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믹보이가 입은 니트 베스트는 Moonsun. 이너 웨어로 입은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팬츠는 Lemaire. 스니커즈는 Converse. 비니는 Beaker. 죠지가 입은 자수 디테일의 블레이저는 The Museum Visitor. 이너 웨어로 입은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체크 프린트 팬츠는 Maison Kitsuné.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올여름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코스믹 육아와 앨범 작업으로 눈 깜짝할 새 지나가버린 시간. 죠지 몸을 정말 많이 움직인 여름이었다. 가장 즐기는 운동인 농구는 물론 축구와 헬스도 열심히 했다. 제일 많은 시간을 투자한 건 서핑인데, 이왕 열심히 운동한 김에 보디 프로필을 한번 찍어볼까 생각 중이다(웃음). 나중에 페스티벌 아티스트 포스터 사진으로 쓰면 재미있지 않을까?
두 사람의 뜨거운 여름이 담긴 〈Love in Summer〉가 9월 중순 발매된다. 앨범 하나를 같이 만든다는 건 ‘Wishlist’ ‘Camping everywhere’처럼 함께 곡을 만들 때와는 또 다른 여정일 텐데 코스믹 앨범을 함께 만들자는 이야기가 처음 나온 건 올해 3월이었다. 6월에 내가 죠지 소속사인 크래프트앤준에 합류하면서 드디어 정식으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여름 느낌의 대중성 있는 앨범을 하나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동남아의 여름밤’을 머릿속에 그리며 작업했는데 결과적으로 사랑이 넘치는 앨범이 탄생한 것 같다. 죠지 우리가 사랑했던 이번 여름의 모습이 담겼다. 서핑의 추억이라든지 무더운 여름밤,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마시는 맥주 한 잔의 낭만 같은.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능력이 부족해 아마 혼자 작업했다면 흐지부지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코스믹이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섞어가며 이끌어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간략한 앨범 소개를 읽었다. 편안하고 시원한 느낌의 드라이브 송으로 채워졌다고 코스믹 1~3번 트랙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Surf’에서 잠깐 멋있는 척을 하다가 유라와 죠지가 함께 부른 5번 트랙 ‘그래왔던 것처럼’으로 잔잔하게 마무리된다.
다섯 개의 트랙 중 가장 본인 입맛에 맞는 곡은 죠지 선공개 곡 ‘Surf’가 가장 내 취향이다. 코스믹은 ‘Water’라는 곡을 제일 좋아했다. 어떤 곡이 대중적으로 사랑받을지에 대한 이 친구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Water’를 타이틀 곡으로 정했다.
실제로 코스믹보이는 GOT7의 유닛 그룹 Jus2와 헤이즈가 부른 대중적인 곡들을 프로듀싱하기도 했다 코스믹 실용음악과로 들어간 대학을 자퇴한 후 원래는 가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처음 프로듀싱을 하게 된 것도 용감한 형제나 박진영 같은 사람이 멋있어 보여 시작한 거니까. 어쩌다 보니 지금은 인디 신에 근접해 있긴 하지만 꼭 ‘딥’한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랩과 R&B를 넘나들던 죠지는 리메이크 곡 ‘오랜만에(디깅클럽서울 Ver.)’를 기점으로 대중에 존재감을 어필했다. 이후 박문치와 함께 작사·작곡한 ‘바라봐줘요’ 역시 사랑받으며 죠지를 시티 팝 가수로 아는 사람도 많아졌는데 죠지 일리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시티 팝 감성의 곡을 좋아해준 사람들이 실제로 가장 많았으니까. 개인적으로 그런 곡들 덕분에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이곳저곳 공연을 많이 다니게 된 점이 제일 좋았다. 지난 한 해 동안 정말 여행하듯이 살았거든. 낯선 곳에 가서 즐겁게 공연하고, 또 공연 끝나면 즐겁게 놀고. 바쁘고 정신없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인데, 지나고 보니 다 소중한 추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김현철 다음으로 또 다른 가수의 곡을 리메이크하게 된다면 죠지 빛과 소금, 이적 그리고 성시경이 떠오른다. 가창력이 뛰어난 보컬리스트도 많지만 그보다 일단 가사가 좋고, 당대의 관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가수에게 더 눈길이 간다. 특히 성시경 님은 나에겐 아이돌이나 다름없다. ‘저 사람처럼 노래 부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사람이니까. 다 아는 명곡인 ‘거리에서’도 좋고, ‘태양계’라는 곡도 좋고 다 좋다.
죠지는 물론 오르내림, 유라, 선우정아 등 여러 아티스트와 작업을 해온 코스믹보이도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코스믹 뮤지션이자 전방위 예술가 백현진. 전인권을 연상시키는 목소리가 술을 마시지 않아도 거나하게 취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내 비트와 잘 어울릴지는 미지수지만 궁금한 아티스트다.
프로듀서의 관점에서 죠지라는 보컬리스트는 코스믹 보컬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나에게 죠지는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다 할 줄 아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느낌이 훨씬 강하다. 죠지 솔직히 보컬리스트로 인정받을 정도로 내가 가창력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다. 늘 내가 잘 소화할 수 있을 만한 곡을 만들고, 그런 편곡을 한다. ‘오랜만에(디깅클럽서울 Ver.)’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곡과 많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기리보이가 이끄는 우주비행 크루로 처음 만난 뒤 5년째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나 코스믹 다른 크루 멤버와 함께 만난 자리였는데, 나를 처음 보자마자 “안녕? 나 이죠지야”라고 반말로 인사하더라. 이제는 이 친구가 워낙 나이 따지지 않고 스스럼없이 잘 지내는 스타일이라는 걸 알지만 그땐 솔직히 약간 당황했다. 죠지 음악을 할 때만큼은 서로 친구처럼 대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지금보다 더 확고하던 시절이었다. 동등하게 작업하는 입장인데 ‘형, 이것 좀 해주세요’ 하면 뭔가를 부탁하는 뉘앙스가 되는 것 같더라. 그렇지만 눈치를 봐서 기분 나빠 할 것 같은 사람에겐 예의를 갖춰 대한다.

코스믹보이가 입은 프린트 셔츠는 The Museum Visitor. 팬츠는 Levi’s. 비니는 Beaker.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내부자의 관점에서 우주비행이란 크루는 어떤 사람들이 모인 집단인가 코스믹 음악에 대해서만큼은 정말 악의가 없다. 다들 음악 일이 정말 즐겁기 때문에 음악을 만든다. 죠지처럼 자유롭고. 죠지 사실 우주비행 안에서 난 좀 아웃사이더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외향적인 것 같으면서도 실은 혼자 있는 걸 즐긴다.
죠지에겐 식물을 기르는 취미가 있다고 들었다 죠지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 동물을 키울 순 없다. 대신 식물이나 길러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하나둘 들이기 시작했는데, 조금씩 묵묵하게 잘 크는 걸 지켜보며 내면의 평화를 느낀다.
코스믹보이는 ‘Cosmic Boy’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소한 일상을 공개하고 있는데 코스믹 ‘미래에는 저게 답이 아닐까?’라는 마음으로 유튜브 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믹싱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재능 기부’ 시리즈는 생활의 소리로 음악을 만들면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결과물이 생각만큼 재미있지는 않더라. 죠지 사실 올해 초 내 버킷 리스트 중에도 ‘유튜버 데뷔’가 있었다. 게임 콘텐츠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는데 즐기는 게임이 워낙 비주류라서 반응이 별로 없을 것 같다(웃음).
언제나 ‘느긋하고 차분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죠지이지만, 때론 좋아하는 밴드와의 곡 작업을 위해 직접 덴마크로 날아가기도 한다. 죠지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뭘까 죠지 소소하게 일 벌이는 걸 좋아한다. 한번 생각이 스친 것은 웬만하면 실행한다. 그런 다음엔 다른 거 하고 싶어 하고.
뮤지션 외에 본인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이 있다면 죠지 어릴 때부터 어딘가 유별나고 독특한 사람에게 이끌렸다. 마크 저커버그나 앨런 머스크처럼 늘 자신이 느낀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코스믹 난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자극받는 편이다. 그런 모습에 나를 비춰보면서 더 잘 살아야지 하고 마음먹는다.
두 사람과 같은 1993년생은 지금 사회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는 나이라고 생각하나 코스믹 아무리 개성 넘치는 사람이라도 조금씩 타협을 시작하는 나이 아닌가 싶다. 머릿속에 좀 더 현실적인 미래를 그리게 되고. 죠지 난 항상 젊게 살고 싶은 마음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단순히 체력적인 것뿐 아니라 성격이나 생각까지 조금씩 바뀌는 것을 느낀다. 예전에는 되게 낭만 있었던 것 같고 그에 취해서 사는 내 모습도 어느 정도 마음에 들었는데, 요즘은 그런 사람을 볼 때 ‘쟤는 꿈만 먹고 사는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스치는 거다. 그럴 때 진짜 이상한 기분이 든다. 나도 변하는구나 싶고, 40대나 50대에는 얼마나 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까 좀 두렵기도 하고.
그런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나를 단단하게 뿌리내리게 하는 것은 뭘까 코스믹 반려견 미기를 포함한 내 가족. 아무리 힘들더라도 가족과 경치 좋은 곳에 가서 맛있는 것 먹고 다 같이 집에 돌아오는 순간 정말 큰 행복을 느낀다. 죠지 요즘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라도, 하기 싫은 일을 하더라도 재미있는 추억 하나 더 생긴다는 마음으로 임하면 큰 휘청거림 없이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죠지가 입은 윈드 러너 재킷은 Plac. 이너 웨어로 입은 티셔츠는 Awake NY by Kasina. 팬츠는 Dickies. 주머니에 끼운 선글라스는 모두 Mosc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