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터링 장식의 니트 베스트는 Wooyoungmi.

화이트 재킷과 톱, 팬츠, 레이스업 슈즈는 모두 Prada.

프린트 장식의 면 티셔츠는 Off-white™.

버건디 컬러의 니트 베스트는 Wooyoungmi.

시스루 보머 재킷과 와이드 팬츠는 모두 Dior Men.

기사마다 ‘대세’라는 표현이 빠지지 않더군요 〈녹두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그 여파 아닐까요. 인지도가 높아지고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사실이죠. 한편으로는 그래서 이 작품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덜 하려는 중이에요.
1년 전 방송에 나왔던 돈가스 집에 줄 서 있는 모습도 다시 화제가 됐죠. 이틀이나 줄을 섰다는 이야기를 듣고 궁금했어요. 돈가스를 진짜 엄청나게 좋아하는 건지 그 정도로 돈가스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요 (웃음). 마침 서울에 올라온 어머니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고 가고 싶다고 하셨어요. 첫째 날은 어머니와 같이 줄 섰다가 실패하고, 다음 날 혼자 번호표를 뽑아서 기다리던 장면이 화면에 찍힌 거죠. 워낙 먹는 걸 좋아해요.
알아보는 시선이 앞으로 더 많아질 텐데 부담은 없나요 그래도 살던 대로 살지 않을까요.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평소에 옷을 잘 입고 다닌다거나, 다니던 곳을 바꾸거나 할 것 같지는 않아요.
드라마 초반 가장 큰 화제가 됐던 건 여장이었어요. 그러나 소위 ‘여자답다’는 기준에 맞춰 ‘김과부’를 연기하지는 않았죠 가치관과 지향하는 바가 잘 맞아떨어진 경우예요. 과장된 연기나 자연스럽지 않은 건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사회적 가치와도 맞는 일이었기 때문에 ‘여자처럼 걸으라’는 디렉션을 받았을 때 ‘여자 걸음이란 건 없다’며 제 의견을 말할 수 있었어요.
노출에도 거리낌이 없었는데 필라테스가 도움이 됐나요 확실히 연기할 때 몸을 사용하는 데 도움이 돼요. 근육과 중심을 잡아준다고 할까요. 녹두는 섬에서 자란 소년이고, 무예 실력이 뛰어나요. 그런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니 노출도 망설일 필요가 없었죠.
드라마를 다시 정주행하는 사람들이 유심히 봐줬으면 하는 장면이 있다면 7화 엔딩 부분부터 8화로 넘어가는 대목, 과부촌이 불타고 화적 떼와 전투하는 장면이 있어요. 액션도 많고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 연기까지 해야 해서 신경 쓸 부분이 많아 긴장했어요.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장면이 나왔고요.
배우 지망생이 아닌 상태에서 소속사가 생기고 데뷔를 했어요 처음에는 나만 뿌리 없이, 다른 배우들이 무장한 상태로 임하는 전투에 맨몸으로 던져진 기분이었어요. 헤매던 시간을 지나 나름 생존법을 익혀 가는 중이에요.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알게 되는 것도 많고요.
맨몸으로 참전할 수 있었던 용기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원래 그런 성향이 좀 있어요.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과감하게 내리고, 밀어붙여야겠다 싶으면 불도저처럼 덤벼들죠.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처참하게 패배하더라도 돌아갈 데가 있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다시 취업 준비를 하게 되더라도, 도전했던 시간이 아까울 것 같진 않았거든요. 일단 뛰어든 이상 제대로 하려고 열심히 달렸고요.
누군가는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웹 드라마, 단막극, 드라마, 예능, 영화까지 정말 꾸준히 작품을 해왔어요. 데뷔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만큼요 상대적으로 신인에게 열려 있는 역할들, 그 좁은 선택의 폭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해왔다고 생각해요. 비록 내가 맡은 역할이 원하는 것과 100% 맞지 않더라도 한정된 것들 속에서 어쨌든 계속 해나가는 전략을 택했죠. 지금은 그 폭과 제안이 조금씩 넓어지는 과정에 있고요.
내년 상반기에 방영될 드라마 〈써치〉에 출연을 결정했어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뷰티풀 데이즈〉(2018) 이후 영화 출연 계획은 없나요 전략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의식은 하고 있어요. 드라마로 인지도를 쌓고 검증받은 배우들이 영화에서 그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넘어갈 타이밍을 놓쳐 후회하는 경우를 곧잘 봤거든요. 마침 독립영화 촬영에 곧 들어갈 예정이에요.
데뷔 전의 이야기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요. 편의점 강도를 잡아 뉴스에 나온 자료 화면을 통해 캐스팅됐다는 데뷔 스토리도 그렇지만 고등학생 때 썼던 시의 내용이나, 대학생 시절 하숙집 근방에서 흡연하는 고등학생들을 잡으러 다녀 ‘왕십리 장형사’라고 불렸다는 이야기도 그렇고요 제가 TMI가 너무 많죠(웃음).
수많은 과거의 에피소드 중에서 어떤 시기가 지금의 당신을 만드는 데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나요 고등학생 때가 결정적이지 않았나 싶어요. 뭔가 성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했던 게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거든요. ‘정세청세’라고 아세요?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만나다’라는 토론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대회도 자주 나갔어요. 고 조영래 인권 변호사께서 맡았던 사건에 대해 토론했던 게 기억나요. 시를 가장 활발하게 썼던 시절이기도 하고, 나름 가장 순수했던 시절이에요.
세상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군요 그 영향인지 지금도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요. 물론 단점이기도 하죠.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는 일도 그냥 못 넘어가거든요. 대학생 때 누군가가 잘못했던 일을 단체 채팅방에 공론화한 적 있어요. 범죄에 가까운 사건이었는데도 사람들 반응은 ‘왜 일을 시끄럽게 만드냐’였어요. 학교에서나 군대에서나 무슨 일이 생기면 다들 묻고 넘기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죠. 충격이었어요.
당시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구설수에 오르기 싫어 저와 거리를 두는 사람들도 생겼어요. 항상 반장이나 회장을 했던 ‘인싸’였는데 사람들의 태도를 보며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이후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를 10분의 1로 줄일 만큼 인간관계도 정리했어요.
지금 그 사건을 돌아보며 ‘그때 내가 비겁했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미투운동 이후에도 여전히 성범죄가 계속되는 것처럼,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건 본인도 결국 비슷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한 사람이 움직인다고 뭔가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건 알아요. 다만 이제 다른 사람보다 영향력 있는 직업을 갖게 됐으니 언젠가 좋은 영향을 끼치는 데 힘을 쓸 수 있길 바라요.
그런 도덕적 향삼심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기도 해요. 주변 사람의 고민은 잘 들어주는 편인가요 제게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땐뽀걸즈〉 촬영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남학생 두 명이 연기 지망생이거든요. 가끔 만나서 진로 상담 겸 밥을 사주긴 해요. 10년 가까이 더 산 인생 선배로서 ‘나쁜 짓 하지 마라, 노력해라’ 뭐 이런 말을 해주죠.
곧 29세가 돼요. 20대가 끝나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배우 일을 잘하고 싶어요.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면 다른 걸 잘해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나를 보는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 그걸 열심히 잘해내는 것 외에 다른 걸 생각하는 건 사치 같아요. 그런데 저도 사람이다 보니 〈녹두전〉 끝나고 오랜만에 게임을 시작했더니 결국 새벽까지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작품이 끝난 직후에는 조금은 여유를 가져도 되지 않나요 사실 다음 작품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백수’나 다름없는 신세긴 하죠.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다음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30대가 되면 배역의 폭도 한층 넓어질 테니 그에 대비해 연기 스펙트럼도 넓혀가야할 테고요.
잘하는 것들이 많다 보니 사람을 보는 눈도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말이 잘 통하면 돼요. 동물과 아기를 워낙 좋아하니까 함께 좋아할 수 있는 사람, 타인에게 예의 있는 사람이면 더 좋고요. 성품이 정말 훌륭하면 외모까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나요? 저는 그래요.
이런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는 기준도 있을까요 작품이 잘되고 나니까 ‘너 변하면 안 된다’는 말을 종종 들어요. 어떤 맥락인지, 무슨 의미에서 하는 말인지 알죠. 당연히 변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하는 말인데 저는 그것도 노력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이라면 내가 했을 일을 귀찮다고 안 하거나 태도가 달라진다면 그건 그 사람이 원래 그런 사람이기 때문 아닐까요. 노력하지 않는 사람, 나태한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요.
돌이켜보면 복권을 사러 편의점에 갔던 날이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어요. 그때 그 복권은 어떻게 됐나요 경찰서에 갔다가 참고인 진술까지 마친 뒤에 기어코 샀죠. 그게 제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복권이었어요. 결과는 ‘꽝’이었지만 덕분에 새로운 길이 시작됐으니 상관없어요. 그러고 보면 이야기의 서막으로 꽤 괜찮은 내용 아닌가요?

클래식한 데님 팬츠는 Valentino.

아이보리 팬츠는 Lfm.


레더 셔츠와 블랙 데님 팬츠는 모두 Lfm.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은 Prada.

보머 재킷과 와이드 팬츠는 모두 Dior Men.

더블브레스트 재킷과 체크 셔츠, 롤업 데님 팬츠, 더비 슈즈는 모두 Givenc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