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효순과 폴과 앨리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지난달 헤눅 디자이너 노현욱과의 인터뷰 끄트머리. 셀렉트 숍의 대표이기도 한 그에게 물었다. 이 칼럼에 반드시 등장해야 할 이가 누구냐고. 그는 망설임 없이 폴앤앨리스 디자이너 주효순을 추천했다. ::노현욱,주효순,인터뷰,작업실,헤눅,셀랙트 숍,폴앤앨리스,디자이너,엘르,엣진,elle.co.kr:: | ::노현욱,주효순,인터뷰,작업실,헤눅

2008년 여름에 열린 폴앤앨리스의 프레젠테이션에서 만나고 처음이에요. 지난 2년 동안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일단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게 가장 큰 변화겠죠. 그러면서 인생의 한쪽이 안정됐어요. 삶이 좀 묵직해진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우리 같은 디자이너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진 것 같아요. 저 같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많이 알려지고 또 그들의 옷에 대한 인식도 좋아졌죠.‘신진’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매체에 많이 소개된 후 폴앤앨리스는 조용히 꾸준한 행보를 보여줬어요. 일전에 디자이너 서상영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그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한 번 컬렉션을 시작하면 쉴 수 없다고요. 저 역시 어찌어찌 하다보니 계속하게 되더라고요. 다음 시즌 옷을 미리 만들고 생산이 들어가면 쉼없이 그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그런 식의 순서를 따라가다 보면 도무지 멈출 수 없는 거죠. 최근 파리에서 아주 의미 있는 경험을 했죠? ‘서울’s 10 소울 프로젝트’ 10인 디자이너에 선정돼 파리 트라노이 쇼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어땠나요? 하루 동안 프레젠테이션하고, 4일 동안 부스에서 옷을 선보이는 형식이었어요. 반응은…. 바이어들이 흥미로워하는 것 같긴 했지만 주문받기까지는 아무래도 쉽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명함 건네고 간 곳들과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어요. 서울컬렉션의 제너레이션 넥스트 쇼에는 3회까지 참여할 수 있는데 그럼 티켓 3장을 다 사용한 셈이네요.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맞아요. 브랜드를 재정비하고 매출도 늘려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10월 25일에는 서울컬렉션에서 PT쇼를 할 예정이고, 해외 판매 루트에 대한 고민과 노력도 많아요. 국내에는 어디에 스토어가 있나요? 오프라인에서는 플로우(Flow)와 메종드쿠튜리에사공일바이(401 by), 보이플러스 등의 편집 숍에서 판매돼요. 아, 얼마 전부터 입점한 신세계의 편집 숍 픽 앤 추즈(Pick N Choose)도 있네요. 감성을 모아두었다가 길어 마시는 자신만의 우물이 있나요? 영화에서 감성을 충전할 때가 많은데 특히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를 좋아해요. 는 볼 때마다 엉엉 소리내서 울어요. 도 좋아하고요. 옷은 어쩌다가 만들게 됐나요? 저는 옷 만들기를 뒤늦게 배웠어요. 에스모드 졸업한 후엔 취업하지 않고 다른 길을 택했죠. 하나씩 만들어서 팔면서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그때 마침 온라인 셀렉 숍 6th Avenue와 401 by가 생겨서 거기서 판매를 시작했죠. 컬렉션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알고 보면 시시해요. 데일리 프로젝트 신인 디자이너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곳에 입점했다가 그냥 우리끼리 별 생각 없이 “여기서 쇼하면 참 좋겠다! 친구들을 모델로 세우자! 꺅!!” 그러다가 단독 쇼가 진행됐죠(웃음). 그게 2007 F/W 시즌 쇼였어요. 폴앤앨리스는 어떤 여성들이 입나요? 사실은 잘 몰라요. 근데 저 같은 사람들이 입는 것 같아요. 그럼 질문을 조금 바꿔 보죠. 어떤 여성들이 입을 거라고 상상하나요? 삶의 여유가 있어서 천천히 살아가는 여성들이요.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이들. 물질적인 풍요가 아니라 뭐랄까, 나무처럼 평화로운 사람들이요. 제가 나무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나물’을 좋아한다는 말로 들었어요(웃음). 웃긴 말일지 모르지만 나무 같은 옷을 만들고 싶어요. 어디든 갖다 놓았을 때 주변 모두에게 여유를 줄 수 있는 옷이요. 길에서 폴앤앨리스를 입은 여자를 만났을 때 상상 속의 그녀와 비슷했나요? 다들 스타일링을 잘했더라고요. 어떤 분은 제 상상보다 훨씬 더 예뻤어요. 가서 인사하고 싶었어요. “안녕하세요, 그 옷 만든 디자이너인데요.”라고요. 폴앤앨리스의 컬러들은 창백한 여인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색에 대한 편견이 있나요? 베이지! 제가 만든 옷은 베이지 컬러를 기본으로 해요. 거기에 어울리는 색을 더하는 식이죠. 최근에 작업했던 것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아이템은 뭐예요? 이번에 처음으로 백을 만들었는데 A4 사이즈의 가죽 백에 가죽끈 대신 프린트 스카프를 연결했어요. 2008 S/S 컬렉션에 사용했던 빈티지한 프린트를 다시 한 번 이용했어요. 이름은 동화적이고 소녀 같은데 이번 F/W 시즌 옷은 꽤 매니시한 느낌이에요. 전 항상 매니시한 느낌을 좋아해요. 근데 너무 남자 같은 건 아니고 소녀와 소년의 중간 어디쯤이요. 그 소년이 시즌이 지날수록 조금씩 더 성숙해져 가는 것 같아요.지금 시점에서 폴앤앨리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해요? 사실은 파리 다녀와서 생각이 많아요. 폴앤앨리스는 커머셜한 브랜드인데 옷 자체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그렇다고 하이엔드는 또 제가 추구하는 게 아니죠. 그 중간 어디쯤에 우리 자리가 있을 텐데. 이제는 자리를 확실하게 잡아야겠죠. 해외 시장은 생각보다 세분화돼 있어서 그걸 분명히 해야 할 것 같아요.인터뷰할수록 느끼는 건데 독립 디자이너들은 정말이지 일당백인 것 같아요. 회사로 치면 여러 팀이 하는 역할을 혼자 다 하는 경우가 많던데요. 아까 작업실 제 책상에 쌓여 있는 세금계산서랑 영수증 보셨죠? 그런 게 일의 절반이에요. 그렇다면 브랜드가 지금보다 커져서 디자이너가 아닌 다른 역할을 채용한다면 누구부터 뽑고 싶어요? 당연히 재무 및 자금 팀(웃음)! 폴앤앨리스는...2010 F/W 룩. 폴앤앨리스의 옷은 편안하다. 자극적인 컬러, 과한 장식은 없지만 실루엣이 재밌다.여성스러운 컬러와 남성적인 실루엣의 조화가 흥미롭다. 슈즈는 이번 시즌 처음 선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1월호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