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새소년의 황소윤 목소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자마자 모두가 그를 주목했다. 데뷔하기 무섭게 한국대중음악상을 받았고, 글로벌 애플뮤직이 ‘2020 최고의 음악 100선’에 새소년 1집 타이틀 곡 〈심야행〉을 꼽기도 했다. 황소윤의 음악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차트 위 곡과 다르다. 진심을 통째로 내어 보이며 노래하는 아티스트는 세상의 작고 소외된 부분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여성의 권리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망설이지 않는다. 자유롭게 노래하는 황소윤이 새로운 음악의 주제를 ‘자유’로 골랐을 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다.
새소년의 싱글 <자유>가 나왔어요. 의미심장한 제목인데요
굉장히 자유롭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두려움이 많아진 거죠. 아주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음악이야 순식간에 만들 수 있지만, 음악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자유를 찾고 싶은 마음과 두려움을 마주해야겠다는 바람으로 만들었어요. 〈자유〉를 시작으로 다음 정규 앨범이 펼쳐질 거예요.
황소윤은 자유의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어떤 두려움이 생겼던 걸까요
갑자기 남에게 주목받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다른 사람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자유는 거의 두려움이 없는 상태인데, 세상에 나와 보니 생각보다 주저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생겨난 틀을 무너뜨리고 싶었어요. 요즘 ‘어떻게 나의 에너지를 지킬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곡 발매 전 팬에게 손편지를 우편으로 전달했어요
기분 좋잖아요. 편지 받으면요. 단순히 ‘음원 〈자유〉가 나옵니다’ 하고 툭 내미는 것보다 곡의 흐름과 이야기를 직접 전달하고 싶었어요. 〈여름깃〉부터 〈비적응〉, 〈자유〉까지 황소윤의 스토리가 있으니까요. 허심탄회하게 ‘써서 보내자’ 했고 제 진심이 통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생각보다 좋아해 주셔서 저도 굉장히 기뻤답니다.
아뇨. 저는 글을 잘 안 고치는 편이에요. 자고 일어나서 한 번에 쭉 썼어요. 물론 컴퓨터로요. 제가 악필이라 손으로 바로 쓰진 못했고요(웃음).
편지에 진심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어린 시절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그건 뺄까 말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희망, 자유 이런 주제들은 추상적이고 너무 거창하잖아요. 이 주제가 사람들에게 와 닿으려면 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일반 초등학교에 다니다가 대안학교로 옮겼고, 이후 여러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도 대안학교를 선택했어요. 제가 특별한 삶을 살았다기보다 이런 환경들이 저에게 영향을 줬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냥 랜덤이에요. 규칙은 없어요. 어떤 작업을 한다기보다 어떤 시기를 마주하는 일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저는 생리할 때쯤 항상 뾰루지가 나요. 그러면 이것이 영글 때까지 기다려요. ‘언제쯤 짤 수 있을까’ 생각만 하다가 짤 때가 오고야 마는 것처럼 가사와 멜로디 역시 팍 나오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많이 기다려요. 물론 작업하지 않는 시간이 불안하기도 하죠. 그런데 제가 열심히 책상 앞에 앉아 있다고 해서 좋은 게 나오는 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쉴 때 최대한 많은 걸 경험하고, 많은 걸 느끼려 해요.
회사와 한 팀으로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에요. 매니저도 앨범 재킷과 뮤직비디오, 라이브까지 함께 구상해요. 헤어와 메이크업 담당도 앨범 준비 때부터 같이 기획하죠. 그러다 보니 제가 더 많이 관여할 수밖에 없어요. 협업하는 느낌으로 만들고 있어요.
여성 정치인 출마를 지지하는 ‘2020여성출마 프로젝트’ 캠페인과 서울여성영화제 티저 영상에 참여하기도 했죠
일단 재미있어 보여 하게 됐고, 작업 자체가 즐거웠어요. 목소리를 내는 일이 그저 무겁고 엄중한 일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두 활동 모두 황소윤이라는 인물이 존재하는 자체만으로 보탬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남자 밴드만 모집했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에 대한 언급도 같은 맥락인가요
그때는 약간 ‘내가 버젓이 있는데 왜 남자만 밴드야? 저기요! 그건 아니죠’라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평소 진지한 이미지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제 말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 같더라고요. ‘난 그거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래?’ 정도로 언급한 건데 말이죠.
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렇기는 해요. 한마디 하면 그게 이미지가 되고, 말 한마디 잘못해도 그게 전부가 돼요. 저도 항상 고민이에요.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그렇지만 다들 너무 겁내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어떻게 황소윤이라는 인물로 이 문제를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을까’를 기준으로 두고 생각해요. 일련의 활동으로 제가 얻게 되는 일에 대해 더 집중하는 것 같아요.
익명으로 질문하고 답하는 웹사이트 ‘에스크에프엠’에서 팬들의 고민에 대해 사려 깊은 답을 남겼더라고요
생각보다 사람들이 진짜 자기 고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로 묻지 않아요.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고민을 남겨줬어요. 물론 다 팬들이지만. 그게 좀 신기했어요. 제가 워낙 글 쓰는 걸 서슴지 않으니까 시간 있을 때마다 답하곤 했었어요. 요즘엔 잘 못하지만요.
조언을 구하러 자주 떠나곤 해요. 깊게 생각한 후 저를 사랑하는 마음에 한 말은 그 내용이 어떻든 귀중하다고 생각해요. 대신 저는 듣고 흘려버리는 것도 굉장히 잘해요(웃음). 좋은 피드백들, 그러니까 조금 직설적이더라도 건강한 피드백을 최대한 많이 듣고 저한테 필요한 것만 남기죠.
사실 저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아니에요. 항상 자신만만하다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것 같아요. 오히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다 보면 금방금방 바뀔 수 있거든요. 제가 하는 일에 집중하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곰곰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반성하고, 스스로 칭찬도 많이 하고요.
길에서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유심히 보게 되더라고요. 저와 비슷하게 이방인 같은 느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있어요. 그런 것들을 계속해서 눈여겨보려 해요. 또 음악 활동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하죠. 아마 재미있는 걸 하게 될 것 같아요. 항상 새롭고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 나서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