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료가 비싸서라는 설도 있지만 한민족이 예로부터 흰 옷을 좋아했다는 기록은 사서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중국 〈수서〉, 〈당서〉에 이미 신라 사람은 흰옷을 좋아한다는 대목이 있고, 조선 세종·성종 때 학자 서거정(1420~1488)은 〈필원잡기〉에서 고려 충렬왕 때 태사국이 오행을 언급하며 흰옷을 입는 걸 금하기를 주청했다고 썼다. 조선시대에도 갖가지 이유를 들어 여러 차례 흰옷을 금하려 했지만 민간에서의 인기는 도저히 막을 수 없어서 빨래하는 아낙들은 잿물을 만들고 옷이 눈처럼 희게 될 때까지 표백하는 노동까지 더해야 했다. 한민족은 아시아에서도 평균 피부 톤이 가장 밝은 그룹인데, 흰색을 입었을 때 환하게 안색이 사는 효과 때문에 위법과 노고를 감수하면서까지 고수하지 않았나 싶다.
드미어 점프 수트 - 폴리에스터와 면에 리넨 약간이 혼방된 소재라 흰색이지만 실용적인 편.
현재도 눈부신 흰옷은 여름의 소소한 사치 같은 것이다. 빙수, 떡볶이 등 간식 먹을 때 아주 조심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튀어 버리고, 땀 흘린 줄 모르고 며칠만 빨래 바구니에 둬도 섬유 깊숙이 누런 얼룩이 파고든다. 실수로 묻은 얼룩은 즉시 화장실에 가서 그 부분만 빨고, 특히 화장품 같은 지용성이면
비누나 핸드 워시로 지워야 한다. 순면, T/C 같은 알칼리에 강한 소재면 이후 집에 와서 산소계 표백제나 과탄산나트륨을 녹인 50도 이상의 뜨거운 물에 20분 정도 담가 표백한 후 미온수에 가루 세제나 약알칼리성액체세제(세탁력을 강조하는 액체 세제)로 빤다. 염소계 표백제인 락스를 쓰려면 먼저 빨래를 한 후 찬물에 정량을 희석해 10~20분 담그고 헹궈 건조한다. 흰 셔츠라면 칼라와 소매에 전용 세제를 먼저 바르고 한동안 방치하거나 표백 비누로 애벌빨래 후 세탁기에 넣는 걸 습관화하는 게 좋다. 찌든 때가 누렇게 변색하는 걸 막을 수 있다.
「 청량감의 상징, 리넨 소재는 섬유 유연제 없이 물빨래
」 최고의 흡습성과 청량감으로 여름 하면 떠오르는 섬유 리넨, 과거엔 전문점에서 취급할 만큼 흔하지 않은 소재였지만 요즘은 SPA 브랜드들에서도 쉽게 리넨 100% 또는 혼방 소재 제품을 살 수 있다. 왠지 관리가 까다로울 것 같지만 몇 가지만 익혀 두면 평생 여름마다 입을 수 있는 좋은 소재기도 하다.
리넨은 기본적으로
물과 친한 섬유라 드라이클리닝이 필요 없다. 약알칼리성인 일반 액체 세제로 빨아도 큰 문제는 없지만, 자칫 너무 거칠어지거나 줄어든 느낌이 날 수 있어
중성, 약산성 세제가 안전하다. 단, 울 전용 중성세제가 아닌 일
반 빨래용 액체 세제인데 액성이 중성, 약산성이라고 표기된 게 좋다. 세탁기 수류 역시 너무 강력하지 않은 코스를 선택한다. 물은 미온수인 40도나 여름철 수돗물 정도가 좋고 건조기로 말릴 때도 저온이어야 한다. 잘못 빨아 리넨 옷이 확 줄었으면 섬유 사이 공간 문제라서 다시 물에 담가뒀다 가볍게 물을 짠 후 잘 털어서 말린 후 입으면서 어느 정도 다시 늘릴 수 있다.
다림질은 물기가 다 마르지 않았을 때 중간 온도로 한다. 흰색, 밝은색은 표백도 가능하지만 뻣뻣해지는 것과 물이 약간 빠지는 건 감수해야 한다.
「 얇고 하늘하늘한 옷, 소재는 다 다를 수 있다
」 여름 옷 중엔 얇고 하늘하늘한 소재가 참 많은데 소재는 서로 전혀 다른 것일 수 있다. 저가라면
폴리에스터일 확률이 높다. 입어 보면 통풍이 잘 안 되고 달라붙는 경향이 있다. 섬유 자체는 튼튼하지만 얇게 짠 직물이면 세탁 마찰에 찢어질 수 있어서
아주 약한 수류로 빨거나 세탁 망에 넣어 일반 세제로 빨면 된다. 단, 열에 약하니 물과 건조기, 다림질 모두 고온을 피한다. 중가라면 비스코스, 모달 같은 재생섬유일 수 있는데 비스코스면 물에 젖었을 때 강도가 확 떨어진다. 드라이클리닝하거나 세탁 망에 넣어 아주 약하게 빨아야 한다. 고가라면 시폰, 오간자 같은 실크일 확률이 높은데 물세탁이 매우 까다롭다. 손빨래, 섬세한 섬유용 중성세제로 조심스럽게 빤다 해도 자칫 뻣뻣해지거나 광택을 잃을 수 있으니 드라이클리닝 맡기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 둘 이상을 혼방한 소재도 많은데
더 약한 쪽 세탁법을 따른다. 무엇보다 섬유 조성과 세탁 표시를 먼저 확인하고 그대로 따르는 게 좋다.
「 화려한 무늬 있는 옷은 부위별로 세탁법을 다르게
」 물세탁이 가능하면서 색이 진한 옷은 색을 보호해 주는 액체 세제로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빨면 되지만 진한 색과 밝은색이 어울린 무늬 옷은 세탁법이 복잡해진다. 대표적인 게 여름의 상징인 보더 스트라이프 티셔츠. 마린 풍이라 시원한 느낌이 들어 나 역시 즐겨 입는데 약알칼리성에 표백 기능까지 있는 강력한 세제로 빨면 흰 부분은 깨끗해지지만 진한 색 무늬 부분이 바래기 쉽고, 중성세제로 빨면 흰 부분이 새하얗게 되지 않는다.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옷이면
목 둘레와 겨드랑이처럼 땀 얼룩이 생기기 쉬운 부분을 세제 소량이나 세탁비누로 애벌 빨래한 후 염색 보호 기능이 있으면서
세탁력도 어느 정도 강한 액체 세제로 전체를 빠는 게 최선책. 세제를 많이 쓰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그러면 섬유가 손상되거나 탈색이 일어나기 쉬워서 표기된 정량을 쓰는 게 아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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