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됐다. 팬데믹으로 가뜩이나 우울했던 심신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는 신호기도 하다. 흐리고 비 오는 나날이 계속되면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활력을 주는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가 확 줄 뿐 아니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더 많이 분비돼 기분이 처지면서도 짜증스럽고, 관절, 근육 등 평소 아팠던 곳은 더 아프게 느껴질 수 있다. 신체의 균형이 깨지면서 휴식의 호르몬인 멜라토닌도 잘 분비되지 않아 밤이 돼도 잠은 쉽게 오지 않고 자도 개운하지 않다. 한마디로 ‘장마 우울증’과 만성피로에 사로잡히기 쉬워지는 것이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부정적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보자. 가장 즉각적으로 본능을 일깨우는 건 향이다. 향에 대해선 인간의 유전자에 고도로 집적된 백과사전이 존재한다. 원시 자연에서는 썩은 고기의 악취를 맡고 먹지 말아야 한다고 느꼈을 것이고 물비린내가 나면 마실 물이 가깝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코로 들어온 향은 뇌에 신호로 전달돼 즉각적인 신체 반응을 일으킨다. 향료 중엔 최음 효과를 내는 것도, 임신 중 쓰지 말아야 할 것도 있을 만큼 작용이 강력해서, 잠시 기분을 바꾸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다.
홋카이도나 프로방스의 전통적인 호텔에선 로비에 은은하게 퍼져 있는 아로마를 느끼며 휴양이 시작되기 마련이다. 향기로운 목욕 후 정성스런 마사지를 받고, 상쾌한 침구에 기대 따뜻한 허브 티 한 잔을 마시는 자신만을 위한 경건한 의식, 장마철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기분이 축축 처질 때, 피곤함이 가시지 않을 때는 생동감이 뿜어져 나오는 과일과 잎향이 필요하다. 보통 레몬, 탠저린, 라임, 그레이프프루트 등 감귤 열매 향이 즉각적으로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베르가모트, 버베나, 페퍼민트, 타임, 시트로넬라 등 향이 톡 튀는 허브는 몸의 넓은 부위에 쓰는 제품에 포함됐으면 시원한 느낌이 들며 정신이 깨어나게 한다. 입욕보다는 체온에 가까운 미지근한 물로 ‘파워 샤워’하고, 마사지 제품은 조금 강한 압력으로 쓰는 게 좋다.
풀리지 않는 문제로 답답할 때, 집안에서 곰팡내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할 때 눈앞이 어떤 풍경으로 바뀌면 좋을까? 많은 이가 푸르름 가득한 초원이나 숲속에서 치유의 정령이 은혜를 베풀어주기를 바랄 것이다. 유칼립투스, 사이프러스, 로즈마리, 녹차, 편백 등 진한 초록이 떠오르는 향은 고농도일 때 실제로 항균작용이 강력하다. 세균과 곰팡이가 뿜어내는 음습한 독소와는 정반대, 정화의 에너지가 있는 것이다. 집 안 구석구석 뿌리거나 향을 퍼뜨리는 제품이 있으면 금세 악취를 덮을 수 있고 스킨케어 제품으로도 잠시동안 숲속을 거닐 수 있다.
여름이지만 스산한 장마철 밤, 하루를 평화롭게 끝내고 싶을 때, 스트레스받은 심신을 쉬게 하고 싶을 때 효과적인 진정의 힘이 있는 향에 기대 보자. 가장 대중적인 것은 오래된 나무에서 나는 시더우드, 샌달우드 등 우디 계열 향이지만 네롤리, 라벤더, 베티버, 캐모마일, 일랑일랑 등 잎, 꽃, 뿌리 향도 진정 작용이 있고 몰약, 유향, 앰버, 머스크 같은 동식물의 진액은 그에 더해 밤의 세계로 떠나고파지는 관능적인 기분까지 들게 한다. 따뜻한 물에 입욕하고 차를 마시며, 조명은 어둡게 하거나 끄고, 피어오르는 촛불을 바라보면 최면 같은 진정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솝 아더토피아 오 드 퍼퓸 - 유향과 스파이스가 어우러져 파도에 흔들리는 낡은 보트를 연상시키는 흙내음과 우디 노트 미라세티, 스파이스, 우디, 스모키 베이스로 지중해 해안에서 자라는 식물을 연상시키는 카르스트, 꽃향과 흙내음에 파우더리한 머스크가 비 내린 뒤 도시를 연상시키는 에레미아 3종으로 출시된 오드퍼퓸. 각 50mL 2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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