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유럽 셧다운 이후의 일상_코로나 시대의 인터뷰 #1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인에게 사적이고 현실적인 지금에 대해 물었다. 셧다운 이후 유럽 그리고 당신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화장실 휴지를 제외하고) 지금 당신, 유럽,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BY권민지2020.04.08
영국 런던, 이네스 위어(Innes Weir), 47, 중학교 안전 및 테라피 담당자


누구랑 같이 살고 있나? 아내와 두 명이 아이. 7세와 11세.
현재의 삶과 과거의 (평범한) 일상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자면? 규칙적인 일상을 보내려고 노력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이미 트레이닝 팬츠와 슬리퍼 차림에 꽤 익숙해져 버렸다.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운동하고 있다. 일을 하러 가는 건 별로 그립지 않지만, 회사 사람들 몇몇은 보고 싶다. 자가 격리 초반에는 늦게 일어나서 늦게 자고 술을 많이 마셨는데, 계속해서 그렇게 살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 독서를 덜 하고, 덜 자며, 기분만 나빠진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내 몸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사무 시간’의 일상이 필요한 것 같다.
 
마트에서의 사회적 거리 두기. Photo by Innes Weir

마트에서의 사회적 거리 두기. Photo by Innes Weir

그럼에도 긍정적인 변화나 발견이 있었다면 무엇인지? 알고 보니 사랑스러운 이웃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개념이 얼마나 추상적으로 보이든지 간에, 하여튼 공동체 의식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 마지막으로 스스로 예상했던 것보다 내가 인내심 많은 사람이라는 것. 정말이지, 나한테 참을성이란 게 있는 줄 몰랐다. 뭐, 아직 확신하기엔 이르긴 하지만….
가장 그리운 것은? 즉흥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었던 것. 프라이버시 그리고 레코드 쇼핑. 온라인 쇼핑은 결코 오프라인 쇼핑과 같을 수 없다.
생필품 외에 사적인 즐거움을 위해서 구비해 둔 것이 있다면? 그동안 당연하다고 믿었던 모든 것이 부정당하고 있기 때문에, 쓸데 없이 비싼 걸 사도 괜찮다고 스스로 정당화하고 있다. 카페에서 1파운드짜리 커피를 마시는 건 불가능하지만 슈퍼마켓에서 비싼 위스키 한 병과 사치스러울 정도로 고급스러운 부활절 달걀을 구입하는 건 어쨌든 가능하니까 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마침내 종식되면, 우리 사회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나? 이런 식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비열하고 무능한 영국 정부에 심판의 날이 오기를 내심 원하고 있었다. (현재 집권당인) 보수당에 투표했다는 건 지금 감사와 박수를 받고 있는 NHS(국민 건강 서비스)가 아니라 의료민영화에 찬성했다는 뜻인 걸 알기 바란다. 또한 이 모든 사태가 지나간 이후에도 지금 영웅으로 칭송 받고 있는 이들에게 계속 존경을 표했으면 좋겠다. 우리를 무정부 상태에서 구한 이들, 간호사, 우체부, 환경미화원, 버스 기사, 사회 곳곳의 노동자들에게 말이다!
 
정원 가꾸기 만큼 효과적인 테라피는 없다. Photo by Innes Weir

정원 가꾸기 만큼 효과적인 테라피는 없다. Photo by Innes Weir

어떤 행동 혹은 메시지가 이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나? 식물을 길러라. 반려 식물을 들이는 것 혹은 정원을 가꾸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테라피는 없다. 그리고 (당신이 가족과 함께 산다면) 혼자만의 시간을 고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아무리 집안일이 바쁘더라도 누구나 변명할 필요 없이 한 시간 동안 탈출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파리, 세실 파흐네(Cecile Parnet), 34, 비즈니스 스쿨 홍보 담당자


누구와 함께 살고 있나? 파리에서는 혼자. 하지만 지금은 부모님 댁에 잠깐 내려와 있다.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가장 먼저 자가 격리에 들어간 직군 중 하나다. 프랑스에서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를 제일 먼저 닫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혼자 텅 빈 집에서 보내는 건 정신 건강에 좋지 않아서 부모님 댁이 있는 생-말로(Saint-Malo)에 왔지만 좀 복잡하다. 성인이 된 이후 부모님과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건 처음이라….
 
이렇게 고요한 파리를 본 적이 있었나? Photo by Cecile Parnet

이렇게 고요한 파리를 본 적이 있었나? Photo by Cecile Parnet

지난 3주 동안 프랑스 그리고 당신의 일상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사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사회가 멈춘 것이나 다름없다. 하루아침에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금지되고, 재택근무는 필수가 됐으며, 지하철을 비롯한 모든 대중교통이 정지됐다. 아니, 어제까지 정부와 대부분의 언론에서 코로나19는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바이러스라고 떠들어 대더니 오늘 아침부터 코로나19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강조한다고 생각해 봐라. 얼마나 혼란스러운 상황인지!

주로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 드로잉. 자가 격리를 하면서 내가 얼마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는지 깨달았다. 긍정적인 발견이긴 하지만 흠…. 뭐 온종일 스마트폰만 쳐다 보고 있을 수도 없으니까. 하루에 한 시간은 밖에서 운동하거나 슈퍼마켓에 가는 것이 허용되기 때문에 가끔 산책도 하고 있다.
 
하루에 한 시간 동안 운동 혹은 생필품 구입을 위해 밖에 나갈 수 있다. Photo by Cecile Parnet

하루에 한 시간 동안 운동 혹은 생필품 구입을 위해 밖에 나갈 수 있다. Photo by Cecile Parnet

지금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 마스크가 없다는 것. 의료종사자에게조차 마스크, 장갑, 보호 장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의사인 남동생의 말에 따르면, 아직은 여분이 있지만 충분치는 않다고 한다. 그리고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직종의 사람들을 위한 제도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경우 셧다운 이후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무시무시한 집세, 각종 세금은 내야 하지 않나. 그들에겐 바이러스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경제적 위기 상황이 더 치명적이지 않을까 싶다.
언제쯤 파리에 돌아갈 계획인가? 아니, 언제쯤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나?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4월 15일까지 셧다운을 선언했지만, 대부분의 의사는 5월 1일까지로 예상한다. 그러니까, 아마 5월쯤? 확신할 수는 없다. 지금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3월 15일 자정부터 시작된 셧다운 전날 마지막 밤을 즐기자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프랑스 사람들의 사진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사실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는 정부의 지침이나 규칙을 따르는 일에 익숙하지 않고 한국처럼 공동체 의식이 강하지도 않으며 개인의 권리와 가치가 최우선시되는 사회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팬데믹 시대다. 개인의 욕망, 프랑스 특유의 가치관보다 안전과 건강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다. 제발 이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란다.

 
스위스 모르주, 소피 버거(Sophie Berger), 34, 민간 클리닉 채용 담당자


누구와 같이 사는지? 파트너와 고양이 두 마리.
병원 HR 파트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재택근무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출퇴근하는 건 물론이고 노동의 강도도 세졌다. 하지만 그 외 일상생활은 완전히 바뀌었다. 대중교통 대신 자동차를 이용하고, 늘 마스크를 착용하며, 직장에서도 제한적으로 활동한다. 예전에는 퇴근 후 바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술을 마셨다면 지금은 칵테일 한잔을 손에 들고 스카이프를 켠다.
 
의료기관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늘 마스크를 착용한다. Photo by Sophie Berger

의료기관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늘 마스크를 착용한다. Photo by Sophie Berger

가장 그리운 것은? 친구들과 가족들. 사람들을 껴안는 것. 테라스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저녁을 먹으면서 수다를 떠는 것. 봄도, 꽃도 만개했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 셧다운, 자가 격리의 시간을 버텨내는 개인적인 방법을 말해준다면? 온라인 기타 레슨과 영어 수업, 독서, 고급스러운 진을 마시는 것, 청소, 운동(세상에, 내가 운동을 하다니!) 등등. 소셜미디어나 메신저를 통해 꾸준히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이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비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끔 하루 정도는 뉴스를 안 봐도 괜찮을 것 같다. 지금 대부분의 언론은 최악의 경우만을 강조하면서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경향이 있으니 말이다.
코로나19 그 이후의 세상을 그려본다면? 항공과 자동차를 포함한 교통량과 공장공해가 감소되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대기가 깨끗해진 것만은 확실하다. 비록 우리는 지금 믿을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그저 불안해하고 다른 국가나 타인을 탓하기보다는 이 상황에서 뭔가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타적인 태도를 가지고 단지 지금의 팬데믹 이후에도 지구를 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환경에 대한 교훈을 얻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믿지는 않는다. 아마 코로나19가 종식되는 즉시 모든 사람이 예전의 방식으로 돌아갈 것이라 90% 확신한다.
이 상황에 대처하는 당신만의 긍정적이고 개인적인 자세는? 지금 불안해하는 건 지극히 정상이지만, 정신 건강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 상황은 한동안 계속될 테지만 우리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인간이 변화에 대처할 수 있다는 건 진화론적인 사실이니까 말이다. 그저 삶의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배우는 기간이라고 생각해봐도 괜찮지 싶다. 반드시 집에서 생산적인 일을 할 필요는 없고, 그저 미세먼지 없는 공기로 깊게 숨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이탈리아 이솔라 델 리리, 페데리코 이아프레이트(Federico Iafrate), 33, 엔지니어 그리고 바텐더


자가 격리를 한 지 얼마나 됐나? 이 글을 쓰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주 전부터 시작됐다.
한 달 전과 지금 일상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타인과의 모든 접촉이 불가능해졌다는 것. 일을 할 수 없게 됐다는 것. 한 달 전에는 일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곤 했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가장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이 가장 큰 행복인 걸 깨달았다. 친구들과 맥주나 커피를 마시는 그런 소소한 일들 말이다.
 
로마 근처에 위치한 아름답고 고요한 작은 마을 이솔라 델 리리. Photo by Federico Iafrate

로마 근처에 위치한 아름답고 고요한 작은 마을 이솔라 델 리리. Photo by Federico Iafrate

그럼에도 긍정적인 발견 혹은 발전이 있었다면? 자발적인 건 아니지만, 나 자신을 진득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동안 자신에 대해 몰랐던 점들 혹은 발견하지 못했던 가능성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됐다. 그리고 이젠 코로나19 이후의 삶에 대해서 계획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누리는 사적인 즐거움, 일종의 스몰 럭셔리 같은 것을 꼽자면?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고 그동안 큰 관심을 두지 않던 예술과 문화에 대해 찾아보고 있다. 온라인 투어를 통해 이탈리아 곳곳을 가상 세계에서나마 여행하고 있는 중이다. 아마 모두 알고 있겠지만, 이탈리아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중 하나 아닌가(웃음).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되면 실제로 방문하고 싶다.
 
매일 보던 풍경이 가장 그립다. Photo by Federico Iafrate

매일 보던 풍경이 가장 그립다. Photo by Federico Iafrate

지금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 인내심. 가능한 한 하루빨리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이건 한 개인에게 달린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책임이자 욕망일 것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어떤 태도가 도움될 것이라 생각하나? 코로나19는 단순히 위기가 아니라 어떤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인간답다는 말의 의미, 자본주의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인간성을 되찾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 삶의 작은 것들을 감상하고 감사할 줄 알며,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다시금 깨닫고, 증오와 편견, 이기심, 공포가 아니라 공존이라는 생존법에 대해 배워야 할 때다. 물론 지금은 무엇보다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의무감을 가지고 제한사항을 철저하게 준수하며 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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