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파워 우먼, 멜린다 게이츠

지금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멜린다 게이츠. 그녀가 이야기하는 페미니즘, 리더십, 그리고 작은 선의가 지닌 커다란 힘에 대하여.

BYELLE2020.09.11
 
지난 2000년, 남편인 빌 게이츠를 설득해 제3세계 빈민 구호와 난민 퇴치를 위한 재단을 설립한 이래 영향력 있는 자선가로 활동해 온 멜린다 게이츠.

지난 2000년, 남편인 빌 게이츠를 설득해 제3세계 빈민 구호와 난민 퇴치를 위한 재단을 설립한 이래 영향력 있는 자선가로 활동해 온 멜린다 게이츠.

멜린다 게이츠와 수화기 너머로 대화를 시작한 것은 미국 시각으로 아침 9시였다. 멜린다는 가족과 함께 시애틀의 자택에 있었다. 컴퓨터 엔지니어이자 사업가이고, 세 아이의 엄마이면서 열정적인 페미니스트인 멜린다 게이츠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이다. 그럼에도 굉장히 친숙하고 소탈하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는 100% 헌신하는 사람이다. 20여 년간 멜린다는 남편 빌 게이츠와 함께 자신들의 이름을 딴 재단을 운영해 오고 있다.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세계 보건과 교육 분야에 아낌없이 지원하는,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기관이다. 얼마 전 재단은 코로나19의 해결과 백신 개발에 2억5000만 달러(약 2971억 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재단이 내건 조건은 단 하나. 사업 결과가 부유한 국가뿐 아니라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엘르〉가 만난 멜린다 게이츠는 진정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길 원하고 있었다. 우리는 더 나은 연대, 더 좋은 교육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여성의 리더십 향상에도 각별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멜린다는 “여성인 우리가 도약하면 사회 전체가 도약한다”고 했다. 또한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어떤 생명도 다른 사람보다 절대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물론이고, 다른 자선단체들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시기를 지나고 있어요 우리 모두 모든 면에서 아주 특수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죠. 자선단체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임무는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내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촉매자이자 선구자 역할을 하는 거예요. 
 
이런 시대에 재단 입장에서는 무엇을 자문하나요 ‘이 위기는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 상황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가?’ ‘정부에서 투자가 필요한 지역을 찾는 일에 어떻게 조력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하고 있어요. 결국 위기 극복에 가장 많은 재원을 투입하는 주체는 정부예요. 그러니 우리와 같은 재단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하죠. 저 역시 재단이 성과를 내도록 기꺼이 독려하는 여러 정치적 대표자와 기부자들과 함께 논의를 이어가며 동기부여를 해요. 그분들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하죠. “참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기여하고 싶은데 어디에 내 돈을 지원해야 하나요?”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지난 20년 동안 빈곤 퇴치와 교육 개선을 위해 일해 왔어요. 그리고 현재 코로나19 문제 해결에도 주된 역할을 하고 있고요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어요. 그중 진단과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이라는 한 축이 있는데요. 우린 이 일에 전념하고 있고 비디오 컨퍼런스를 통해 수많은 과학자와 지속적으로 교류 중이에요. 또 다른 축은 치료제가 부유한 나라보다 빈곤한 지역으로 먼저 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일이에요. 우리의 최우선 과제이기도 하죠.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이번 코로나 대유행으로 여지없이 많은 여성이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임신한 여성이 급증했고, 출산 중 사망률도 증가하고 있어요. 에볼라 위기 때와 마찬가지죠. 
 
반복되는 위기를 타파하고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세계 여성들이 처한 실상을 알려주는 정보부터 수집해야 해요. 분석과 검증은 아주 중요하죠. 무엇을 아느냐에 따라 집중할 문제도 달라지니까요. 이런 관점으로 볼 때 선봉에 있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를 비롯한 몇몇 국가들은 매우 훌륭한 방법을 도입하고 있어요. 아시다시피 그에 비하면 미국은 끔찍하고요. 가족을 돌보느라 회사에 나가지 못하면 급여를 받지 못하니까요. 
 
코로나19로 인한 지금의 위기를 계기로 서로를 좀 더 보살피고 이해하면서 더 인간적이고 공정한 세상을 향해 가게 될까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러려면 더 많은 여성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지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아주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 해요. 
 
독일과 뉴질랜드처럼 여성이 수장인 국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에 좀 더 효과적으로 대응했던 것 같아요 여성은 알고 있어요. 모든 사람은 마땅히 호의적인 대우를 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사회 전체에 유효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요. 누구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볼 수 있어야 하고, 돌봄이 생산적인 활동과 배치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는 사실도요. 여성은 ‘돌봄’과 ‘노동’이라는 두 개의 커다란 과업을 전통적으로 수행해 왔어요. 여성은 가정에서 자녀 곁을 지키며 애정으로 보살피고, 동시에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었어요. 아이들이 숙제를 하고 학교에서도 예의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기도 했고요. 여성의 이런 역할은 오늘날의 리더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이죠. 
 
코로나19 위기에서 국가들이 회복하는 데 여성의 경제적 독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봐요. 그래서 우리 재단에서는 관련 주제에 대해 수년간 조사를 진행해 오고 있어요. 소득이 있는 여성은 가정폭력에서 빠져나올 수 있고, 자녀들의 건강에 투자하죠.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 휴대폰 지불 관리 플랫폼 덕분에 많은 여성이 빈곤에 빠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예를 들어볼게요. 전염병의 위험 때문에 케냐의 외딴 마을에 고립된 한 엄마는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을 애플리케이션으로 계속 관리할 수 있었어요. 이미 인도와 파키스탄 같은 국가들은 정부 지원금을 여성에게 전달할 때 제대로 쓰이고, 결과적으로 가정과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죠. 
 
여성은 자신이 배운 지식과 번 돈을 자기가 속한 커뮤니티에 투자한다는 말이군요 정확합니다. 여성은 다른 사람을 위해 투자하고 가족과 주변 환경을 돌보죠. 여성의 이런 행동은 이웃과 도시, 나아가 국가 전체에 이득을 가져오고요. 
우간다 대통령 요웨리 카구타 무세베니, 여성 동료들과 함께한 포토 타임.

우간다 대통령 요웨리 카구타 무세베니, 여성 동료들과 함께한 포토 타임.

5년 전 게이츠 부부는 이미 글로벌 리더들을 향해 새로운 전염병의 위험성을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아주 소수만이 그 얘기에 귀 기울였습니다. 그들이 흘려들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꽤 복잡한데요, 사람은 누구나 눈앞의 것에만 집중하잖아요. 내가 알지 못하는 것 혹은 짐작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죠.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같이 우리에게 주목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들은 우리가 ‘전염병 예방 혁신 연대(The Coalition for Epidemic Preparedness Innovations, CEPI)’를 발족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었죠. 
 
이번 위기에서 우리가 또 하나 깨달은 점은 서양 국가가 더 이상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거예요 맞아요. 이전이라면 파리와 마드리드 혹은 뉴욕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세계 대유행을 두고 이렇게 반응했을 거예요. “설마 여기까지 위험하겠어?” “지금껏 비슷한 상황에서도 우리에겐 아무 문제 없었는걸.”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죠. 서양 사람들도 ‘이런, 우리도 큰일났어. 세계 다른 나라들과 힘을 합쳐야 해’라고 생각해야 해요. 이 세계가 하나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돼요. 국가가 내리는 결정은 다른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줘요. ‘나는 집에 있으니 괜찮다’는 식의 생각도 버려야 해요. 서양 국가에서 전염병이 먼저 종식된다 하더라도 아프리카와 파키스탄 그리고 인도에서 남아 있다면 다시 유행할 것은 불 보듯 뻔하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지금의 극단적 상황에서도 우리 사회가 생각보다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6개월, 1년, 아니면 5년 후에 우리가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 보나요 물론이에요. 지금의 경험이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거예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죠. 코로나19로 인해 유럽에서 시작된 운동이 생각나네요. 이웃 주민이 발코니에 나와서 의료 종사자들을 격려했지요. 어떤 사람들은 노래까지 불렀고요. 그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애쓰게 만들었어요. 언론가, 정치가, 부모, 노동자 등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죠. 
 
이탈리아의 발코니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받아 아이들과 이런 것을 해보았어요. 바구니에 음식을 채우고 끈을 묶어서 창밖으로 늘어뜨렸죠. 땅에 닿을 정도로요. 거기에 이런 메시지를 적었어요. “필요한 분들은 가져가세요. 나눌 물건을 두고 가시는 것도 환영합니다.” 아이들에게 나눔의 의미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저는 아이들에게 이런 제안을 하곤 해요. 매일 도움이 필요한 두 사람을 떠올려보라고요. 혼자 지내는 노인이 될 수도 있고, 학교가 폐쇄되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급 친구가 될 수도 있겠죠. 그리고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라고 해요. 관심의 메시지도 좋고, 전화, 응원 영상 등 뭐든 괜찮아요. 저는 이런 식으로 불안을 없애고 아이들이 서로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도록 했어요. 기왕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만큼 같이 있으면서 연대와 감사에 대해 이야기해 볼 기회가 생긴 거죠. 예컨대 둘러앉아 저녁을 먹으며 오늘 하루 감사한 이유를 세 가지씩 나눕니다. 저희 집 아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운이 좋은지 알게 되었고, 매일 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특권에 감사하게 됐죠. 

연대는 배울 수 있는 것일까요 물론이에요.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단순한 행동으로도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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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쓴이 Benedetta Poletti
  • 에디터 이경진
  • 디자인 김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