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당신은 컬러플한 플라스틱 양동이를 탐하게 될 것이다. 버킷 백이라는 이름 아래 모아지던 동그랗고 귀여운 드로스트링 백 대신 크고 탄탄한 진짜 양동이 모양의 가방을 손에 든 모델이 런웨이에 쏟아졌으니까. 파랑, 노랑, 초록 등 생생하고 인공적인 컬러감의 버킷은 가방뿐 아니라 모자로도 변주돼 컬렉션에 위트를 더했다.
내리쬐는 태양과 비바람으로부터 얼굴과 목을 보호하는 실용적인 모자를 눈여겨보시길. 어부의 모자처럼 챙이 넓은 것이 특징인데, 랑방은 일명 방수모(Sou’wester)라는 넓은 챙을 자유자재로 구부릴 수 있는 코튼 소재 모자를, 버버리는 개버딘으로 얼굴 전면을 보호할 수 있는 모자를 선보였다. 메탈 컬러를 더한 프라다의 레더 햇도 눈여겨볼 것.
컬렉션 전반에 자연적인 소재가 사용된 이번 시즌엔 유난히 나무 굽 슈즈들이 눈에 많이 띈다. 꽃송이와 넝쿨을 조각한 미우미우의 웨지 힐 샌들, 건축미가 느껴지는 지방시의 뮬, 유려한 곡선이 인상적인 알렉산더 맥퀸의 샌들에서 갤러리에 놓인 조각품 같은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디자이너들은 수많은 과거의 단편 중에 70년대의 사이키델릭 프린트를 건져 올렸다. 환각 상태를 재현하듯 눈을 자극하는 현란한 컬러를 사용하고 마블링이나 타이다이처럼 비정형적인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 특징. 리얼 웨이 스타일링에서는 룩 전체에 사용하기보다 백이나 슈즈, 모자, 스타킹 등 일부 액세서리로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바늘과 실만 있으면 이 세상에 못 만들 것 없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액세서리를 소개한다. 손바늘로 뜬 소박한 플라워 아플리케를 모자 위에 단 마크 제이콥스, 구멍이 숭숭 뚫린 손뜨개 가방을 등장시킨 이자벨 마랑, 오프화이트™, 프라발 구룽, 컵받침을 연상시키는 스텔라 매카트니의 이어링 등이 그 주인공. 할머니 취향처럼 조금 촌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이 트렌드다.
올봄, 플라워를 주제로 한 트렌드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펜디와 에르뎀, 크리스토퍼 케인에서 찾을 수 있는 빈티지 벽지 같은 플라워 프린트와 안나 수이, 토리 버치, N°21 등에 등장한 잔잔한 페전트 플라워 그리고 루이 비통, 마크 제이콥스, 샤넬 등의 커다란 플라워 코르사주까지. 이번만큼은 과도한 플라워 모티프를 사용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머리에 꽃을 달아도, 꽃신을 신어도 모두 트렌디할 테니.
보통 통(Thong)이나 플립플롭은 하이패션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펜디의 새로운 슈즈를 보자. 플립플롭을 닮았지만 무지개떡 같은 재미있는 플랫폼과 캔디 컬러가 만나 탐나는 슈즈로 변신했다. 이렇게 발가락을 끼우는 슈즈는 보테가 베네타, 지방시, 오프화이트™, Y 프로젝트 등에도 등장해 통의 신분 상승 스토리를 새롭게 썼다.
청키한 체인이 네크리스와 벨트에 사용되고, 메탈 소재가 미니 클러치백이나 슈즈 뒷굽으로 사용되는 등 메탈의 인기는 계속된다. 그중에서도 당신이 주목해야 할 것은 거친 텍스처가 살아 있는 것들이다. 두드려 펴거나 정제하지 않은 듯 표현한 풍부한 질감은 매끈한 메탈보다 더 자연스럽고 세련된 인상을 풍긴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액세서리를 찾고 있다면 스포티한 선글라스에 답이 있다. 베르사체, MSGM, 랑방, 아이그너 등 컬렉션의 곳곳에 녹아든 애슬레저 트렌드를 고려하면 네온이나 비비드 컬러로 얼굴을 충분히 감싸는 디자인으로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
레드 컬러의 고글형 선글라스는 20만원대, Emporio Armani by Luxottica. 얼굴을 충분히 감싸는 디자인의 그린 선글라스는 33만원, Gentle Monster.
스파게티처럼 가느다란 선으로 발을 고정하는 스트래피 샌들이 돌아왔다. 겨우 두 개의 가느다란 스트랩만 사용한 크리스찬 코완의 뮬, 여러 개의 줄을 규칙적으로 연결해 매듭지은 롤랜드 뮤레의 앵클 스트랩 샌들, 발등을 타고 가느다란 코드가 교차되는 베르사체의 샌들 등 섹시미의 절정을 보여주는 서머 슈즈를 기억하자.
한동안 잊고 있었던 호보 백이 돌아왔다. 그것도 아주 거대하게 몸집을 불린 채로. 물건을 넣었을 때 가운데가 축 늘어지는 반달 형태의 호보 백은 부랑자들이 들던 주머니에서 유래했다. 보테가 베네타, 살바토레 페라가모, 에르메스 등에서 선보인 뉴 호보 백은 오리진에 매우 충실한 듯 보인다. 가방을 멨을 때 몸을 넉넉하게 감싸는 슈퍼사이즈로 제작돼 베스트를 겹쳐 입은 듯 새로운 스타일을 연출한다.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스카프 활용법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 듯하다. 삼각형으로 접어 턱받이처럼 목에 두르거나 목에 프티 스카프를 둘러주는 것은 기본. 버킷 백의 핸들과 보디 부분에 여러 개의 스카프를 두르기도 하고 볼캡 위나 캐플린 햇 아래 스카프를 둘러 묶기도 한다. 아예 터번처럼 헤드기어로 활용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손목에 뱅글 대신 스카프를 두르거나 커다란 후프 이어링에 스카프를 묶어주는 스타일링도 위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