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오르기 전에 일부러 ‘텐션’을 떨어뜨린다면서요? 화보 촬영 때도 마찬가지인가요
들뜨면 음정이 흔들려서 매번 텐션을 낮추고 무대에 서요. 화보 촬영은 걱정 없어요. 얼굴은 음정처럼 불안하게 흔들릴 일 없잖아요. 근데 요즘은 화보 촬영장에서도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사람들이 당신을 ‘MZ세대 뮤지션’이라고 부르는 건 솔직하고 거침없는 태도 때문이겠죠
가까스로 Z세대에 껴 있는데, 사실 남들과 똑같아요. 어떻게 먹고살지가 늘 고민이죠. 교사 일을 하는 친구는 20~30년 일하면 평생 연금이 나온대요. 저는 서른 넘으면 돈을 벌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일을 하잖아요. 물론 그들보다 시간적인 측면에서 훨씬 자유롭죠. 자는 시간도 마음대로고요. 음악이 직업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은 언제 생겼나요 사실 밥벌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좋아하는 것도 막상 일이 되면 힘들잖아요. 싫어하는 일이 밥벌이라면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것으로만 오롯이 남을 텐데. 할 수 있는 게 몇 가지 없어서 결국 음악을 하고 있어요 (웃음). 먹고살아야죠!
페더 장식의 베스트는 Salvatore Ferragamo.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홀로 음악을 외롭게 해나갈 때보다 많은 이가 비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지금이 더욱 행복할지
확실히 공감해 주는 사람이 많아서 좋아요. 하지만 공연을 하지 못해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는 게 없으니 여전히 외로울 때도 있어요. 그래도 숫자로는 제 노래를 얼마나 듣고 계신지 보이는데, 이제 진짜 가수가 됐구나 싶어요.
윤미래가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비비의 음악을 듣고 직접 수소문할 정도로 애정을 쏟았어요. 같은 회사의 유일무이한 여성 뮤지션인 그에게서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음악보단 인간적인 부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가치나 어떤 아티스트가 돼야 하는지,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알려주셨죠. 사실 보기보다 걱정도 많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없는 편이라 제가 만든 음악이 대중적일지 아닐지 고민한 적이 있어요. 데뷔곡 ‘비누’ 때 특히요. 사장님은 “충분히 대중적이고,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 넌 사랑스러운 사람이니 걱정 마”라고 하셨어요. 막상 나오니 다들 정말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스스로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특별한 사람이라고 얘기해 주는 것도 기억에 남아요.
최근에 생겼어요. 일단 두 명은 확실해요(웃음). 사실 지나치게 ‘하이 텐션’인 분들과는 친해지기 어렵고, 낯설더라고요. 어색함을 못 견뎌서 항상 웃기려고 ‘광대짓’을 하게 되는데, 그것도 꽤 피곤한 일이잖아요. 술 친구가 제일 좋아요. 차분하게 마시며 음악 듣고 함께 드러누울 수 있는 사람이요. 그렇다고 사람 가리는 편은 아니에요. 술 마시면 다 친구!
퍼프 소매 재킷과 진주 장식의 뱅글은 모두 Andre Kim. FF 로고 플레이 보디수트는 Fendi. 스팽글 팬츠는 s/e/o.
드레스는 Alexander McQueen. 네크리스는 H&M. 보석 지비츠 장식의 클로그는 Crocs.
줄곧 애정을 표현했던 마라샹궈와 소주, 떡볶이와 국물 닭발 조합을 뛰어넘을 새로운 소울 푸드를 찾았는지
짜파게티와 파김치요. 결국 이 멋진 조합으로 다시 돌아간 거죠. 그동안 너무 매운 것에만 매료돼 있었더라고요. 다이어트 중인데 단순히 살을 빼기보다 건강해지고 싶어요. 환경호르몬을 먹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미세 플라스틱, 그만 먹고 싶어요.
모든 곡에는 비비의 실제 캐릭터가 그대로 묻어나요. 일상 속의 수많은 생각과 감정을 음악으로 꺼내보기로 마음먹은 건
세상에 대한 불편함이요. 뭔가 불편하긴 한데, ‘이게 왜 불편하지?’라는 의문이 들 때 만들어져요. 영감이 되는 것도 항상 부정적인 마음들이죠. 열등감이나 질투 같은 것들, ‘나는 왜 이곳에 끼지 못할까?’ ‘나는 왜 저렇게 못하지?’ 하는 생각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머리로는 세상에 이런저런 사람이 다양하게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제 자아 어딘가의 빈 곳을 채우려는 욕망이 큰 동력이 돼요.
그래서인지 비비의 무대는 유독 ‘날것’ 같아요. 꾸미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힘든 시대이기도 한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많이 신경 써요. 그 탈출구가 꾸미지 않은 음악이고, 날것의 퍼포먼스인 거죠. 음악으로 비로소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어요. 사실 사자나 늑대더러 나쁜 동물이라고 하지 않잖아요? 자연스러운 본능을 가졌다고 하죠. 사람들 모두 그런 본능적인 면이 있잖아요. 모두 겉으로는 자신의 모난 부분, 뾰족뾰족한 부분을 깎아서 보여주는 거고요. 저는 굳이 나쁜 척하지 않고, 날것 같은 척도 하지 않고, 그냥 본능적인 제 모습을 음악으로 보여주는 거예요. 그런 부분에 공감하고 이해하고, 사랑스럽게 봐주시는 거 아닐까요?
아낌없이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면 상처받을 때도 있을 텐데요
‘별로’라는 댓글이 달리는 건 사실 슬프죠. 하지만 그 사람의 취향에 별로이면 어쩔 수 없잖아요. 하지만 악의적으로 괴롭히면 당장 찾아가서 ‘왕’ 물 거예요. 당하지는 않겠다.
웹 예능 〈여고추리반〉에서도 의도적으로 웃기려 하기보다 비비가 상황 자체에 ‘과몰입’하는 점이 재미있었어요
진짜 제대로 몰입했어요. TV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참여하는 게 훨씬 재밌을걸요? 진짜 〈트루먼 쇼〉예요! 보이지 않는 카메라가 저를 찍고 있을 때 제일 몰입이 잘돼요. 원래 몰입을 잘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노래를 부를 때도 그 노래라는 제목의 영화 속 주인공이 되려고 하거든요.
톱과 타이츠 부츠, 메탈 네트 드레스는 모두 Balenciaga.
플라워 프린트 톱은 EENK. 셔링 장식의 팬츠는 Hankim. 보석 지비츠 장식의 클로그는 Crocs.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에세이 컨셉트의 새 EP 앨범에서는 어떤 인물에 몰입할 예정인가요
아직 23년밖에 살지 않았지만 그만큼 살면서 느낀 점, 제 인생과 다른 사람들의 공통점을 녹여냈어요. 많은 분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예요. 저는 신도 됐다가, 인간도 됐다가, 길거리의 개도 됐다가, 인생을 상징할 만한 많은 것이 돼볼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라는 이전 EP와 마찬가지로 책에서 모티프를 얻었어요. 실물 앨범을 열어보면 곡마다 에세이가 담겨 있을 거예요. 노래를 듣고 글을 읽으면 완벽하게 퍼즐이 맞춰지죠. 음악은 제가 만든 것보다 그게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가 새롭게 탄생한 영감이 더 귀중하다고 생각해요. ‘이 곡과 글은 어땠나요? 당신에게 절망을 줬나요, 좌절을 줬나요? 눈물을 줬나요, 기쁨을 줬나요? 무엇을 줬나요? 알고 싶습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어요. 듣는 이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앨범이에요.
사람들이 당신을 규정하는 이미지에 관해 풀고 싶은 오해가 있다면
음악 컨셉트, 말과 행동까지 아주 잠깐의 모습을 보시면 저를 오해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어떤 종류의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만큼 자존감이 높지 않아요. 그저 옷을 벗고 다시 입는 것처럼 그때그때 음악을 해나갈 뿐이에요. 길게 봐주시면 제가 어떤 사람인 줄 아실 거예요. 앞으로도 쭉 지켜봐 달라는, 앨범을 한번 사서 들어보시라는 얘기입니다(웃음).
정말 뻔한 말이지만 제 내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런 이면을 봤음에도 여전히 좋아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 그건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올해 해내기로 작정한 것이 있을까요 저는 여전히 ‘루키’로 존재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어떤 ‘재롱’에 가까운 쇼를 보여드렸다면 진짜 가수로 서고 싶어요. 이제 비비의 음악을 ‘찐’으로 들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