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참송이버섯. 2 동충하초. 3 꽃송이버섯. 4 노루궁뎅이버섯. 5 잎새버섯. 6 송미향 버섯.
별난 생김새의 버섯들
사각사각, 꽃송이 고운 주름의 꽃송이는 아삭하고 사각사각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그대로 향을 맡았을 때는 별다른 향이 감지되지 않지만, 입에 넣고 씹으면 마지막에 새침한 버섯 향이 입 안에 남는다. 살짝 데쳐 샐러드나 콜드파스타, 냉우동 등에 올려 먹으면 아삭한 식감과 섬세한 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기특한 건 데쳐도 색이나 모양이 변하지 않는 점. 하늘하늘, 잎새 향취가 느타리버섯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훨씬 더 강렬하며, 언뜻 진득한 꽃향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기름 없이 센 불에 달달 볶거나 기름에 튀겼을 때 특유의 하늘하늘한 식감이 잘 유지되는 동시에 군내가 수그러들고 구수한 향만 남는다. 강한 향을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국을 끓일 때 마지막에 소량 넣는 것. 진한 향이 국물에 스며들면서 맛이 한결 근사해진다. 복슬복슬, 노루궁뎅이 복슬복슬한 생김새와 달리 실제로 맛보면 나무를 태울 때 맡을 법한 맵싸한 향이 나며, 식감은 몰랑하다. 수분이 많으니 볶거나 끓이면 으스러지거나 매력 없이 축 늘어진다. 오히려 기름장에 찍어 생식으로 즐기거나 반죽을 입혀 빠른 시간에 튀겨 수분과 향을 안에 가두는 조리법이 바람직하다. 버섯이 된 벌레, 동충하초 형광 주황의 강렬한 색과 수십 개의 촉수가 달린 말미잘 같은 외모는 애벌레에서 버섯으로 변한다는 독특한 습성을 알고 보면 더 낯설게 느껴진다. 반전은 그 맛이 구수하고 달큰하다는 사실. 색이 눈에 띄는 동시에 맛과 향은 튀지 않으니 가니시로 올리기 좋다. 특히 밥을 지을 때 올리면 밥이 노랗게 물드는 게 사프란을 올린 것 같다.
송이를 닮고 싶은 버섯들
길쭉한 표고, 송미향 표고버섯 중 최상품으로 치는 백화고를 개량했다. 표고버섯의 쫄깃한 식감에 송이의 향긋한 풍미를 더했으나, 솔직히 송이버섯의 뉘앙스는 흐릿하다. 오히려 표고버섯 특유의 감칠맛이 탁월하며, 무엇보다 갓만 큰 표고버섯과는 달리 대가 길어 두 가지 식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특히 대 부분은 오래 조리해도 쉽게 물러지지 않아 씹었을 때 식감이 탱글할 뿐 아니라 그 속에 응축된 풍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3초 송이, 참송이 송이버섯을 지향해 개량한 표고버섯 중 송이버섯의 단맛과 그윽한 향미에 가장 가깝다. 특히 속살을 결대로 찢으면 가늘고 여린 섬유질이 무수히 일어나는 게 마치 닭 가슴살을 찢는 듯하다. 기름장에 찍어 생으로 먹거나 센 불에 빠르게 볶았을 때 가장 맛있다. 약 3초간 송이를 먹는 듯 기분 좋은 착각에 빠질지도 모른다. 신품종의 표고버섯들은 베이컨이나 관치알레와 함께 볶아 고소한 돼지기름을 흡수했을 때 그 맛이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