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팬데믹 선언 이후, 전 세계 5개국의 일상_코로나 시대의 인터뷰 #2

코로나19의 시대, 미국에서 동양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재택근무가 아닌 출퇴근을 하고 있는 홍콩 직장인의 하루는? 자가 격리 이후 콜롬비아와 칠레, 사우디 아라비아의 일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전 세계 5개국 사람들이 보내온 사적이고 현실적인 지금의 이야기와 사진들.

BY권민지2020.04.09
미국 캘리포니아 얼바인, 에스더 킴(Esther Kim), 29, 패션 디자이너, 자가 격리 한 달째
 
현재의 삶과 과거의 (평범한) 일상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자면?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내가 사는 오렌지 카운티 지역은 5월까지 모든 것이 셧다운 예정이다. 재택근무는 물론이고 5명 이상 모임을 갖지 못해 화상 통화로 소통하고 있다. 불필요한 외출 또한 금지라 생필품 구매를 위한 마켓, 병원, 은행만 열려 있다. 물론 마켓에 가도 선반이 텅텅 비어있을 때가 많고 사람들이 항상 줄을 서 있다. 2m의 사회적 거리를 철저하게 지켜가면서!
 
팬데믹 선언 이후, 마켓에 가도 물건을 사기 어려워졌다. Photo by Esther Kim특히 각종 휴지가 귀해졌다. 1명 당 1개씩만 구입 가능하다. Photo by Esther Kim 텅텅 빈 냉동식품칸. Photo by Esther Kim
재택근무 시간 외에 뭘 하며 시간을 보내나? 요즘 제일 많이 하는 건 게임. 그리고 넷플릭스 보는 것. 얼마 전 친구의 젠더리빌 파티(임신 중 태아의 성별을 공개하는 파티)를 페이스타임으로 참여했는데, 굉장히 어색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실감하고 있나? 물론이다. 마스크를 쓰고 싶지만 구할 수도 없고 어떻게 구한다 치더라도 눈치를 보면서 사용해야 한다. 아시안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마치 ‘백인특권(White Privilege)’처럼 ‘마스크 특권(Mask Privilege)’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 같다. 서양인은 마스크를 써도 괜찮지만, 동양인이 마스크를 쓰면 마치 보균자인 것처럼 이상한 눈초리를 받는다. 미국에서 태어나 살아온 지난 30년간 이 정도로 인종차별이 심각하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른 이후엔 더욱 심해졌다. 마치 허락이라도 받은 것처럼 말이다. 내 동양계 친구들도 많이 당했다. 주로 이유 없이 욕을 듣거나 다짜고짜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식이다.
 
Hate is a virus! Photo by Esther Kim마트에서 줄을 설 때는 늘 2m 간격을 지켜야 한다. Photo by Esther Kim
가장 그리운 것은? 아무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는 것. 마켓에 다녀와도 오자마자 손을 씻어야 하고 사온 물건들은 모두 세척 및 소독이 필수다. 테이크 아웃 메뉴를 사와도 일단 그릇에 음식을 모두 옮기고 난 즉시 포장 박스를 버려야만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마침내 종식되면, 우리 사회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나? 미국의 경우엔 많은 것이 변할 것 같다. 개인위생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앞으로 습관처럼 자리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우리 회사만 해도 50%의 직원이 해고됐고 주변에 집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뉴스를 보고 있자면 종말론적인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인데, 그럼에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홍콩, 크레이그 윌리엄스(Craig Williams), 48, 식물원 큐레이터, 사회적 거리 두기 2개월째

 
누구와 함께 살고 있나? 지금은 혼자. 아내, 딸과 함께 살았지만, 휴교령이 내려진 후 가족 모두 일본에 있는 처가에 방문했다가 나만 홍콩으로 돌아왔다. 나는 계속 출퇴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아내와 딸의 안전을 위해서 잠시 떨어져 있기로 했다.
굳이 재택근무가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업무 환경의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예전보다 더 바쁘다. 보존해야 하는 식물을 수집하고 생태 복원 사업 등을 하고 있기 때문에 봄은 늘 바쁜 시기지만 요즘엔 더하다. 현재 작업하고 있는 현장에 일반 대중은 물론 대부분의 직원 출입이 금지되면서, 모든 것이 답답할 정도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시간 역시 제한적이라 홈 오피스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계속 일을 할 수 있어서 매우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며, 평소보다 훨씬 조용하고 평화롭게 일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홈 오피스에서 보이는 뷰! Photo by CraigWilliams

홈 오피스에서 보이는 뷰! Photo by CraigWilliams

가장 그리운 것은? 아내와 딸. 보통 자기 전에 딸에게 책을 읽어주곤 했다. 지금은 떨어져 있지만, 여전히 영상 통화로 매일 밤 책을 읽어준다. 읽고 있는 페이지 위로 휴대폰을 들어 딸에게 그림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처음엔 과연 이게 될까, 싶었지만 어쨌거나 성공했다. 하루 중 내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긍정적인 발견 혹은 발전이 있다면? 다이어트 중이다. 자발적인 건 아니었지만, 체중을 감량하라는 의사 소견도 들은 지경이라 좋은 타이밍인 것 같았다. (아내 그리고 아내의 맛있는 음식 없이) 혼자 있기 때문에 식단 조절하는 게 수월했고 최근엔 군것질을 줄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뭐, 그러면서 영국의 베이킹 경연 프로그램 〈베이크 오프(The Great British Bake Off)〉를 보는 건 좀 마조히즘적인 행동이긴 했지만.
 
홍콩에서 매우 희귀한 식물인 대만구등(Uncaria hirsute). 팬데믹으로정원이 폐쇄된 후 꽃을 피웠는데, 그 모습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닮아 촬영했다. Photo by Craig Williams

홍콩에서 매우 희귀한 식물인 대만구등(Uncaria hirsute). 팬데믹으로정원이 폐쇄된 후 꽃을 피웠는데, 그 모습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닮아 촬영했다. Photo by Craig Williams

코로나 19 이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모르겠다. 그저 덜 소비하고 더 단순한 생활방식을 찾기를 바랄 뿐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우리는 집단행동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이 바이러스를 극복하는 것 이상으로 더 큰 도전에 직면해있다.  
지금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태도 혹은 메시지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는가? 유머, 음악, 드라마 그리고 우리는 하나라는 의식. We’re all in this together!



콜롬비아 메디인, 예니 안드레아 몬살베 야르체(Yeny Andrea Monsalve Yarce), 37, 증권회사에서 근무, 자가 격리 3주째

 
누구와 함께 살고 있나? 혼자.
근무 시간 외에 주로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요가와 명상. 그리고 틈틈이 친구들과 가족들의 근황을 확인한다.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있는 온라인 채널을 찾았나? 물론이다. 현대사회에서 IT 솔루션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실감했다. 단순히 근무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 모든 생활 전반적으로 말이다. 스카이프와 줌을 통해 요가 수업을 듣고 있고 매일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한다.
 
텅 빈 사무실! Photo by YenyAndrea Monsalve Yarce

텅 빈 사무실! Photo by YenyAndrea Monsalve Yarce

가장 그리운 것은? 동료들과의 점심. 친구와 가족 모임. 외출하는 것. 커피 타임. 그러니까, 가장 평범하고 소소하다고 여겼던 일상들!
생필품 외에 사적인 즐거움을 위해서 구비해 둔 것이 있다면? 붓글씨(캘리그라피라고 해야 할까?)에 관심이 생겨서 만다라(밀교에서 발달한 상징의 형식을 그림으로 나타낸 불화) 책 한권과 종이, 마커를 샀다. 그리고 위스키와 와인 몇 병 정도? 무료 온라인 강좌 또한 수강하고 있다.  
지금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태도 혹은 메시지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는가? 천천히 생각을 정리할 것.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말 것. 현재의 상태에서 가능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Be_Positive!
 
코로나19 사태가 마침내 종식되면, 우리 사회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나?코로나19는 그동안 인류가 얼마나 휴머니즘을 잃어버렸는지 깨닫게 만들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모두 인간다움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가족, 친구, 환경 등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삶을 살기를 희망하지만, 뭐, 누가 알겠나?

 
사우디 아라비아, 사라 와이야니(Sara wayyani), 36, 영업사원, 자가 격리 한 달째
 
누구와 함께 지내고 있는지? 보통은 혼자. 지금은 친구와.
팬데믹 선언 이전과 이후, 개인 일상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늦게 일어나도 된다는 것. 친구네 집으로 잠깐 이사했다. 레스토랑에 갈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요리를 하는 수밖에 없는데 우리 집 부엌은 요리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라서….
 
 최대한 건강하게 먹기 위해 노력 중이다. Photo by Sara Wayyani

최대한 건강하게 먹기 위해 노력 중이다. Photo by Sara Wayyani

그럼에도 긍정적인 발견이나 발전이 있었다면? 지난 몇 년간 그저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 자신을 들여다보고 진짜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필요한 것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앞으로의 삶에 대해 다시금 스케줄링하는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뜻밖의 휴가라고 생각하면서, 우울함이나 불안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드로잉을 하고 잠을 많이 잔다. Photo by Sara Wayyani

드로잉을 하고 잠을 많이 잔다. Photo by Sara Wayyani

생필품을 제외하고 무엇을 구비해두었나? 그림 도구들. 그냥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그림을 그리고 잠을 많이 자던 날들로.
코로나19 이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나? 사람들이 플라스틱을 덜 사용했으면 좋겠다. 환경 문제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결코 다른 이야기일 수 없고 우리는 지구의 주인이 아니니까.
지금의 상황을 버텨내는 당신만의 방법은? 언제든 상황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 일이 전부가 아니며 그보다는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매 순간 되새긴다.



칠레 산티아고, 클라우디아 칼데론 리치(Claudia Calderón Rich), 45, 시니어 바이어, 자가 격리 3주째

 
자가 격리를 버텨내는 방법이 있나? 예전의 스케줄대로 움직이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 재택근무를 하고 있지만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밖에 나갈 수 없다는 것만 제외하면 그다지 다른 일상을 보내지 않기 위함이다.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좋다.
 
한적한 산티아고 다운타운의 모습! Photo by Claudia Calderón Rich

한적한 산티아고 다운타운의 모습! Photo by Claudia Calderón Rich

혼자 지내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하는지? 예상하지 못했던 긍정적인 소득이 있었나? 그동안 책을 쌓아 놓기만 했었는데 비로소 책을 정리하고 실제로 읽을 시간이 생겼다. 그리고 요리를 시작했다. 평소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음식을 만들면서 편안함을 느낀다.  
가장 그리운 것은? 정말이지 수도 없다. 걷는 것. 운동하러 가는 것.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 그리고 엄마의 요리!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있는 온라인 채널이 있다면? 다니던 헬스장에서 온라인으로 그날의 운동을 업로드해준다. 생각보다 재미있고 따라 하기에도 쉽다.
 
발코니에서 찍은 풍경. Photo by Claudia Calderón Rich

발코니에서 찍은 풍경. Photo by Claudia Calderón Rich

사적인 즐거움, 일종의 스몰 럭셔리 같은 것을 꼽자면? 스타벅스의 커피.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스타벅스의 원두로 커피를 만들어 먹는다. 그리고 레드 와인 2병. 매달 2병 정도만 마셔왔기 때문에 여전히 그렇게 하고 있다.
어떤 행동이나 메시지가 이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하는지? 아무리 외롭고 괴롭더라도 혼자 있을 것. 동시에 온라인을 통해 친구, 가족, 직장 동료들과 틈틈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하루 종이 뉴스나 넷플릭스만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실제로 집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세상엔 훌륭한 홈트 채널이 얼마든지 있다. 운동만큼 정신건강에 효과적인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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