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메타버스에 올라타

어, 왔니? 지금 가장 뜨거운 주제인 메타버스의 흐름에 올라타.

BY김미강2021.08.16
 
 
요즘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어딜 가나 들리는 마법 같은 단어이자 새로운 흐름으로 급부상한 메타버스. ‘메타버스? 그건 또 무슨 버스야?’ 이동수단인 버스(Bus)로 착각하기 십상인 단어지만 메타버스는 상상 이상의 파급력으로 우리 삶에 침투하고 있으며, 놀라운 성장세에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 공상과학영화에 나올 법한 최첨단 과학 기술이나 미래 이야기, 도무지 친해질 수 없는 극도의 아날로그형 인간이었던 내가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제대로 접하게 된 계기는 고백하자면 주식시장 덕분이다. 매일 습관처럼 청취하는 주식경제방송에서 그간 생소했던 메타버스의 정의와 이에 뒤따를 희망 찬 미래를 설명하며 ‘메타버스 관련주’를 자연스럽게 소개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끊임없이 새로운 테마를 필요로 하는 주식시장에 침투한 신기술 분야라는 생각만 했을 뿐 실체 없는 기대감이리라 가볍게 넘겼더랬다. 하지만 연일 상승하며 존재감을 확장하는 메타버스의 가파른 상승 곡선을 바라보고 있자니, 과연 ‘Bus’가 아닌 ‘Verse’가 전하는 의미는 무엇이며 어떤 잠재력과 영향력을 지녔길래 이토록 급진적으로 우리 삶에 침투하고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발 빠른 이들은 이미 숙지하고 있겠지만 메타버스는 가상과 초월을 뜻하는 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가리키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널리 알려진 VR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3차원의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놀라운 건 메타버스 개념이 이미 30년 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를 통해 처음 등장했다는 사실. 그런데 왜 이제야 ‘메타버스 시대’라 불리는 거대한 흐름이 대두되고 있을까? 돌이켜보면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첫걸음은 늘 위대한 인물에 의해 시작되곤 했다. “우리는 누군가의 비디오 게임”이라고 언급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에 이어 엔비디아 젠슨 황의 발언은 그야말로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예견한다. “미래 20년은 공상과학과 다를 바 없다. 메타버스 시대가 오고 있다.” 이는 1962년 케네디 대통령의 휴스턴 연설인 “우리는 달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가 그랬듯 새 시대의 포문을 연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때마침 전례 없는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일시 정지되며 언택트 수요가 급부상한 점도 메타버스의 영향력이 수직 상승한 이유다. 업무와 휴식, 게임, 쇼핑을 모두 집에서 해결하면서 비대면 시장이 자연스럽게 강화됐고, 이 과정에서 SNS와 유튜브 등 현실의 내가 아닌 ‘또 다른 자아’의 실현 욕구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아닌 또 다른 나, 〈놀면 뭐 하니?〉 속 유재석의 ‘부캐’ 유행은 그저 우연은 아닐 것이다. 이처럼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많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메타버스 세계에 스며들기 시작했는데, 주식시장만큼이나 늘 새로운 테마와 기대감에 목마른 패션 업계가 메타버스라는 잠재적 금광을 놓칠 리 없다. 오히려 빠져나갈 새라 단단히 붙들고 MZ세대의 새로운 소통 창구가 된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해 브랜드 가치는 높이고, 진입 장벽을 낮춰가면서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오랜 시간 게임을 비롯한 가상세계에 지속적인 애정을 내비친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RPG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버추얼 캐릭터를 위한 의상과 캡슐 컬렉션을 함께 출시해 완판 기록을 세웠다. ‘모여라 동물의 숲’ 역시 유구한 역사를 지닌 패션 하우스가 젊은 세대와 활발히 소통하는 매개체가 돼주는데, 발렌티노와 마크 제이콥스는 동물의 숲 ‘마이 디자인’으로 신제품을 선보였다. 최신 컬렉션을 착용해 보는 것은 물론 탐정 게임, 브이로그 촬영 등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제페토’ 속 ‘구찌 빌라’는 가장 성공한 메타버스 마케팅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외에도 버추얼 게임으로 새 시즌 컬렉션을 소개한 발렌시아가 등 미래의 잠재 고객인 MZ세대를 과감히 영입하고 기존 사업 모델을 디지털로 파격 개편하는 메타버스적 행보가 연이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직접 들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구찌 디오니소스 백이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4115달러에 판매됐다는 소식은 가상세계와 현실이 나란히 공존하고 있다는 상징적 이슈로 화제를 모았다. 이는 제페토와 동물의 숲에서 가상의 아바타를 꾸미는 패션 아이템이 저렴한 ‘게임 아이템’으로 활발히 거래된 점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 주목할 만하다. 가상세계의 또 다른 자아를 위해 실제 구찌 매장보다 더 비싼 값을 지불하고 가방을 구매하다니! 30대 중반의 에디터에겐 ‘굳이 왜?’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현상이었지만, 이미 MZ세대에게는 가상세계가 곧 현실로 통할 만큼 세상이 급변했다는 얘기다. 네덜란드 스타트업 ‘파브리칸트’ 역시 실제로 입을 수 없는, 오로지 가상현실에서만 존재하는 디지털 쿠튀르 드레스를 9500달러에 판매했다. 
 
비현실적인 공급 앞에 놀랄 만큼 실제적 수요가 뒤따르는 현상이라니! 들 수 없는 가방, 신을 수 없는 신발과 입을 수 없는 옷….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 머리가 아플 지경인 메타버스의 거대한 파도는 이미 젊은 세대를 넘어 모든 이의 일상을 촘촘하게 장악하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철저히 아날로그 인간이라 여겼던 내 일상조차 돌이켜보면 이미 메타버스 급행열차에 탑승해 있음을 깨닫는다. 비대면으로 새 시즌 패션 위크와 프레젠테이션을 감상하고, 팀원들과 ‘줌’으로 회의하며, 나의 신체 사이즈를 입력한 정보에 맞는 룩을 추천해 주는 앱으로 쇼핑을 즐기고,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또 다른 자아로 소통하면서 AI 아이돌 ‘에스파’의 신곡을 감상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미 우린 20년 전 ‘싸이월드’에 미쳐 있지 않았나. ‘도토리’를 아낌없이 쓰며 내 취향이 담긴 음악을 구입하고 아바타를 꾸미는 데 진심이었던 그 시절 말이다. 2000년대의 인터넷 혁명, 2010년 모바일 혁명을 거쳐 비로소 우리는 메타버스 시대에 당도했다. 가상과 현실의 공존이 보다 뚜렷한 실체를 나타내며 영향력을 확장하는 이때, 민첩하고 기민하게 메타버스 시대에 대처하는 패션 브랜드의 활약이 보여주듯 조용히 지켜보기보다 이 흐름에 탑승해 보길 권한다. 이 거대한 파도가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는 알 수 없지만, 보다 높은 곳에서 새로운 감각에 집중하다 보면 이제껏 본 적 없는 신세계와 마주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