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닐라 브릿지 VANILLA BRIDGE
」 ‘인친’이 주선하는 소개팅 지난여름, 나는 무척이나 연애가 고팠다. 달달하고 사소한 연애의 일상이 그리웠다. 외로워서 전 여친에게 연락하고 싶은 찌질함은 참아야 했고, 친구들은 더 이상 나의 연애에 관심이 없었다. 결국 나는 스스로 내 청춘사업을 챙기기로 했다. 지인에게 소개팅을 보채느니 ‘내가 직접 나서고 말지’라는 심정으로.
평소 마초적이지만 귀여운 매력을 어필하는 내가
바닐라 브릿지를 선택한 이유는 기존 소개팅 앱처럼 데이터베이스 중심의 매칭이 아닌,
‘사람이 해주는 진짜 소개팅’이기 때문이다. 바닐라 브릿지에서 소개팅 주선자는 실제로 오프라인 소개팅을 주선하고 소개팅이 성사되면 보상을 받는다. 나의 기본적인 인적 사항과 사진, 내가 원하는 이상형을 주선자에게 전달하면 주선자의 지인 혹은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회원을 연결해주는 시스템. 남녀 서로에게 닉네임과 사진을 전달하고(이때 나는 인스타그램에 닉네임을 검색해보는 치밀함을 발휘한다), 서로가 호감을 표하면 연락처가 담긴 링크가 날아온다.
이때, 이 링크를 여는 비용은 3만원. 그녀와 나의 만남이 성사되면 주선자는 중개비를 받게 된다. 이 책임감,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 주선자로부터 꽤 말이 잘 통할 것 같은 그녀를 소개받았고, 링크와 함께 3만원을 결제했다. 아주 흔쾌히 기분 좋게. 꽤 낭만적인 성격의 나는 그녀와의 첫 데이트를 위해 인천 앞바다로 달렸더랬다. 사진 속 그녀와 현실 세계의 그녀의 미묘한 체격 차이에 당황했지만, 괜찮았다. 유쾌한 대화가 오갔고 나쁘지 않은 하루를 보냈으니. (그 이후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아, 만약 링크를 받고도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환불도 해준다. 완전 개이득! - 여전히 힙합과 연애 중. 음악을 트는 서울 남자 (36세) 마음에들면 오른쪽으로 슥- 먼저 서른을 넘긴 후 내 연애관은 ‘단순하고 즐겁게’로 역변했다. 지고지순하던 지난 연애에서 벗어나고 싶었달까. 그동안 가벼운 Hook Up과 원나잇 스탠드를 이해하지 못하는 보수적인 20대를 보냈고 만남을 목적으로 하는 노골적 행위에는 소심한 환멸도 느꼈다. 하지만 웬걸, 어느 날 새벽 2시, 나는 틴더와 함께 스와이프의 손맛을 알아버렸다. 호기심 혹은 천진난만한(?) 모험심을 변명 삼아 한 시간 남짓 잠을 잊은 채 스크린을 좌우로 넘기며 상대를 탐색했다.
틴더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다.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의 사진과 프로필이 전부. 가장 어려웠던 것은 내 사진을 고르는 것이었다. 지인들이 나를 알아볼까 봐 거울 셀카를 선택했고, 갤러리에는 내 취향을 가득 담은 사진들을 채웠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진, 해변으로 놀러 간 사진 등
나의 사생활이 살짝 묻어나는 단서들이라면 불필요한 만남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내 현재 위치를 중심으로 상대와의 최대 거리, 성별 그리고 27-36세로 나이 범위를 디테일하게 설정했다. 그리고 시작된 게임. 나는 이 단순한 행위에서 의외의 재미를 찾았다.
마음에 들면 오른쪽으로 SSG, 그렇지 않을 땐 왼쪽으로 SSG! 남녀가 서로에게 ‘YES’를 보내야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구조에서 나름의 합리적인 신뢰도 생겼다. 물론 데이팅 앱의 최종 목표는 오프라인 만남일 테지만,
틴더 초짜에게는 스와이프를 반복하는 행위만으로도 스릴은 충분했다. 자신을 과시하는 사회적 조건(외제차, 직업, 복근, 명품, 셀카, 학력 자랑)등을 열거한 프로필과 노골적인 ONS(One Night Stand)에는 ‘재수 없지’ 하며 끊임없이 왼쪽으로 화면을 넘겼고, 다소 평범하고 지루한 프로필에서는 차라리 이게 백 번 낫다며 오른쪽으로 슥- 공감을 표했던 지난밤. 문득 스스로 이렇게 물었다.
“그래, Why not? 가볍게 커피 한 잔쯤이야.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인데?” ‘IT’S A MATCH!’ 메시지와 함께 틴더가 매칭해준 그는 나에게 반했다며 연락의 끈을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그가 완벽한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일단 그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는 중이다. 이렇게 나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 하늘은 맑고 산은 푸르구나. 남산 아래 소월이 (31세, 패션업계 종사자)
「 크리스천데이트 CHRISTIANDATE
」 나만의 교회 오빠를 찾는다면? 수년간 다져진 믿음과 신앙으로 충만하던 30년 인생. 건강한 정신과 마음을 가졌다고 자부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외로움 앞에는 장사가 없었다. 직업 특성상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나지만 정작 “내 짝은 어디에?”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들 제 짝은 어찌나 그렇게 잘 찾는지. 그러다 주말 예배에서 알게 된 ‘
크리스천데이트’. 기독교인 사이에 만남을 주선하는 앱이다.
''교회 오빠’가 ‘자기’가 되는 달달한 로맨스가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로 다운로드했고, 까다로운 가입 절차 중 좋아하는 성경 구절과 찬송가를 입력할 때쯤엔 왠지 모를 은혜로움과 거룩함으로 신뢰감마저 싹 텄다. 심지어 가입 승인까지는 보통 24시간~48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부푼 꿈과 함께 소울메이트를 찾으리라는 기대가 샘솟았다.
지역 교회와 지인을 피하기 위한 연락처 필터링도 설정하고 났더니 하루 한 명, 소개 카드가 도착했다. 보통 카드는 14일 정도 유지되는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내가 꿈꾸던 '교회 오빠'는 등장하지 않았다. 물론 내가 강동원이나 하석진, 권상우를 기대한 것도 아니지만,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얼굴에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쓴 교회 오빠와 데이트를 할 만큼 연애가 고달픈 것도 아니었다. 결국 꽤 많은 카드가 쌓인 채 나는 커플 매칭을 포기했다. 〈응답하라 1988〉도 아니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결혼을 꿈꾸는 40살 언저리 교회 오빠를 찾는다면 크리스천데이트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단, 수질은 보장할 수 없다!
- 김이란 김, ’잘생김’은 거의 다 만나 본 에디터 (32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