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스타그램에서 복슬복슬하고 도톰한, 마치 그림처럼 완성된 형형색색의 러그에 시선을 사로잡힌 경험이 있나요? 아마 십중팔구는 '터프팅'으로 만든 러그일 거예요. 터프팅이란 직조 기법의 하나입니다. 머리카락, 잔디 등이 함께 모여 촘촘하게 난 '다발'을 뜻하는 단어 'Tuft'가 어원이죠. 땅에 잔디를 심듯, 천에 실을 심는 방식이기에 주로 러그와 카펫 등을 만들 때 즐겨 활용됩니다.
섬유 아티스트이자 열정적인 컬러 애호가 트리시 앤더슨(@trishandersonart)과 그녀의 터프팅 아트.
터프팅을 경험해본 사람들 사이엔 천을 세워두고 (핵심 도구인) 터프팅 건으로 '탕탕탕탕' 쏘며 실을 심다 보면, 속까지 뻥 뚫린다는 후기가 가득합니다. 처음엔 완성된 작품의 예쁜 컬러와 복슬복슬한 감촉에, 그다음엔 작업하는 '손맛'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터프팅 아트의 첫 번째 매력! 바로 물감으로 화폭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다양한 컬러, 소재의 실로 원하는 어떤 것이든 구현할 수 있는 표현 방식이에요. 해외의 회화 작가들은 터프팅 건을 들고 자신만의 작품을 즐겨 만들기도 했죠. 섬유 아티스트이자 그 자신이 열렬한 컬러 애호가라 소개하는 트리쉬 앤더슨의 터프팅 아트를 보세요.
프레임, 스타일, 구성 등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치 액션 페인팅을 하듯 자유롭게 실로 그린 터프팅 작품들에는 그녀만의 재기발랄함, 개성 있는 아이덴티티가 가득 담겨 있어요. 뭐든 표현할 수 있는 직조라니, 정말 신박하죠. '나'를 표현하고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담아, 생활에 매우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굉장한 매력 포인트예요. 국내에서 터프팅, 위빙, 스피닝을 비롯한 직조 기법과 문화를 알려온 스튜디오 앳코트의 핸드 터프팅 스튜디오 '룹앤컷(@loopandcut)'의 인스타그램 계정엔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의 결과물이 업로드됩니다.
반려견, 반려묘를 위한 러그부터 자신의 소울 푸드와 오래 기억하고 싶은 풍경, 사물, 문구를 담은 작은 카펫까지, 세상 어디에서도 비슷한 걸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작품들이죠. 근래에 올라온 반려금붕어를 러그로 만든 수강생의 터프팅 아트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또 다른 터프팅 공방 '앤드엣(@and-et)'의 인스타그램에는 터프팅 작업물을 테이블 매트, 슬리퍼, 가방, 액자 등에 활용하는 멋진 아이디어들이 빼곡합니다. 터프팅은 직조 경험이 전무한 사람도 하루 혹은 사나흘 간 진행되는 수업에 참여하여 비교적 쉽게 경험해볼 수 있는 것 역시 장점이에요. 룹앤컷은 사흘간 진행하는 3 days 클래스, 앤드엣은 4일 정규반과 이틀 속성반, 원데이 클래스의 수강 신청을 상시로 받고 있어요.
터프팅은 완벽주의나 이미 만들어진 틀로부터 잠시 해방될 수 있는 취미가 될지도 모릅니다. 빈틈없는 도안, 스케치, 조형과 색채감이 필수로 수반되어야 하는 작업은 아니거든요. 동그라미를 표현하려다 조금 찌그러져도, 맞닿은 실의 색이 예상과 달리 조금 안 어울려 보인대도 (신기하게도) 쿨하고 멋지게 완성되곤 합니다. 유튜브에 터프팅을 검색해보면 밑그림 없이 즉흥적으로 터프팅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영상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분명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감,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에 완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선사할 거예요. '손맛' 즐기며 만든 나만의 작업물이 가져다 주는 확실한 성취감은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