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순간의 실수로 30년된 회사가 날아간 이유_돈쓸신잡 #17 #KT정전 #재테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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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순간의 실수로 30년된 회사가 날아간 이유_돈쓸신잡 #17 #KT정전 #재테크

KT의 유선, 무선 네트워크가 일제히 먹통이 되는 초유의 사건이 터졌다.

김초혜 BY 김초혜 202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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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매달 25일은 특별하다. 월급을 받는 날이기 때문이다. 직장인에게 이날만큼 특별한 날이 있을까. 오전에 계좌로 들어온 돈을 확인했다. 카드값, 보험료 등 크고 작은 비용을 처리했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앱을 켰다. 그런데, 주식 앱이 작동하지 않았다. 몇 번 더 증권사 앱을 켜보려 했지만, 접속이 안 됐다. 다른 앱을 켜보려 했지만, 그 어떤 앱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껐다 켜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네이버에 검색해보려 했지만, 네이버 앱마저 먹통이었다.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인터넷 나만 안 되는 거야?”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점점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그날 오전 11시부터 대략 40분 동안 KT의 유선, 무선 네트워크가 일제히 먹통이 되는 초유의 사건이 터졌다. 그 사이 일상이 멈췄다. 재택근무를 하던 직장인은 영문도 모른 채 일을 중단해야 했고, 식당 결제 시스템도 멈췄다. 배달의민족도 사용할 수 없었고, 주식도 비트코인도 살 수 없었다. 온라인 강의를 듣던 학생은 공부를 멈춰야 했고, 택시에서 내려 요금을 결제해야 하는 사람은 단말기 먹통으로 20~30분간 길거리에서 택시 기사와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문득 지인 한 명이 떠올랐다. 이 사람은 전업투자자다. 꽤 큰 돈을 굴리며 스캘핑(초단타 주식매매)을 하는 투자자다. 이런 투자자는 하루에도 수십번 혹은 수백번 거래를 한다. 이들에게는 단 몇 초의 타이밍이 승패를 가르기도 한다. 나중에 이 지인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물어봤다. 혹시 통신 먹통으로 피해를 보지 않았냐고. 다행히 지인은 그날 하루를 자체 휴가로 삼고 쉬는 중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만약 중요한 거래를 하는 도중 통신이 끊겼다면,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입었을 거라고 말했다.
 
아무리 성공한 사람도 “인생은 쉽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예상할 수도, 대응할 수도 없는 돌발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통신이 끊기리라고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살다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소나기처럼 별안간 우리를 찾아오기도 한다. 당연히 증권 시장에서도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이 자주 일어난다. 단, 한순간의 실수가 거대한 재앙이 되기도 한다.  
  

제이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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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업투자자들이 롤모델로 삼는 일본인 투자자가 있다. BNF(본명 코테가와 타카시)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이 투자자는 전설이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160만엔으로 투자를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220억엔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2000만원 정도의 시드머니로 시작해서 30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셈이다.
 
BNF가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사건이 있다. 2005년이었다. 이 사건은 투자 시장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제이컴 사건’다. 2005년 12월 8일이었다. 한 고객이 증권사를 통해 신규 상장기업이었던 제이컴의 주식 1주를 61만엔에 팔아달라고 매도 주문을 넣었다. 그런데 이 직원은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1주에 61만엔’이라고 입력을 해야 하는데, ‘61만주에 1엔’이라고 잘못 입력한 것이다. 증권사는 곧바로 실수를 알아차렸지만, 하필 그 타이밍에 도쿄증권거래소 전산망에 오류가 발생했다. 그래서 주문 취소가 불가능했다.
 
투자자들은 제이컴 주식이 말도 안 되게 싸게 나오자 어리둥절해 했다. 바로 이 타이밍에 BNF는 제이컴 주식을 헐값으로 사들였다. 증권사는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들의 자본을 투입해 제이컴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그러자 다시 제이컴 주가는 급등했다. 바로 그 타이밍에 BNF는 다시 비싼 가격에 주식을 팔았다. BNF는 이날 단 하루만의 거래로 250억원이라는 차익을 거뒀다. 반대로, 증권사는 이 사건으로 대략 4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플래시 크래시 사건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란 ‘갑작스러운 붕괴’라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붕괴’가 아니라 ‘갑작스러운’이다. 2010년 미국 증시에 바로 이런 사건이 있었다. 5월 6일이었다. 미국 증시 마감 15분을 남겨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다우지수가 10% 가까이 대폭락했다. 아무 이유 없어 벌어진 붕괴였다. 1000조원이 넘는 돈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문제는 한 투자은행 직원의 실수 때문이었다. 매도 주문을 낼 때 화폐의 단위를 잘못 입력한 것이다. 화폐단위를 ‘100만’으로 설정해야 하는데, 실수로 ‘10억’으로 설정을 한 후 매도 주문을 낸 것이다. 이 실수가 나비효과가 됐다. 주식시장은 무수한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세계다. 개인 투자자들은 직접 자신의 손으로 주식을 사고팔지만, 전 세계 수많은 투자사는 증시 움직임에 따라 자동으로 매매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이 수많은 알고리즘이 위에서 언급한 한 직원의 실수에 낚여서 대량으로 주식을 팔아 치운 것이다. 다행히 곧바로 증시는 반등하며 마감했지만, 이 사건이 시장에 던진 충격은 컸다. 단 한 사람의 실수로도 1000조원이 증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맥증권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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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우리나라 사건이다. 금액 크기로만 치면, 위에서 언급한 사건들보다 훨씬 규모가 작지만 결과적으로는 찰나의 실수로 기업 하나가 날아가 버린 케이스다. 
2016년 12월 12일이었다. 한맥증권의 직원이 옵션거래를 하다가 실수를 저질렀다. 옵션거래란 일반적인 주식 투자와는 다르다. 특정한 자산의 미래 가치에 대해 예상하고 거기에 베팅을 하는 파생상품이다. 그리고 초고위험 상품이다. 대박 아니면 쪽박이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서울대 나온 조상우가 빚쟁이로 전락한 이유도 옵션을 하다가 말아먹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옵션은 만기일이 길수록 보상이 크다. 당시 한맥증권 직원은 옵션거래를 할 때 만기일을 365일로 적었어야 헸는데, 실수로 0일로 적었다. 어이없는 실수로 한맥증권은 단 몇 분 만에 500억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이 사건으로 30년 역사를 지닌 한맥증권은 맥없이 무너졌고, 파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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