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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명상법

21세기 명상은 어떤 모습일까? 도심 속에서 혹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생의 감각을 깨우는 현대판 명상법.

BYELLE2020.05.31
 
 collage by Djuno tomsni

collage by Djuno tomsni

마음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순수한 상태가 되다. 동양에서 시작된 비밀스러운 수행법, 존 레넌과 마이클 조던, 데이빗 린치 등 위대한 예술가가 예찬한 삶의 방식 그리고 구글, 애플 등 유망 기업에서 도입한 선구적 교육 프로그램…. 시대에 따라 주목받아 온 이유는 다르더라도 어쨌든 명상은 수천 년 넘게 꾸준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그 명성을 유지해 왔다. 얼마 전부터는 종교적 색채가 빠진 명상을 뜻하는 단어로 ‘메디테이션(Meditation)’ 대신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명상을 더 이상 수행 방법이 아닌, 마음을 돌보는 일상적 행위로 보겠다는 선언이 숨어 있다.
 
‘코로나 블루’가 닥치기 이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마음과 심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국내만 해도 최근 몇 달간 각종 심리 테스트가 카톡방을 뜨겁게 달궜고, 혜민 스님이 큐레이션한 ‘코끼리’나 ‘클라’ 같은 각종 명상 앱의 출시 러시가 계속됐다. 우울증부터 공황 장애까지, 각종 심리적 질병을 극복한 사람들의 경험담으로 채워진 매거진 〈멜랑꼴리아〉와 내적 평화를 위한 가이드북이 되겠다는 목표로 탄생한 매거진 〈브리드〉의 한국판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창간했음은 물론이다. 
 
“나에 대해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커진 것 같아요.” 명상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이유를 묻자 명상 센터 리프레쉬마인드를 이끄는 김도인 대표로부터 돌아온 말이다. 그는 명상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 〈숨쉬듯 가볍게〉를 썼고, 한때 팟캐스트 〈지대넓얕〉에 동양철학을 사랑하는 패널로 참여하는 등 20년 넘게 경력을 쌓아온 명상 전문가다. 
 
선정릉에 자리한 리프레쉬마인드의 가장 큰 특징은 심리학 수업과 명상을 결합시켰다는 것. 휴식, 관계, 사색으로 나뉜 세 개의 프로그램 모두 각각 1시간 30분씩의 이론 수업과 명상으로 채워지는데 이론 수업 시간에는 동양심리학을 바탕으로 각자의 기질과 성격을 분석한다. 김도인 대표가 명상을 보다 체계적이고 의식적인 활동으로 만들고 싶었던 이유는 명쾌하다. 명상이 일상적인 행위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명상도 일종의 운동이거든요. 전체 회원의 30%는 2년 이상 다닌 분들이에요. 이제는 명상을 수련보다 하나의 루틴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증거죠.” 명상이 운동과 마찬가지라면 자기만의 명상 스타일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내성적이면서도 자율적인 성향을 갖고 있지만 ‘싱잉볼’이나 핸드팬을 활용한 음악 명상과 춤 명상, 요가 명상 같은 동적인 명상에 더 적합한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초심자라면 일단 다양한 형태의 명상을 경험해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궁합이 맞지 않으면 운동 효과는 떨어지기 마련이니까.
 
일상의 스트레스나 잡념이 너무 많아 명상에 집중하기 어렵거나 오랫동안 명상을 해왔음에도 딱히 좋은 점을 느끼지 못했다면 심리상담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일상, 가족, 계절 클래스까지 총 세 개의 클래스를 운영하는 집단 심리상담소 ‘호우가’에서는 최대 여섯 명이 모여 서로의 생각과 고민을 나눈다. 다양한 워크지와 심리검사, 미술 도구를 통해 나를 탐색한 다음, 여기에 타인의 피드백이 더해지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돕는 식이다. 아늑하게 꾸민 상담소와 카페, 와인 바를 오가며 ‘캐주얼하게’ 모임을 이끌고 있는 변유정 대표의 귀띔에 의하면 내담자 중엔 명상 지도자나 명상을 병행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심리상담은 내면의 이야기를 바깥으로 꺼내도록 도와주며 마음을 이완시켜 줘요. 어지러운 내면을 한 번 정리한 뒤에 명상을 하면 마음을 다루는 일이 훨씬 수월하게 느껴질 수 있죠. 집중력도 높아지고요.” 똑같이 나를 관찰하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서 명상이나 상담은 사실 같은 목표를 향해 있다. “명상이 하나의 운동이라면 심리상담은 청소 작업”이라고 변유정 대표는 말한다. 심리상담이란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이 아니라 방 청소처럼 마음속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비워내는 일상적 행위에 훨씬 가깝기 때문이다.
 
대한불교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청년 문화 공간인 ‘숨도’에서는 매주 평일 8시부터 8시30분까지 ‘아침 명상실’을 운영한다. 헬스장을 가듯이 자율적으로 이곳에 모여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을 돌본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9월 27일까지 피크닉(piknic)에서 이어지는 전시  〈명상 Mindfulness〉은 회화, 영상, 설치미술 같은 예술 작품을 매개로 일상 속 명상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명상은 우리 삶 속에 더욱 깊숙이 침투함으로써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는 중이다. 다시금 장기전의 양상을 띠기 시작한 코로나19로 혼자만의 시간이 길어진 지금, 이때를 기회 삼아 나의 내면과 현재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 세상이 다시금 활기를 되찾았을 때, 더 많은 생의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피크닉에서 진행 중인 〈명상〉 전시 전경.

피크닉에서 진행 중인 〈명상〉 전시 전경.

선정릉을 마주하고 있는 리프레쉬마인드. 수강 신청은 매달 셋째 주 월요일부터 홈페이지 (refreshmind.co.kr)에서 가능하다.

선정릉을 마주하고 있는 리프레쉬마인드. 수강 신청은 매달 셋째 주 월요일부터 홈페이지 (refreshmind.co.kr)에서 가능하다.

숨도의 ‘아침 명상실’ 포스터.

숨도의 ‘아침 명상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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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류가영
  • 디자인 온세미
  • 꼴라쥬 Djuno toms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