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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쇼에서 만난 5인의 취향

유지태, 헨리, 장기하, 홍장현, 박태환... 에르메스 멘즈 패션쇼에 선 그들과의 인터뷰.

BYELLE2019.11.30

YOO JI TAE

__배우·영화감독 
네이비 컬러의 무통 코트와 터틀넥 톱, 팬츠, 첼시 부츠는 모두 Hermès.

네이비 컬러의 무통 코트와 터틀넥 톱, 팬츠, 첼시 부츠는 모두 Hermès.

에르메스의 쇼와 전시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정도로 인연이 깊다. 브랜드의 어떤 가치에 공감하는가 클래식함을 토대로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것. 에르메스가 가진 전통과 역사를 탄탄하게 지켜내면서 새로운 세대의 도약을 간과하지 않는 도전 정신에 공감한다.
예술, 문화 전반에 걸쳐 꾸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발견한 좋은 작품은 각종 해외영화제에서 수상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  관객 연령층을 떠나 ‘시대’와 ‘공감’이라는 키워드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그려낸 수작이다.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다. 무언가를 하거나, 하지 않는 것을 정하는 기준은 정체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계속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향한 갈망이 지금도 여전하다.
이 기준이 에르메스 멘즈 유니버스의 런웨이에 서기로 결심한 이유와 이어지나 그렇다. 배우로서 설 수 있는 수많은 무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 런웨이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아 흔쾌히 결정했다.
그 새로운 경험에서 당신이 얻은 것이 있다면 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생애 첫 워킹을 감행한 대한민국 각 분야를 대표하는 남성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분들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이다. 전형적인 일직선이 아닌, 3층에서 1층까지 오픈된 복도를 따라 내려오는 런웨이 또한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 것 같다.
 
 

HENRY

__뮤지션·방송인
기하학적 패턴의 니트 스웨터와 레더 와이드 팬츠, 앵클 부츠는 모두 Hermès.

기하학적 패턴의 니트 스웨터와 레더 와이드 팬츠, 앵클 부츠는 모두 Hermès.

예능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을 통해 음악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돌아왔다. 그 여정이 당신에게 미친 영향은 ‘진짜 힘들다, 그런데 또 하고 싶다’의 무한 반복이었다. 잘 준비된 완벽한 무대가 아니더라도 음악은 그 자체로 가치 있다는 사실을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생일 기념으로 한강에서 혼자 버스킹을 하기도 했다.
최근 발표한 곡의 제목도 '한강의 밤’이다. 당신에게 서울은 어떤 도시인가 사랑하는 도시. 내 인생의 3분의 1을 이곳에서 만들었으니까. 앞으로도 이곳에서 어떤 새로운 추억과 기억을 만들어갈지 기대된다.
에르메스 멘즈 유니버스의 런웨이에 서기로 결심한 이유는 나에게 에르메스는 예술을 사랑하는 브랜드다. 나 역시도 음악이라는 예술의 한 영역에 몸담고 있기에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런웨이라는 새롭고 흥미로운 도전을 멋진 패션 하우스와 할 수 있어 영광이다.
어떤 남자가 멋지다고 생각하나 오랜 시간 변치 않는 이미지를 구축한 사람들. 내면도, 외적으로도 성장의 시간을 충분히 감내한 이들만 그런 아우라를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가깝고 소중한 이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에게 그들이 그런 것처럼 그들 또한 나를 가깝고 소중한 사람으로 여겨줬으면. 조금 더 욕심을 내서 ‘오래오래’ 기억해 준다면 좋겠다.
 
 

CHANG KI HA

__뮤지션
패치워크 장식의 블루종과 셔츠, 와이드 팬츠, 펀칭 부츠는 모두 Hermès.

패치워크 장식의 블루종과 셔츠, 와이드 팬츠, 펀칭 부츠는 모두 Hermès.

에르메스 멘즈 유니버스의 런웨이에 서기로 결심한 이유는 전문 모델이 아닌 남성 모델과 함께 런웨이에 선다는 시도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시대 변화와 무관하게 오랫동안 자기만의 길을 걸어온 에르메스처럼 나 또한 시간이 흐른 뒤, 그런 뮤지션으로 기억되고 싶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활동을 종료한 이후 의외로 DJ로서 무대에 섰다 지난해 아주 기초적인 기능만 익혀 서너 번 디제잉을 해본 적 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장비를 사서 연습하고 무대에 섰는데 지난해에 멋모르고 했던 때가 더 잘했던 것 같다(웃음). 어설픈 기술을 쓰려고 애쓰는 게 오히려 조잡할 수 있다는 걸 비롯해 여러모로 느낀 바가 많아서 재미있다.
오디오 북 녹음에 참여할 정도로 애서가로 알려져 있다.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 문장이 있었는지 “형체 있는 것은 아무리 애써도 언젠가, 어디선가 사라져 없어지는 법이다. 그것이 사람이건 물건이건.”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답게 무겁지 않은 문체였지만 이 문장만은 무거운 울림으로 다가왔다.
최근 사람들과 가장 깊은 이야기를 나눈 대화 주제는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누구든 모든 면에서 뛰어날 수 없고,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없으며,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도 없으니까.
일상의 어떤 순간에 가장 행복과 만족을 느끼나 내가 한 일에 대해 진심 어린 칭찬을 받을 때.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지금 갖고 있는 물건 중에서 당신의 취향을 가장 잘 대변하는 게 있다면 글쎄. 어떤 물건에 대해서도 그다지 강한 취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소지품이라는 것은 거슬리지 않으면 그만 아닐까. 지금 갖고 있는 것은 대체로 거슬리지 않는 것들이니, 그런 면에서는 내 취향을 반영한다고 봐도 좋겠다.
공감대를 자극할 직관적인 가사를 여럿 남겼다. 최근 자주 생각하는 문장이 있다면 누구나 행복 앞에 뾰족한 수가 없다.
 
 

HONG JANG HYUN

__패션 포토그래퍼 
볼 캡과 파이핑 장식의 그레이 수트, 그래픽 패턴의 터틀넥, 러버솔 부츠는 모두 Hermès.

볼 캡과 파이핑 장식의 그레이 수트, 그래픽 패턴의 터틀넥, 러버솔 부츠는 모두 Hermès.

에르메스 멘즈 유니버스의 런웨이에 서기로 결심한 이유는 에르메스만의 존재감에 끌려서. 시대 흐름에 끌려가지 않는  브랜드 역사, 그 자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패션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한 사진 스튜디오 ‘용장관’의 수장이다. 궁극적으로 어떤 게 가장 멋진 태도라고 생각하는가 시대와 시대를 연결하려는 자세. 지금 시대는 나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다. 나 또한 새로운 세대들과 함께 어울려야 살아갈 수 있다.
당신의 사진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는 사람은 아직 없다. 혼자서 외로운 수행 중이다.
최근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는 주제는 언제나 가족이다. 가족을 통해 생기는 의식이 곧 세상을 향한 인식으로 바뀌어 간다. 내 삶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가장 큰 원동력인 가족에게 칭찬받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한 남자로서 내 삶을 돌아봤을 때도 가장 잘한 일을 꼽자면 가족과 일, 양쪽의 균형을 비교적 잘 맞추고 있는 것이다.
두 딸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면 ‘매너를 지켜라’는 말. 딸들은 내게 ‘살아 있는(Live)’ 피사체이다.
가깝고 소중한 이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동네 형. 그 정도면 딱 좋을 것 같다. 하와이에서 1년을 보내고 서울에 돌아온 후 새롭게 발견한 것도 ‘내 사람’이었다.
 
 

PARK TAE HWAN

__수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후드가 달린 무통 코트와 블루종, 블루 터틀넥 톱, 팬츠, 펀칭 부츠는 모두 Hermès.

후드가 달린 무통 코트와 블루종, 블루 터틀넥 톱, 팬츠, 펀칭 부츠는 모두 Hermès.

에르메스 멘즈 유니버스의 런웨이에 서기로 결심한 이유는 이토록 의미 있는 패션 하우스와 함께하는 자리라면 자부심을 갖고 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원래 스타일링이나 옷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한 번쯤 근사하게 모델로 활약해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에르메스 남성 유니버스 아티스틱 디렉터, 베로니크 니샤니앙(Vèronique Nichanian)과의 만남은 어땠나 쇼 자체가 처음인데 영광스럽다. 이번 작업을 통해 개인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그동안 가방과 가죽 제품을 우선적으로 떠올렸다면, 다양한 남성 의류 라인과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갖췄다는 것도 알게 됐다.
특히 신경 써서 고르는 패션 아이템이 있는지 해외 출장에 걸맞은 빅 사이즈의 백, 특히 가죽이 훌륭한 제품을 눈여겨보게 된다. 좋은 가죽은 쓸수록 빛난다는 말은 정말 맞다. 가죽이 상해도 개의치 않고 사용할 수 있으니 결국 가장 편하다.
얼마 전 2019 전국체전에 출전해 39번째 금메달을 땄다. 대한민국 역대 최다 금메달이라더라 좋다. 기분 좋은 일이다.
경기를 떠나 자유롭고 행복하게 수영했던 경험이 있다면 가족 여행에서 조카들을 등에 업고 물놀이했을 때 정도? 항상 즐겁게 수영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다. 직업이기도 하지만 내가 살아온 날들, 그 자체이기 때문에. 하지만 막상 레인에 서면 그러기가 쉽지 않다. 개인 종목 기록 경기는 선수 수명이 그리 길지 않은데 대한민국 수영의 다음 주자가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나를 향한 기대가 여전히 존재하니까.
어떤 남자가 멋지다고 생각하나 자신감 혹은 자부심을 가진 사람.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지만 경기에 임할 때도 이런 자신감이 필요하다. 패션도 그렇지 않나? 새로운 스타일을 과감하게 시도해 봐야 ‘이건 의외로 괜찮구나’ ‘이건 아니구나’ 같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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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김혁
  • 패션에디터 방호광
  • 피처에디터 이마루
  • 디자인 전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