보다’ 싶었죠. 이후 명상을 통해 극복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즐겁자고 하는 일이니 다시 즐기며 하는 게 답이라는 결론을 내렸죠.
좋든 나쁘든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에 능숙하군요
어쩌면 참 재미없는 사람일지도 몰라요. 하루하루 힘을 주는 건 내적인 동요고요. 스스로 의문을 품고 다가가는 일이 좋아요. 처음에는 연기가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어요. 남들에겐 치열하지 않지만, 스스로는 치열했죠. 내면에 귀 기울이다 보니 연기는 그저 즐겁기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일’이라는 영역으로 틀을 만들고 싶지도 않은, 그저 즐거운 무언가로요.
보통 명상을 거창하게 생각하지만 걷기 명상, 뛰기 명상 그리고 수영 명상도 있어요. 그저 한 가지 일에 몰두해 다른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거예요. 일상에서 청소도, 멍 때리는 것도 포함이죠. 지금 인터뷰하면서도 ‘집에 갈 때 막히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으니까, 명상이고요.
대중은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당신의 모습도 좋아하지만, 창작자들은 ‘강하늘은 악역이 잘 어울린다’는 평을 하기도 합니다. 미묘하게 다른 관점이에요
현장에서 그렇게 악한 면모가 드러났나(웃음)? 순간적인 집중력 같은 걸 보고 얘기하는 게 아닐까요. 아무래도 연기할 땐 지금 인터뷰하는 느낌과는 좀 다르겠죠?
명상을 즐기지만 바이크를 타는 ‘익사이팅’한 모습도 의외죠
폐소공포증 때문에 주로 대중교통보다 자전거를 탔어요. 요즘엔 추워서 바이크를 더 많이 탔고요. 예전에는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하니까 비밀로 했는데 ‘모터사이클병’으로 입대했고, 결국 모든 사람이 제가 바이크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젠 어디서든 말하고 다녀요(웃음).
〈해피 뉴 이어〉에서는 공무원 시험 낙방 5년 차,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재용을 연기했죠. 곽재용 감독이 멋진 캐릭터 사이에서 가장 찌질한 면이 많은 그에게만 자신의 이름을 줬다고요
감독님은 아이처럼 순수한 분이에요. 현장에 개인 카메라를 들고 와서 사진을 찍으시는데, 자신만의 사진첩이 있대요. 재용이는 “내 젊었을 때 얘기”라고 하셔서 웃으며 찍었어요. 진짜 이랬다고?
재용이 지닌 열등감과 패배의식은 강하늘의 단단하고 여유로운 면모와 꽤 거리가 있는 단어가 아닌가요
당연히 제게도 있는 모습이에요. 하지만 언젠가 겪었던 무언가를 연기로 가져오는 편은 아니에요. 답은 늘 대본에서 찾으려 하죠.
당신의 연기 혹은 성품에 관한 믿음에서 나오는 기분 좋은 말도 어떨 땐 자신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게 할 것 같아요
전혀요. 그냥 저답게 사는 모습을 그렇게 봐주는 거라 고마울 따름이죠. ‘강하늘이 어떻다더라’는 말이 있으니 ‘난 흔들리면 안 돼’라며 다그치는 일은 없어요. 늘 말씀드리지만, 저 그렇게 착하지 않아요(웃음). 재밌게 살 뿐이죠. 그저 얼굴 찌푸리는 거 싫어하고, 그래서 다른 사람도 찌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친절하고 다정하지만, 의외로 타인의 생각은 의식하지 않는 사람. 어쩌면 대척점에 놓인 듯 보이는 두 면모가 당신에게는 공존 가능한가요
단순히 보면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저는 내가 즐거워야 일이 쉽게 풀리고, 주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생각의 초점이나 감정의 온도가 바깥보다 자신에게 있는 거죠.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민할 만큼 머리가 좋지 않아요(웃음). 내가 즐거우면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지 않게 돼요. 결국 타인보다 나에 대한 사랑에서 나오는 태도들인 거죠.
사람의 뇌는 부정적이거나 실패한 일을 먼저 떠올린대요. 그래서 ‘예전부터 난 왜 이럴까?’ ‘전에는 안 그랬는데, 지금은 왜 이러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거죠. 하지만 과거의 일을 천천히 떠올려보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웃으며 살아온 시간인지 깨닫게 되거든요. 슬프고 아픈 기억들 말고, 웃었던 일들 위주로 떠올리면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느낄 수 있는 힘이 생겨요.
올해도 당신을 지탱해 줄, 최근 가장 크게 웃었던 기억을 떠올려본다면
한창 촬영 중인 〈인사이더〉에 관한 기억, 특히 학생 때부터 친했던 배우 최대훈 형과 현장에서 놀았던 일을 생각하면 참 웃겨요. 〈화양연화〉를 국내 버전으로 찍게 된다면 양조위는 그가 아닐까 싶은 만큼 매력적인 형인데(웃음). 올해도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자주 만나 웃으며 행복한 기억의 재료를 쌓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