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LYE

어디, 이만한 친구가 있나요?

집에서 술병을 꺼내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러나 무엇을 위해 어떤 술을 선택하든, 술병과 술잔, 회전 나사와 온도계의 유유상종은 한 잔어치의 완벽한 시간을 위해 당신에게 봉사할 것이다.

프로필 by ELLE 2011.03.18


夢夢益善
사케를 마실 때 도쿠리와 잔 이외에 필요한 것은 거의 없다. 그런 만큼 어떤 잔으로 마시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어떤 이자카야에서는 손님이 직접 잔을 고를 수 있도록 10여 개의 잔을 함께 내놓기도 한다. 소담하게 늘어선 크고 작은 그릇 사이에서 시선을 옮기는 일은 때때로 그 안에 담길 사케를 결정하는 것보다 더 고민스럽다. 잔의 형태나 재질을 선택하는 데 와인 글라스처럼 엄격한 기준은 없지만, 차게 마실 때는 향나무 도쿠리가 색다른 매력을 더한다. 차갑게 칠링한 술에 나무 향이 배어들면, 거칠거나 비릿했던 사케도 단정한 맛으로 변한다. 향이 배어들수록 맛이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그 추이를 천천히 음미해보는 것도 나무 도쿠리만의 특별함이다.

(중앙에서 시계 방향으로). 하얀색 앤티크 도쿠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흑유 도자기 도쿠리와 사케 잔은 스시조 협찬품. 물색 전통 문양이 그려진 하얀색 사케 컵은 스시조 협찬품. 크림색 사케 잔과 푸른 도자기 사케 잔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못을 사용하지 않고 판을 끼워 만든 향나무 도쿠리와 잔은 스시조 협찬품. 오리가미용 종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헤이 미스터.바텐더
집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것은 소파에 파묻혀 맥주를 홀짝이는 것과 다른 행위다. 진열장에 세워뒀던 술병들을 꺼내고 머릿속에서 몇 개의 레서피를 빠르게 떠올린다. 밀도가 다른 스피릿을 잔 안에서 휘저은 후 글라스 안의 화학반응을 느긋하게 감상한다. 한 잔의 방만함을 즐길 줄 아는 남자에게 이 모든 단계는 의식과 같다. 크고 뭉툭한 텀블러에 눈짐작으로 술을 따르는 손짓의 대담함도 멋지지만, 좀 더 정교한 맛의 칵테일을 만들고 싶다면 온스가 표시된 샷 잔과 셰이커가 필요하다. 혼자 요란하게 셰이커를 흔드는 것이 우스꽝스럽거나 외롭게 느껴진다면, 텀블러 안에서 그 역할을 조용하고 확실하게 수행해줄 간이 셰이커를 구하면 된다.

아이스 버킷은 디자인 라이프 제품. 물방울 무늬가 위트 있는 마티니 글라스는 쌩 루이 칵테일 레서피가 적힌 유리 셰이커는 디자인 라이프. 칵테일이 담긴 마티니 글라스는 기 드그렌 by 더플레이스 타피오 라인의 칵테일 글라스는 이딸라 by 루밍 스틸로 된 샷 잔은 알레시 by 루밍 컵에 넣고 저으며 칵테일을 만들 수 있는 간이 셰이커는 디자인 라이프 아르네 라인의 칵테일 글라스는 이딸라 by 루밍




이지 드링커
두꺼운 코르크 안으로 스크루가 힘차게 파고드는 손맛이 즐거울 때가 있다. 그러나 고전적인 스크루 드라이버로 와인 병을 상대하기란 대체로 귀찮은 일이다. 당신이 아날로그의 적극적인 옹호자라 해도, 코르크를 밀어 넣거나 깨뜨리는 실수를 한 번은 저질렀을 것이다. 모래알 같은 조각들이 병 안에서 떠다니던 아찔함을 기억한다면, 와인 전동 오프너의 존재 가치는 충분한 설득력을 지닌다. 전동 오프너뿐만 아니라 와인 용품들이 실용성과 디자인, 흥미로운 발상으로 전문성을 획득하고 있다. 와인 병을 열고 다시 닫을 때까지 꼭 필요한 포일 커터, 코르크 스크루, 와인 스토퍼를 모아놓은 보틀 케이스나 텀블러 모양의 테스터 글라스처럼 위트 있고 모던한 와인 도구들을 진열해둔다면, 혼자 와인을 마시는 시간도 그리 무료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찬장 어딘가에 클래식한 디캔터와 우아한 곡선의 와인 글라스를 보관해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지만.

(중앙에서 시계 방향으로) 올드 빈티지 와인용 디캔터 테크니카(1.4 리터)는 셰프 앤 소믈리에 제품 by 엔비노 잿빛 와인 글라스는 쌩 루이 코르크 스크루와 와인 스토퍼 등 액세서리 3종이 들어 있는 와인 보틀은 키커랜드 by 호사 컴퍼니 테스터 글라스는 에스프리 르 뱅 by 엔비노 스위치를 누르면 자동으로 코르크를 제거해주는 트레비앙 전동 와인 오프너 by 엔비노 마개를 당겨 여닫는 스토퍼는 스크루풀 by 르크루제 와인 포일을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는 비그논 포일 커터는 메뉴 by 엔비노 나무 상자 안에 코르크 스크루와 와인 세이버, 와인의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온도계가 들어 있는 블록 2는 라뜰리에 뒤 뱅 by 엔비노




썸딩 데카당트
코냑은 특별한 도구가 필요 없는 술이다. 강렬하고 감미로운 향에도, 코냑 글라스의 자격 심사는 와인의 그것만큼 엄정하지 않다. 코냑 글라스에도 나름의 역할은 있다. 독주인 만큼 잔의 지름이 작고, 마시기 전 체온으로 데워 더 풍성한 향을 즐길 수 있도록 글라스의 둔부를 아담하게 처리한다. 그러나 코냑 글라스의 가장 큰 속성은 기능이 아니다. 스크린 속 부유한 백인 이혼녀들의 거실에서 섬광을 발하던 크리스털 디캔터와 코냑 텀블러의 휘황한 양각은 모두 탐미적인 맥락을 지니고 있다. 그 과도한 장식성은 코냑이 지닌 쾌락적인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강렬한 아로마, 섬세하고 오만한 이미지, 인생에 대한 거침없는 탐닉. 이런 종류의 술을 마실 때, 테이블 위에 놓을 식기들의 선택은 이어질 즐거움에 제법 관여하는 법이다. 술병과 술잔, 말린 과일이나 얇게 썬 송로버섯을 올려놓을 접시까지.

바닥에 로고가 새겨진 코렐리 텀블러와 코냑 디캔터는 아르마니 까사 주름이 섬세하게 조각된 온더록 글라스는 쌩루이 간단한 건과를 담을 수 있는 실버 테이블웨어는 퓌포카 얼음 집게는 디자인 라이프 얼티밋 튤 라인의 코르디알 잔은 이딸라 by 루밍 크리스털 코냑 글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자세한 내용은 루엘 본지 3월호를 참조하세요!

Credit

  • EDITOR 정미환
  • PHOTO 이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