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보인 커버 곡 영상이 참 좋았어요. 노래를 잘하는 건 알았지만 듀엣 곡은 새롭더군요
커버 곡을 1년에 한 번씩은 보여드리려고 노력해요. 마침 악뮤(AKMU) 수현이도, 저도 듀엣으로 불러보고 싶었던 곡이 있었던 거죠. ‘Text me merry christmas’는 수현이가 ‘언제쯤이면’은 제가 고른 곡이에요.
다른 세븐틴 멤버들과 촬영했던 2019년 11월호 화보에 담긴 모습이 ‘엘르 승관’이라고 불리는 걸 보고 첫 단독 화보를 반드시 함께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또한 그때의 ‘엘르 승관’을 이기고자 사흘 동안 디톡스하고 왔습니다(웃음).
오버사이즈 블레이져, 화이트 셔츠, 커머 밴드, 레더 쇼츠, 삭스와 샌들은 모두 Dior Men.
사진 속에 서정적이고 섬세한 승관의 면모가 담긴 것 같나요
기뻤어요. 혼자 이곳저곳 배회하고, 책도 읽고, 가끔 명상도 하는 서정적인 면이 있거든요. 저를 마냥 밝게 봐주는 분들의 시선도 감사하지만요.
세븐틴 13명은 MBTI가 거의 비슷하던데 이 테스트를 믿나요. 승관 씨는 재기발랄한 활동가, ENFP입니다
95% 정도 믿으니까 거의 맹신한다고 봐야죠(웃음). 잘 안 맞는 것 같은 사람의 유형을 찾아보기도 하는데, 그것마저 ENFP의 특징이라더라고요. 알고 보니 정한이 형이 저와 안 맞는 ISFJ였어요. 제 기준에는 열심히 해보자는 말에 현실적으로 대응할 때가 있거든요.
제주도 출신이죠? 무려 성도 ‘제주 부’씨고요
전 진짜 제주도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제주 출신 연예인이 드물다 보니 발자취를 남기고 싶달까, 개인적으로는 저희 회사 오디션 지역에 ‘제주도’가 생겼다는 게 가장 뿌듯해요. 저는 오디션을 인터넷으로 접수해야 했거든요.
그때는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수학여행을 제외하면 서울을 가본 일조차 드문데 오디션 보러 올 수 있겠냐는 말에 바로 가겠다고 답하고 부모님께 선포했죠. 그래서 더 악착같이 연습생 시절을 버텼는지도 모르겠어요.
얼마 전 고정 MC로 합류한 〈잡동산〉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예능 프로그램이에요. 아이들을 대하는 게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다행히 아이들을 좋아해서 대하는 것 자체가 어렵지는 않아요. 아이들도 마냥 순수한 게 아니라 나름의 기준과 엄격함이 있거든요. 아홉 살인 지유가 호동 형님에게 “어른이 왜 삐져요?”라고 묻기도 하고, 민찬이는 녹화 때 저를 유심히 관찰하더니 “왜 승관 씨는 진행을 안 하고 리액션만 하는 거죠?”라더라고요. 진짜 귀엽고 ‘골 때리지’ 않아요?
저도 동네 아저씨들한테 ‘잘도 요망지다’ ‘크면 뭐라도 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죠(웃음). 아이들은 정말 천재 같아요.
오버사이즈 수트는 Kimseoryong. 레이스 셔츠는 Bode. 슈즈는 Fendi.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데뷔 초 팀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초반에는 웃길 수만 있다면 뭐든 다 했어요. 데뷔 전부터 꾸준히 연습해 왔기 때문에 멤버들도 제 예능감을 믿어줬고, 저도 스스로 믿었기 때문에 크게 떨지 않았죠. 오히려 하면서 깨친 게 더 많아요.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다 보니 모니터하면 아슬아슬하게 보일 때도 있더라고요. 조심하려고 해요.
그런 편이에요. 얼마 전에는 리더 에스쿱스 형이 “네가 가수 활동을 할 때도 사람들이 널 예능 이미지로 볼까 봐 걱정된다”고 하는 거예요. 안 그래도 ‘내가 너무 예능만 하나?’ 하는 고민에 빠져 있었는데. 또 “네가 잘해서 하는 것이니 걱정 마라. 그래도 우려된다면 가수로서 모습을 좀 더 보여주면 된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다 고마운 말이죠.
고음에 올라갈 때 엄지를 버튼처럼 누르며 움직이는 습관이 있던데
노래할 때 손을 올리는 습관이 있었는데 연습생이 되면서 고치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어요. 그걸 억누르려다가 생긴 습관이에요. 팬들은 그걸 ‘고음 버튼’이라고 불러요(웃음).
이너로 입은 셔츠는 Bode at Matchesfashion. 아이보리 니트 톱과 팬츠는 Tod’s.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세븐틴의 첫 정규 앨범 〈First Love & Letter〉에 ‘캐럿들은 제 단점도 장점으로 만들어주는 사람들’이라고 썼더군요. 당시 무엇을 단점이라고 생각했나요
다른 사람이 말 안 해도 스스로 느끼는 부족함이 있잖아요. 그런데 저를 좋아하는 분들은 제 모든 걸 좋아해주니까, 그런 마음에 썼던 말이에요.
지난가을 발목 인대를 다쳐 활동을 쉴 때는 여러 감정이 들었을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 촬영을 앞둔 터라 안무 동선을 새로 맞춰야 했던 멤버들에게 눈물 날 정도로 미안했죠. 한 달 조금 넘게 쉬고 나니 정말 내 몸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연습할 때 신을 신발도 따로 챙겨 다녀요.
부상 당시 자체 유튜브 예능 〈고잉 세븐틴〉의 ‘세븐틴사이드아웃’이나 ‘배드클루’ 편에 조금씩이라도 자연스럽게 참여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고잉 세븐틴〉이 큰 사랑을 받는 중에 누군가의 빈자리가 보이는 게 좋지 않을 것 같았어요. 회사와 제작진에게 제 마음을 말씀드리고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던 결과죠. 팬들께도 걱정을 덜 끼치는 선에서 함께 했어요.
화이트 셔츠와 타이, 팬츠는 모두 Prada.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보컬 파트 외에 세븐틴의 음악을 만드는 데 참여하는 부분은
저는 모니터를 많이 하는 성격이에요. 사람들에게 어떤 음악을 들려줘야 할지, 다른 가수의 음악은 어떤지 흐름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그래서 프로듀서 형들이 가끔 작업 파일을 보내고 제 의견을 물어요. 반영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제 의견을 궁금해한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죠. 작업실에도 최대한 같이 있으려고 해요.
지금 말했듯이 K팝 아티스트인 동시에 훈련된 리스너이기도 해요. 특히 지난가을 K팝을 주제로 한 세 시간 동안의 브이 라이브 방송이 당시 시청자 350만 명을 기록하며 ‘부교수’라는 호칭을 얻었습니다
그 호칭 이후 혹시라도 내가 잊고 있던 노래가 있는지 찾아보게 됐어요. 브이 라이브를 할 때면 세트리스트라도 한 번 더 확인해 보고요. 정말 DJ야 뭐야(웃음). 하지만 즐기는 마음이 가장 커요. 정말 재미있으니까 재미있게 하는 거예요.
〈놀라운 토요일〉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으로 5월 말 방영될 〈아이돌 받아쓰기 대회〉 촬영은 어땠나요
이건 무조건 고정 프로그램이 되어야 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니 촬영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녹화가 신났어요. 스포일러를 하자면 저도 나름 활약을 했지만 재재 누나가 진짜 잘해요. 또 한 번 놀랐어요.
이너로 입은 셔츠는 Bode at Matchesfashion. 아이보리 니트 톱은 Tod’s.
‘숨어 듣는 명곡’을 떠나 무대나 컨셉트 자체로 정말 획기적이라고 느꼈던 곡이 있었는지
태연 선배님의 솔로 데뷔 곡인 ‘I(Feat. Verbal Jint)’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워낙 솔로 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직전 소녀시대 활동 곡이었던 ‘Lion heart’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 더 멋있었어요. 뉴질랜드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 영상도, 곡의 메시지도 좋았고요. 원더걸스 선배님들의 ‘I feel you’도 빼놓을 수 없어요. 저는 지금 제게 베이스나 드럼을 연습하라면 엄두도 나지 않거든요. 데뷔 8~9년 차 아티스트가 어떻게 모습에 도전했을까, 정말 대단해요.
〈아는 형님〉 세븐틴 편에서 장래 희망을 ‘꼰대’라고 적었어요. 정확히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좋은 경험을 적절히 나눠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의미로도 들렸어요
정확합니다(웃음). 동생들에게 항상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뭔가 알려주고 싶어요. 그러면서 선배다운 기분을 느끼고 싶기도 하고요. 멤버들이 그런 게 꼰대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요.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있는 게 좋았나요
데뷔 초 라디오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슈퍼주니어 려욱이 형이 해주는 이야기들이 많이 와닿았거든요. 심지어 한번은 용돈도 주셨어요! 그런 기억들이 좋아서 저도 그런 선배가 되고 싶나 봐요. 편하면서 기댈 수 있는, 바르지 않은 것은 또 잡아줄 수 있는 형이요.
니트 베스트는 Cos. 데님 팬츠는 Levi’s.
아스트로, 몬스타엑스, 여자친구 등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팀에 대한 의리와 애정이 있는 것 같더군요
멤버 외에도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특히 몬스타엑스 형들과는 데뷔 초 대기실을 나눠 쓰기도 했거든요. 지금 인터뷰하는 방과 비슷한 크기에 스무 명이 있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함께 6년 차가 된 것이 신기하고, 애틋하기도 해요. 무엇보다 다들 지금까지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과거 영상을 흔히 ‘흑역사’라고 하지만 그래도 귀엽고 풋풋하다고 느껴지는 나의 과거가 있다면
2016년 ‘서울가요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을 때 저를 보면 뒤에서 막 울고 있어요. 예전에는 ‘땡땡’ 부은 화면 속 제 모습이 너무 싫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나니 귀엽기도 해요. 그때의 간절함도 떠오르고요.
노래를 통해 그 시간이 환기되는 것처럼 누군가는 세븐틴의 노래를 들으며 자신의 어떤 때를 떠올리기도 할 거예요. 그런 생각을 하면 어떤가요
아직은 솔직히 실감이 안 나요. 그런 기분은 저희 팀이 연차가 더 쌓여서 지금보다는 덜 활발하게 활동할 때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아마도 15년 차쯤?
추억이자 위로이기도 하지만 ‘공감’이라는 단어, 그 자체이지 않을까요. 어떤 곡이 누구에겐 엄청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누군가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는 게 음악이 가진 재미죠. 그래서 좋은 곡을 발견하면 정말 보석을 찾은 기분이 들어요. 그런 곡들을 듣는 것 자체가 제겐 살아가는 힘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