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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비트, 시대를 앞서간 팝핀 장인

BTS와 블랙핑크가 세계를 뒤흔들기 전, K팝 역사 속에서 너무 짧게 타올랐다가 사라져버린 나만의 아이돌 소환! 세 번째, 블랙비트.

BYELLE2020.04.24
 

시대를 앞서간 팝핀 장인, 블랙비트

SM엔터테인먼트에서 항상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그룹이 있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둔 3월, ‘화려한 비상을 꿈꾸는 다섯 전사’라는 수식어와 함께 등장한 블랙비트다. 장진영, 이소민, 정지훈, 심재원, 황상훈 2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다섯 청년으로 구성된 이 그룹은 소년미보다 잘 노는 대학교 댄스 동아리 오빠 같은 무심한 매력을 강조하며 내 마음속에 성큼 들어왔다. 가만 보면 시대를 타지 않는 깔끔한 외모의 호남들로 구성돼 있는데, 가만 보기 힘든 안무가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방시혁이 작곡한 타이틀곡 ‘날개’는 안무의 50%가 팝핀으로 이뤄진 난이도 최상급의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온몸의 관절이 부서지기 직전까지 춤춰야 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라이브가 불가능한 곡이다. 2000년대 초반 음악방송 카메라 감독들의 현란한 테크닉으로도 블랙비트의 정지된 얼굴을 잡기 힘들 정도였으니까. 사랑을 잃은 슬픈 남자의 한을 팝핀으로 표현한 현대예술 작품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춤만 잘 추는 것도 아니었다. ‘In the Sky’나 ‘헤어지기 전’ 같은 발라드도 꽤 안정적으로 소화할 만큼 노래 실력도 괜찮았다. 1집 활동을 거의 1년 꽉 채워 활동한 데다가 연습생 기간도 길어서 나름 탄탄한 팬 층도 갖췄다. 심지어 음악 방송 순위도 나쁘지 않았으니 ‘폭망 그룹’이란 소개는 절대 사양이다. 다만 1집 활동 중간에 대한민국을 하나로 만든 월드컵이란 변수가 나타났고, 2집 앨범 발매가 무기한 미뤄지면서 해체 수순을 밟았을 뿐. 지금 생각해 봐도 블랙비트는 그저 수많은 팝핀 꿈나무들을 양성한 아이돌 그룹으로 남기엔 너무 아까운 퍼포먼스 장인들이다.
서동현(카카오 브랜드미디어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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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류가영
  • 디자인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