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프렌즈 제작자가 카메라를 들기로 한 이유. 이건 꼭 봐야해! 다큐멘터리 #누렁이

유튜브에서 무료 개봉한 영화 #누렁이 가 전하는 아주 본질적인 질문.

BY이마루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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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렁이〉 제작자 케빈 브라이트. 부인 클라우디아 그리고 한국에서 입양한 반려견 호프, 오스카와 함께. 사진은 Dori Fitzpatrick

〈누렁이〉 제작자 케빈 브라이트. 부인 클라우디아 그리고 한국에서 입양한 반려견 호프, 오스카와 함께. 사진은 Dori Fitzpatrick

 
‘이제는 결정해야 할 때입니다.’ 6월 10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누렁이〉(보러 가기) 를 감상하기 위해 검색 창에 ‘누렁이’를 검색하면 맨 상단에 등장하는 영화와 함께 다음과 같은 제목의 영상들이 나온다. ‘그날 황구는 끝까지 주인에게 꼬리를 흔들었다' '파도를 맞으면서도 누렁이가 갯바위 끝에 남아 있는 이유’ ‘양봉장에 숨어 사는 누렁이’…. 한국의 시골 개. 누구나 친근함을 느끼지만 정작 도시의 일상이나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 그 수많은 개를 통칭하는 단어, 누렁이. 놀랍게도 다큐멘터리 〈누렁이〉 제작자는 케빈 브라이트로, 우리에게는 시트콤 〈프렌즈〉 제작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한국 사람들조차 개고기 산업에 대해 굉장히 파편화된 정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큐멘터리 제작을 결심한 그는 한국의 개 농장에서 구출된 반려견 오스카, 그리고 호프와 함께 살고 있다. 〈누렁이〉의 놀라운 점은 개 농장주부터 대학 영양학과 교수, 국회의원, 수의사, 동물보호 운동가, 훈련사, 유기견 입양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과 입장을 모두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에 발의됐으나 현재 계류 중인 ‘개고양이식용금지법’ 통과 촉구를 위한 집회는 매주 금요일 오후 2시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정문에서 개최되고 있다. 영화 〈누렁이〉로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진 케빈 브라이트와의 인터뷰.
 
‘도브(DoVE: Dogs of Violence Exposed) 프로젝트’의 공동 운영자인 한국계 미국인 태미 조 저스맨의 시점에서 영화가 시작한다. ‘도브 프로젝트’와 당신의 인연은
도브 프로젝트는 한국 개 농장에서 구조한 개들을 미국 가정으로 입양 보내는 프로젝트다. 아내 클라우디아 브라이트와 〈누렁이〉에 등장한 한국계 미국인 태미가 이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 운영하고 있다.  두 사람은 〈누렁이〉 영화의 총괄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누렁이〉 제작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개고기 산업에 대한 정보가 예상보다 일관되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개고기를 둘러싼 산업과 소비가 법률 안에서 합법적인지 아닌지,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개가 식용으로 쓰이는지, 또는 한국에 얼마나 많은 개 농장이 있는지, 식용견과 반려견이 구분돼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수년에 걸쳐 70여 분의 다큐멘터리영화를 제작했다. 한국과 미국의 스태프들이 어떻게 꾸려졌는지
제작자와 촬영감독은 전체적인 기획과 연출을 위해 미국에서 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작팀 대다수를 한국인으로 구성하려고 노력했다. 이 문제를 외부에서 바라본 시선으로 다루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태미가 영세한 개 농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장면을 견디기 어려웠다. 무엇을 보게 될지 몰랐던 무방비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토록 많은 개가 그렇게나 비위생적이고 비좁은 우리에 갇혀 있는 걸 보면서 과연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개들이 이런 환경에서 자라는 것을 알까 싶었다.
 
 
한국의 유기견을 새로운 가족을 맞이한 도브 프로젝트의 회원들이 〈엘르〉를 위해 소중한 사진을 보내왔다.

한국의 유기견을 새로운 가족을 맞이한 도브 프로젝트의 회원들이 〈엘르〉를 위해 소중한 사진을 보내왔다.

개들의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철망으로 바닥을 만든 ‘뜬 장’이 미국에도 있나
불법 개 사육장이나 희귀 동물을 모아둔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다. 뜬 장 밑바닥은 철사로 만들어져 개의 발바닥에 상처를 입히고, 움직임을 제한하기 때문에 다리 근육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다. 영화에 나오는 기업형 개 농장에서는 기르던 개 다리 근육이 약해 보이자, 농장 관리자들이 개를 우리 밖으로 꺼내 산책시키는 걸 보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양한 입장을 그리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개를 좋아해서 키우다 보니 개 농장을 하게 됐다는 개 농장 업자, 나이 든 반려견을 키우지만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는 경동시장의 개고기 업체 주인 같은 인물에서 어쩔 수 없는 아이러니가 느껴졌다
개고기에 대한 의견이 같지 않다고 해서 그들을 나쁜 사람이라고 여기진 않는다. 특히 개소주 업체 주인은 반려견 요크셔테리어를 정말 사랑했는데, 그의 직업은 개에 대한 사랑과 충돌하는 지점에서 공존하고 있었다. 개고기 박사로 잘 알려진 안용근 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개고기 산업에 대한 사실을 정확히 알려서 한국인 스스로 개고기 소비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고 믿는 우리의 취지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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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브 프로젝트 회원들과 구출된 식용견들의 행복한 모습들

도브 프로젝트 회원들과 구출된 식용견들의 행복한 모습들

 
처음에는 개를 도살하고 먹는 장면을 과연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계속 보다 보니 놀랍게도 정말 ‘고기’처럼 여겨지기도 하더라. 개고기 식용 금지에 대한 논점은 육식 문화 자체에 대한 논의로도 이어져야 할까
개인적으로 지금의 축산업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축들로 인한 어마어마한 양의 메탄 폐기물은 기후 변화 문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이자 토양 오염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닭이나 돼지, 소는 개처럼 훈련돼 인간과 위생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반려동물 개념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개가 전기 도살당하는 장면도 나온다. 어린 시절 동네 아저씨들이 개를 목매달아 죽이는 광경을 본 적 있지만 식용견이 지금 어떻게 죽임을 당하는지는 몰랐다
어떤 동물이든 감전시켜 죽이는 것은 굉장히 끔찍한 방법이다. 미국에서 감전을 통한 사형은 법으로 금지될 정도다. 전기 도살은 정말 비인도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펫 숍 문화도 잠시 언급되지만 미국 또한 기술적으로 품종견을 결합한 브리딩 산업이 발전돼 있기도 하다. 현재 미국에서 동물복지에 대해 주요하게 논의되는 것이 있다면
자연 발생으로 내버려두기에 이미 개들의 개체 수가 너무 많다. 도브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데려오는 개들은 모두 중성화를 하는데, 교배시킬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유명해진 〈타이거 킹〉에 나온 동물원의 이색 동물이나 미국 전역의 퍼피밀(강아지 공장)에서 대량 교배를 거친 품종견의 복지에 대한 논쟁이 미국에서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반려견과 식용견을 구분짓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도브 프로젝트 회원들이 보내온 사진들

반려견과 식용견을 구분짓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도브 프로젝트 회원들이 보내온 사진들

 
‘도브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까지 800여 마리의 개가 미국에서 새로운 가족을 찾았다. 올해도 한국계 배우 아콰피나, 영화 〈미나리〉의 아역 스타 앨런 킴이 한국에서 유기견을 입양했고, 해외 입양 비용 마련을 위한 모금과 이동 봉사가 끝없이 이뤄진다. 반려견 문화를 둘러싼 양국의 이런 연결 고리는 어떻게 가능할까
우선 모금 활동과 이동 봉사에 참여하는 한국의 개개인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이들이 없었다면 이런 프로젝트들이 이렇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을 테니까.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은 견고하게 구축된 연결 고리를 이어오고 있다. 각종 미디어에서 주인공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 곧잘 묘사될 정도로 미국은 반려견과 함께하는 문화가 역사적으로 정착돼 있다. 한국에서도 점점 개의 문화적 위상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브 프로젝트 회원들이 보내온 사진을 보고 감동 받았다. ‘한국 시골 개’인 믹스견들이 새 보호자와 실내 생활을 하고 산책하는 모습을 보면 식용견과 반려견 구분이 과연 가능한가 싶다
미국에서는 반려견 입양을 고려할 때 유기견을 입양해야겠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사람이 계속 많아지고 있다. 한국의 개들을 데려오는 이유도 미국 유기견 보호소에서 가족을 찾는 이유와 근본적으로 같다. 그저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다.
 
한국의 ‘개식용 문화’를 다각도에서 다룬 영화 〈누렁이〉.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한국의 ‘개식용 문화’를 다각도에서 다룬 영화 〈누렁이〉.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한국의 ‘개식용 문화’를 다각도에서 다룬 영화 〈누렁이〉.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한국의 ‘개식용 문화’를 다각도에서 다룬 영화 〈누렁이〉.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개 식용 철폐를 외치는 사람과 대한육견협회를 비롯한 산업 종사자, 두 집단의 공통점은 정치적 움직임을 기대한다는 것이었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표창원 의원과 현재 환경부 장관인 한정애 의원이 등장하던데
명확한 법적 기준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개고기는 식품으로 분류되지 않아 식품안전기준이 적용되지 않지만 한국에서 ‘보신탕’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된다. 합법도 불법도 아니기 때문에 법적 규제가 모호한 셈이다. 개 식용을 합법화할 것인지, 그렇다면 어떤 환경에서 기르고 도축할 것인지 등 활발한 사회적 논의의 재점화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유다.
 
〈누렁이〉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한국 관객들로부터 들으면 가장 보람 있을까
스토리텔러이자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한국 사회에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개고기 이슈에 대해 여태까지 해왔던 대로 계속해나갈 것인지. 한국 관객들이 〈누렁이〉를 보고 나서 개고기 산업의 현실을 알게 되고, 앞으로 더 고민해야겠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충분히 기쁠 것 같다.
활짝 웃고 있는 도브 프로젝트 회원들

활짝 웃고 있는 도브 프로젝트 회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