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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론>(1982)의 스티븐 리스버거 감독은 비디오 게임 화면과 컴퓨터 세계를 절묘하게 혼합시켜 새로운 세상을 만들 자신이 있었다. "데모 테이프를 보고는 컴퓨터 그래픽에 완전히 빠져 들었다. 하지만 그걸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 때 <퐁>을 보고 여러 비디오 게임을 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스파르타쿠스>여서 그런가. 거기에서부터 각종 구성요소와 배경화면, 캐릭터와 관련 기술까지 한꺼번에 계획을 짤 수 있었다. 그렇게 준비하고 나서, 이야기 만들기에 돌입했다." 그들이 만든 플롯은 이렇다. 유능한 엔지니어 케빈 플린은 엔컴 회사를 위해 비디오게임을 만들어 냈다. 그의 동료가 그의 성과를 가로채자, 플린은 게임의 창조자가 자신임을 증명하기 위해 엔컴의 메인 컴퓨터를 해킹한다. 하지만 도리어 그가 디지털 세계에 '스캔'당하고, 그는 탈출을 위해 여러 비디오게임에서 승부를 겨뤄야만 한다. 인공 지능으로 작동하는 엔컴의 마스터 컨트롤 프로그램도 승부의 한 대상이다.
디즈니에서 리스버거의 꿈을 사기 전까지 MGM, 워너브라더스, 콜롬비아에서는 큰 흥미가 없었다. 디즈니 입장에서는 <하우스 오브 마우스> 같은 전통적인 디즈니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다. 물론 이전부터 새로운 흐름에 발을 담그는 노력도 있었다. <블랙 홀>(1979)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큰 스크린에서 오랫동안 작업하지 않은 '아웃사이더' 리스버거에게 기회를 준다는 건 논란거리 중 하나였다. 하지만 30년 후 디즈니는 리스버거의 프로젝트를 위해 종자돈을 태웠다. "마치 <트론: 새로운 시작>과 비슷한 흐름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전에는 나 혼자 해왔던 작업이라면, 지금은 코믹콘에서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거다." 이제 속편의 제작자로 나선 리스버거의 소회다. 크고 두터운 어깨, 어깨까지 오는 머리에 턱 주변으로 난 수염이 마치 제프 브리지스와 형제처럼 닮았다.
"<트론>을 할 때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끝까지 밀어붙이긴 했지만 그게 어떻게 될지는 몰랐다. 비디오 모니터도 따로 없었고, 너무 제멋대로 흘러갈까 걱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스버거가 만들었던 테이프의 원본 영상은 경영진의 추진력에 힘을 불어 넣었다. "우린 네온 워리어를 만들어 냈다. 여러 가지가 섞여 있다. 1970년대의 디스코 분위기, 1960년대의 사이키델릭한 분위기. 나는 1960년대 사람이고, 그 때 인생의 한 시기를 보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 때의 시대정신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기술 발전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면서, 우리가 생각했던 꿈이 반영되고 실현되면서 얼마간 유사종교적인 분위기가 풍기기도 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한 손에는 컴퓨터를 비롯한 최신 기술을, 다른 한 손에는 예술가의 기질을 손에 든 이들이 출현했다. 정말 재미 있었다. 우린 스스로 <스타 워즈>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유감스럽게도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조지 루카스가 열 배의 이익을 끌어 오는 동안, 제작비는 두 배 더 들었고 이익은 더 적었다. 평론가들은 영화의 시각적 진보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나, 플롯과 캐릭터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더 가혹하게도, 게임 열성팬의 특정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내가 졌다는 걸 알았다." <트론>의 미적지근한 반응으로 환상이 깨진 리스버거가 답했다. "나는 좀 다른 종류의 영화인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는 표류했고, 그는 벤 스틸러와 존 쿠삭이 나온 <핫 퍼슈트>를 만들었다. 이어 마크 하밀과 함께 종말론적인 SF 영화 <슬립스트림>을 만들었지만, 두 편 모두 박스오피스 성적은 형편 없었다. 그럼에도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트론>은 자신만의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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