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자연의 신비란 이런 것인지, 입추가 지나자 그 따갑던 햇볕이 순해지고 아침저녁으론 찬바람까지 솔솔 불어온다. 추위를 많이 타는 친구는 “에어컨 틀긴커녕 얇은 거위 털 이불 꺼냈잖아. 어쩌면 여름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니?”라며 돌변한 날씨를 신기해했다. 며칠 인디언 서머는 있겠지만 9월부턴 본격적으로 가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듯하다. 7~8월에 최고치를 찍는 습도 역시 9월부터 급격히 떨어지는데, 중국 내륙에서 건조한 공기가 곧 도착할 거란 예보를 들었다.
 
많은 사람이 자기 피부에 충격을 받을 때가 바로 이즈음. 갑자기 피부가 버석하고 탄력이 떨어져 보이고 주름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급노화’가 왔다고 호들갑 떨기 전 이 사실을 알아두자. 마치 목욕 때 피부가 탱탱해 보이다 물기가 마르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처럼, 여름 동안 높은 습도 때문에 불어(?) 있던 피부가 건조해지며 원래 있던 잔주름이 드러나고 탄력이 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여름 동안 광 노화가 많이 진행됐거나 피지 분비가 부족해 수분을 잘 잡아두지 못한 건성 피부는 유독 심하게 느낄 수 있다.
 
여름내 쌓인 주름 집중 개선에
 
본격적으로 땅기기 시작하는 건조 피부에
 
인간의 마음이란 연약해서 마법 같은 화장품을 바르면 한순간에 노화가 멈추고 십 년은 과거로 시계를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꿈꾸게 된다. 이맘때면 그 꿈의 재료가 되는 새로운 안티에이징 화장품들이 쏟아져 나와 눈이 휘둥그레지기도 한다. 뭘 써야 가장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식품의약품 안전처에서 기능성 화장품 인증 제도를 운용하는 우리나라에선 일단 ‘주름 개선 기능성 화장품’을 찾아야 한다. 화장품법으로 “제형은 로션제, 액제, 크림제 및 침적 마스크에 한하며, 제품의 효능·효과는 ‘피부의 주름 개선에 도움을 준다”로 정의된 제품들. 주름 개선 기능성 제품이어야만 광고에서‘주름’,‘탄력’, ‘리프팅’ 등의 표현을 쓸 수 있다. 또 화장품이란 자체가 피부 표면에서 ‘도움을 주는’ 것으로 정의돼 있어 피부 깊숙한 곳 진피까지 작용한다는 문구 등은 위법이다. 주름 개선 기능성 화장품이라도‘안티에이징’, ‘노화 방지’ 등 더 강력한 표현을 쓰려면 화장품 표시 광고 실증에 관한 규정에 따라 기능성 화장품 심사 및 보고와 별도로 사실임을 증명하는 시험 자료를 제출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 칼럼 제목에 들어간‘안티에이징’은 편의상 붙인 것이지 아래 소개하는 모든 주름 개선 기능성 제품들이 그렇단 얘기는 아니다.  
 
편리한 사용법에 주름 개선까지
 
 

 
처음 기능성 제품 인증 제도가 시작될 때만 해도 희귀했던 주름 개선 기능성 제품 인증이 요즘은 웬만한 스킨케어 제품엔 붙는다. 마치 모범 답안처럼 주름 개선 기능성 고시 성분-레티닐팔미테이트·아데노신·폴리에톡실레이티드레틴아마이드·레티놀-중 하나를 일정량 이상만 함유하면 인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성분은 시험으로 효과가 충분히 검증된 것들이라, 새로운 성분을 개발하기엔 부담스러운 브랜드들도 쉽게 주름 개선 기능성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치트키’ 같은 것이다.
 
레티놀은 비타민 A이고, 레티닐팔미테이트와 폴리에톡실레이티드레틴아마이드는 비타민 A 유도체로, 피부를 구성하는 콜라겐 합성을 촉진해 잔주름을 없애는 데 도움을 주고 턴오버 주기(피부 세포가 생기고 떨어지는 주기)를 정상화해 여드름이 나기 어려운 피부로도 만들어준다. 폴리에톡실레이티드레틴아마이드는 상품명 ‘메디민 A’라고도 불리는 LG생활건강 개발 성분이며 다른 두 레티놀 계열 성분보다 안정성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대중적으로 쓰이는 건 아데노신이다. 비타민 A 계열 성분과 달리 고농도일 때 피부가 붉어지거나 각질이 벗겨지는 등 자극이 거의 없고 잘 변하지도 않는 뛰어난 안정성 때문이다.
 
주름 개선 성분을 독자 개발해 인증까지 받으려면 오랜 연구와 많은 자본이 필요해 대기업이나 연구소가 기술력을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주름 개선 인증은 아데노신 같은 고시 성분을 일정량 이상 넣어 받고 다른 독자 성분들을 추가한 제품도 많다.
 
더 맑고 탱탱한 피부 결을 위해
 
같은 주름 개선 기능성 제품이어도 강력한 주름 개선 효과에 집중한 것, 보습 등 다른 기능을 하면서 주름 개선 기능은 자극이 없는 수준만 하는 것, 미백, 자외선 차단 등 다른 기능도 조금씩 있는 콤보 세트 같은 제품이 있다. 뭐가 제일 좋다곤 할 수 없는 것이 연령, 피부 상태, 스킨케어 습관 등 개인별 필요에 맞아야 하고 경제 여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대라 집중적 주름 개선보다는 피부 표면이 탱탱해 보이는 정도가 목표면 고농도 레티놀 계열이 아닌, 낮밤 관계없이 쓸 수 있는 아데노신이나 안정화 된 비타민이 든 산뜻한 세럼이나 로션 등을 쓰면 된다. 반대로 집중적으로 주름을 개선하는 제품은 얼굴 전체에는 바르지 말라거나, 다른 레티놀 계열이나 각질 제거 제품을 쓰지 말라거나, 낮에는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르라는 등 제약이 있을 수 있다. 효과가 강력한 대신 자극도 조심해야 한단 얘기. 주름 개선 기능성 제품 따로, 미백 기능성 제품 따로, 강력 보습제 따로 겹겹이 쌓아 올려야만 하는 게 아니라 하나로 원하는 효과들을 조금씩 다 볼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주름 개선과 미백을 한 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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