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지루한 도시의 일상이 싫다고 무작정 여행을 떠나는 것은 좋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건, 모든 이의 로망이니까. 하지만 <127시간>의 아론이나 <생텀>의 탐험대처럼 겁없이,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것은 다소 곤란하다. 이들이 주는 교훈은 간단하면서도 강력하다. 아무 생각없이 자연에게 까불면 다쳐. 그러게, 따라하지 말란 말이야! :127시간, 대니 보일, 제임스 프랭코, 생텀, 제임스 카메론, 앨리스터 그리어슨, 엘르, elle.co.kr:: | ::

오줌 좀 마셔봐야 정신차리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꽃미남 아론(제임스 프랭코), 출발은 멋지다. 도시에서 벗어나 혼자서 미국 유타주 블루 존 캐년의 경치를 마음껏 즐긴다.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며. 자연으로 돌아간 그는 21세기 루소처럼 자연을 온몸으로 찬양한다. 정처없이 돌아다니다가 괜찮은 언니들도 만나서 암벽 사이로 다이빙 쇼도 하면서 젊음을 만끽한다. 시쳇말로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했지만, 누구나 그를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움은 그리 길지 못하다.비극적 사건 한참 신나게 등반을 즐기던 아론은 갑자기 떨어진 암벽에 팔이 짓눌려 고립되고 만다. 제목이 친절하게 가르쳐 주듯이 아론은 그때부터 무려 '127시간(5일 7시간)' 동안 홀로 암벽에 껴 있는 신세가 된다.고통 속의 쾌락 이런 고통 속에서도 그에게 한 가지 기쁨은 암벽 사이로 내려오는 빛이다. 태양 빛으로 잠깐이나마 샤워를 즐긴다. 그나마 물로 목만 축이다가 나중에는 자신의 오줌을 받아마신다. "와! 완전 오줌 맛이야"라고 짠하게 감탄하는 애론은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탈출 도구 아론에게 주어진 것은 산악용 로프, 칼, 물 한 병, 디지털 카메라 뿐이다. 칼로 바위 틈을 긁어보지만, 꼼짝도 안 한다. 이때 그에게 필요한 것은 맥가이버가 즐겨쓰던 칼이다. 맞다. 스위스 장인이 한땀한땀(?) 정성을 다해 만든 칼 말이다("젠장 싸구려 중국제야! 스위스 칼이 필요해!"라고 외치는 애론).탈출 방법 비가 내려서 바위를 밀어내주기를 기원하지만, 그런 행운이 찾아오지 않을 것을 직감한 애론은 팔을 자르기로 결심한다. 팔을 2단계로 부러뜨리고 칼로 팔을 '슥슥' 자른다. 이때 주의할 점은 고통으로 기절하지 않는 거다. 그랬다가는 바로 비명횡사니까.127시간 후 교훈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진리가 어디 가겠는가! 그러게, 진작 행선지를 밝혔으면 구출 가능성이라도 좀 있지! 아론은 이제 어딜 가도 항상 행선지를 남긴다는 말씀으로 영화는 끝난다('스포일러'라 죄송합니다). 엔딩에서는 잘 살고 있는 모습이 나옵니다(2003년 사건을 영화화). 의 로즈처럼 그 후에도 여행은 계속 되었답니다. 숨 좀 막혀 봐야, 사는 게 고맙지! 동굴 탐험가 프랭크(리차드 록스버그)는 자신의 탐험대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남태평양의 깊고 거대한 해저 동굴 '에사 알라'를 탐험 중이다. 영화 제목인 '생텀'은 유대 신전의 성소(聖所), 피난처, 자연이 만들어 낸 미지의 세계를 의미한다. 해저 동굴로 들어갈 때만 해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지만, 그런 숭고한 스펙터클은 잠깐이다. 이때 갑자기 몰려 온 열대 폭풍으로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탈출구가 차단된다. 그리하여 동굴은 피난처가 된다.비극적 사건 지상 탈출구가 없으니 프랭크의 탐험대는 동굴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다른 출구를 찾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그냥 있다가는 시체가 될 판이니, 계속 전진해야 한다. 당연히 수중 미로는 지옥의 길처럼 희생양을 원한다.설상가상 탐험대는 이리저리 죽어나간다. 그래도 동굴 안에는 슬쩍 볼거리라도 있을 줄 알았지만 천만에 말씀. 잠깐의 즐거움도 허용을 안한다. 이제 영화는 자연 다큐멘러티가 아니라 '재난영화'라는 것을 천명한다. 게임처럼 한 스테이지를 넘어서러면 누군가는 하나 죽어야 한다.탈출 도구 그저 산소통과 불굴의 정신력이다. 체력이 바닥나기 전까지, 계속 가야 한다. 누군가 부상을 당하면 데리고 갈 수 없으므로, 인도적인 차원(?)에서 익사를 시킨다. 서로 돕고 몸 사리면 살 수 있지만, 꼭 혼자만 살려고 나서는 캐릭터 덕분에 위기가 조성된다.탈출 방법 그냥 가고, 또 간다. 운에 맡긴다. 물살과 암벽타기, 그리고 폭발(불꽃)의 등장은 재난 영화 중 최악으로 손꼽히는 을 연상시킨다. 프랭크가 아들 조쉬(라이스 웨이크필드)와 바위 틈새로 기어다니는 걸 보면 해저판 라고 외칠 지도 모른다. 제발 무섭게 해 줘!탈출 후 교훈 탐험대를 강력한 카리스마로 이끌었던 '모세' 프랭크는 약속의 땅에 도달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버지 말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결과, 조쉬는 바다로 흘러가는 길을 찾아낸다. '아빠 말을 잘 듣자'는 뻔(뻔)한 가족 멜로드라마의 교훈을 남긴다. 으레 성장기 아들은 "아빠, 미워"라고 중얼거리다가 한 남자의 큰 뜻에 감동을 받지 않던가! 놀랍게도 은 약한자도 살아남는 장르의 법칙을 살짝 무시한다. 역시 "체력이 짱이야!"라고 외치게 만드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