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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호 vs. 불호! 직업별, 직급별, 상황별 재택근무 썰. zip

재택근무 좋아요? 싫어요? 워킹맘과 싱글, 편집 디자이너와 개발자, 막내와 팀장까지, 재택근무를 대하는 각자의 자세.

BY권민지2020.03.04
영화 〈베이비 붐〉 스틸

영화 〈베이비 붐〉 스틸

24시간이 모자라
재택근무의 장점이자 단점은24시간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 29일까지 개학이 연기됐으니까,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긴 한데, 좋은 것 같은데, 좋을 것 같았는데… 정말이지 육아와 업무가 합쳐지니 혼이 쏙 빠지는 느낌이다. 삼시세끼 챙기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회사에서는 점심 시간이 제일 기다려졌는데 지금은 점심이 돌아오는 게 제일 무섭다. 오늘 뭐 먹지? 김지연(에디터, 워킹맘)


막내는 살맛, 임원은 심심
기사를 하나 봤다.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대리는 일할 맛, 과장은 감옥, 임원은 심심’. 그러니까 재택근무 시행 이후 대리급은 잔심부름도 사라지고 눈치 볼 필요도 없어 일의 효율이 좋아진 반면 대부분의 학교, 어린이집이 개학을 연기한 상황에서 과장급은 마치 카톡과 육아와 함께 재택 감옥에 갇힌 기분이고 임원들은 마냥 지루하다고 답했다는 거다. 그래서인지 우리 상무님은 매일 아침 출석 체크를 하신다. 나는? 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근무 시간 내에 업무를 끝낼 수 있다는 걸 알았고 저녁이 있는 삶이란 가능성을 보았다. 그랬다. 행복은 집에 있었다. 안아름(마케터, 막내)
 
CatherineHeath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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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노예화
재택근무를 하는 일주일 동안 나 자신이 얼마나 노예화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하고, 어딘가에 감시 카메라가 달려 있는 것만 같으며, 상사의 카톡에 3분 안에 답을 못했을 땐 이상하게 죄책감이 든다. (잠깐 화장실을 다녀왔을 뿐인데!) 하지만 확실히 컨디션이 좋아지는 부분은 있다.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8시 출근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는 내 리듬에 맞춰 생활할 수 있으니까. 또 악몽 같은 몇몇 직장 동료, 상사의 얼굴 대신 고양이들을 하루 종일 볼 수 있다는 점도 정신건강에 이롭다. 하지만 고양이들에게도 천국인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 내 고양이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 같다. 너무 괴롭혔나…? 김마리(에디터, 애묘인)
 
 GlennCarstens-Peter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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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스위트 홈
시간을 공짜로 얻은 느낌이다. 출퇴근 시간과 준비 시간을 합친 3시간, 틈틈이 수다 떨고(이것도 업무의 하나다) 커피 마시는데 사용하는 1시간이 확 절약됐으니까. 다만 디자이너라는 업무 특성상 컴퓨터와 키보드를 집으로 통째로 들고 와야 하는 어려움이 있긴 했다. 백업된 외장 하드만 있다면 집에 있는 컴퓨터로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 내 컴퓨터는 너무 오래된 것이었다. 키보드도 손에 익지 않았고. 때문에 두 번이나 회사에 가야 했지만, 그럼에도 재택근무에 전혀 불만 없다. 일이 너무 잘 된다. 강아지가 행복해하는 것도 좋고. 이수진(편집 디자이너, 애견인)


GlennCarstens-Peter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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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인 듯 근무 아닌 근무 같은
경계가 없어졌다. 작업에 대한 압박이 덜하다는 건 분명 장점인데 이상하게 이점이 나를 괴롭힌다. 침대에도, 식탁에도, 책상에도, 그냥 눈앞에 항상 일이 있다. 잠깐 쉬어볼까, 하고 누우면 어느새 몇 시간이 훅 지나가 있고 그러면서도 내내 “아, 일어나서 작업해야 하는데…” 싶어서 마음 한구석이 내내 불편하다. 야근인 듯 야근 아닌 야근을 하게 되며 집에 있어도 퇴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뭐, 누구 하나 보는 이는 사실 없으니 집중도도 떨어지는 게 사실. 씻기도 귀찮고 커피 사러 나가기도 귀찮고 밥 먹기도 귀찮고 다 귀찮은데, 살은 안 빠지는 미스터리. 왜죠? 연희정(PD, 귀차니스트)


미드 〈모던 패밀리〉 중

미드 〈모던 패밀리〉 중

미래를 보았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PR 파트라 재택근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생각보다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 IT 솔루션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실감하는 있는 요즘. 꼭 필요한 미팅이 아니라면 약속은 대부분 취소하고 대부분 메신저와 전화로 해결하는 데도 별 차질이 없으며 팀원들과는 화상 미팅으로 소통 중이고, 사내 인트라넷에도 접속 가능해 집에서도 안 되는 게 없다. 다만 언젠가 잠시 PC 카톡이 먹통이 된 적이 있었는데, 그 몇 분간 어찌나 난감했던지. 그때를 제외하면 큰 어려움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직은 회사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되나, 멀지 않은 미래에는 아마 재택근무의 고착화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강아지와 함께 지낼 수 있는 시간+@의) 자유를 담보하는 효율적 환경, 그게 미래의 업무 방식인 것 같다. 김인선(에델만 코리아 부장, 미래지향적 애견인)
 
영화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중

영화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중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10분 안에 카톡에 답하지 않으면 왠지 변명해야 할 것 같은 느낌. 샤워 좀 했을 뿐인데… 반대로 누군가 업무 시간에 카톡을 재깍 보지 않으면 괜한 의심이 든다. (내 안의 꼰대력이여.) 그리고 약간의 실망감. 재택근무하면 좀 놀면서 일할 줄 알았는데, 그냥 말 그대로 ‘재.택.근.무’였다. 원래 일과 일상의 흐릿한 경계가 더 흐릿해졌고 아침부터 밤까지 카톡에 시달린다. ‘평소에 회사에서도 일 안(못) 하는 걸로 유명했던 A는 지금 완전 휴가겠지? 걔는 아마 여행 가도 아무도 모를 거야’ 같은 생각은 덤. 이렇게 생각보다 단점이 좀 많지만 장점이 워낙 압도적이라 큰 불만은 없다. 출근 안 해도 된다는 것. 잠옷 입고 일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자유로운 포즈로 업무가 가능하다는 것. 침대에 누워서, 엎드려서, 큰 소리로 욕하면서! 보기 싫은 얼굴을 굳이 보지 않아도 된다아! 이지원(엔지니어, 불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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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각 영화 및 미드 스틸/ 언스플래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