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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효하는 여자들_요주의 여성 #25

2020 도쿄 올림픽을 ‘올림픽답게’ 만들고 있는 여자 영웅들.

BY김초혜2021.07.30
‘올림픽 안 열렸으면 어쩔 뻔 했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우여곡절을 겪고 우려 속에 막을 올린 2020 도쿄 올림픽. 비록 관중석의 함성은 빠졌지만 세계 선수들의 아름다운 도전과 스포츠 정신이 빛나는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있습니다. 지난 5년 사이 달라진 세상과 성평등 의식은 올림픽에도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특히 여성 참가 비율이 48.8%로 역대 올림픽 중 가장 높다는 이번 대회는 확실히 여자 선수들의 활약이 전보다 더 눈에 들어옵니다. 결과에 상관없이 땀 흘린 선수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구태의연한 성차별적 용어를 사용한 보도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등 우리가 경기를 즐기는 방식도 조금 달라짐을 느낍니다. 올림픽을 올림픽답게 만들고 있는 여자 영웅들에 관하여.  
 

#유니폼을 선택할 자유  

하반신을 덮은 새 유니폼을 선보인 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 @GettyImages

하반신을 덮은 새 유니폼을 선보인 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 @GettyImages

누구나 편한 유니폼을 입을 자유! 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의 ‘새 옷’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포츠계에 만연한 여성 선수들을 향한 성적 대상화에 반대하며, 하반신을 드러낸 원피스 수영복 형태의 기존 유니폼 대신 발목까지 다리를 덮은 새 유니폼 ‘유니타드’를 선보인 것이죠. 대표팀 소속의 엘리자베스 세이츠 선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여성이 무엇을 입을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응답이라도 하는 듯, IOC의 보완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번 대회 TV 중계에서는 선수들의 복장이나 신체 부위를 강조하는 화면은 없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반가운 변화의 물결!
 

#나이는 숫자일 뿐이야

스케이트보드 스트리트 부문 금메달리스트, 만 13세의 니시야 모미지 @GettyImages

스케이트보드 스트리트 부문 금메달리스트, 만 13세의 니시야 모미지 @GettyImages

올림픽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올림픽은 2000년대에 태어난 신예 선수들이 속속 메달을 획득하며 열풍을 일으키는 중. 올해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스케이트보드 여자 스트리트 부문 금/은/동메달은 모두 10대 선수들의 차지가 됐습니다. 에어팟을 끼고 춤추듯 난간을 타는 소녀들의 자유로운 몸짓과 미소가 얼마나 눈부시던지! ‘노장’이라 불리는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도 감동을 선사합니다. 무려 29년간 8번의 올림픽에 출전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체조 선수 옥사나 추소비타나(46)의 마지막 연기에 후배 선수들은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우리의 17세 탁구 스타 신유빈과 맞붙은 관록의 명장 니시아리안(58) 선수가 경기 후 남긴 메시지도 화제가 되었죠. “오늘의 나는 내일보다 젊습니다. 계속 도전하세요.”  
 

#난민 대표팀의 굳센 의지  

난민팀으로 출전한 키미야 알리자데 제누린 선수 @GettyImages

난민팀으로 출전한 키미야 알리자데 제누린 선수 @GettyImages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결성된 올림픽 난민팀은 23일 개막식에서 오륜기를 들고 두 번째로 입장했습니다. 전쟁과 폭력, 억압을 피해 고국을 떠난 이들의 용기 있는 도전은 삶을 변화시키는 스포츠의 힘을 증명하는 동시에 전 세계 강제 실향민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11개국 출신 난민 29명으로 꾸려졌으며 그 중 세 명의 선수가 태권도에 출전해 눈길을 끌었죠. 히잡을 벗은 이란 출신 선수 키미야 알리자데 제누린은 16강전에서 영국의 금메달리스트 제이드 존스를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준결승전까지 오르는 투지를 보여줬습니다.
 

#대한민국 여자 국대 파이팅  

펜싱 에페 단체전에서 감동의 은메달을 획득한 최인정, 강영미, 송세라, 이혜인 @GettyImages

펜싱 에페 단체전에서 감동의 은메달을 획득한 최인정, 강영미, 송세라, 이혜인 @GettyImages

대한민국 여성 국가대표 선수들의 활약에 박수를! 메달 색에 상관없이 한 명 한 명이 보여주는 불꽃 같은 투지와 품격 있는 스포츠인의 모습이 우리 가슴을 벅차오르게 합니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9연패 역사를 이룬 양궁 단체 3인방 강채영 장민희 안산, 아쉽게 금메달을 놓치고도 상대 선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태권도 이다빈, 한국 신기록을 달성한 역도의 함은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저력을 보여준 펜싱 에페 대표팀의 최인정 강영미 송세라 이혜인, 이 밖에도 당당히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고 한 마음으로 도전 중인 여자 농구, 배구, 핸드볼 선수들… 힘껏 뛰어오르고 질주하고 포효하는 여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쾌감과 에너지가 느껴지는지! ‘의지’ ‘인내’ ‘투지’ ‘용기’ ‘도전’ 이런 말들이 한쪽 성별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는 걸 우리는 이제 분명히 압니다. 절반쯤 달려온 올림픽, 남은 시간 동안에도 그들의 도전을 목소리 높여 응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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