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뻗어나가는 <82년생 김지영> || 엘르코리아 (ELLE KOREA)
SOCIETY

해외로 뻗어나가는 <82년생 김지영>

<82년생 김지영>이 해외에서도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ELLE BY ELLE 2019.11.08
태국판스페인판헝가리판중국판일본판대만판
2019년 10월 14일은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세상에 나온 지 정확히 3년째 되는 날이었다. 이 책은 3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미투 열풍과 페미니즘 운동에 힘입어 실제적인 피해를 겪은 여성은 물론,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듯 보이던 일상적 차별에 묶인 여성의 이야기까지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데 성공했다. 최근 79쇄를 찍은 <82년생 김지영>은 출간 7개월  만에 판매부수 50만 부를 돌파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밀리언셀러로 등극했다. 이는 2009년,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밀리언셀러에 등극한 후 9년 만에 나온 문학계의 소중한 기록이기도 하다. 출간 직후 한국에서는 수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바로 그 김지영이라 고백했으며 책과 관련한 끝도 없는 논쟁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남들의 눈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왔지만 결국 실어증과 정신분열을 겪어야만 했던 82년생 김지영 씨. 그녀의 이야기로 인해 한국 사회에 불어닥친 커다란 파동은 최근 해외로 힘 있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가까운 나라 일본과 대만, 중국으로 그리고 바다 건너 유럽과 미주까지. 현재까지 17개국에 수출된 <82년생 김지영>은 일본판의 경우 최근 판매고 13만 부를 돌파하며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 재팬’의 아시아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대만판 역시 출판 당일 전자책 판매 부문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으기는 마찬가지다. 이후 헝가리, 스페인 등에서도 출간된 데 이어 내년에는 영국과 프랑스, 미국을 포함한 더욱 다양한 국가에서 출간될 계획이다. 민음사 편집부 박혜진 차장은 “<82년생 김지영>을 계기로 여러 나라에서 숙제처럼 갖고 있었던 문제들이 튀어나오는 모습을 보고 소설의 힘을 다시금 확인했다”며 기쁨을 전해왔다. <82년생 김지영> 속에는 인물의 외모를 묘사하는 장면이 없다. 그래서 독자들은 어렵지 않게 소설 속 김지영에 자신을 투영시키곤 한다. 거대한 그림자가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여성을 무겁게 짓누르는 듯한 한국판 표지와 마찬가지로 해외판 표지 역시 인물의 얼굴은 대부분 가려졌거나 추상적으로 표현됐다. 실제 1982년생 작가가 작업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여자의 텅 빈 얼굴에 그녀가 과거에 품었을 푸른 이상과 황량한 현실의 대비를 초현실적으로 그려넣은 일본판 표지,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아예 고개를 돌려버린 여성이 그려진 태국판 표지처럼 해외판 <82년생 김지영>들은 모두 현실 속에서 갈피를 잃은 평범한 여성의 무기력한 삶에 기꺼이 공감한다. 이 책에 대한 국경을 초월한 공감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올해 초, 국내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82년생 김지영> 일본판 번역가 사이토 마리코(59)는 “주인공이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독자들이 쉽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다”며 소설이 지닌 보편성의 힘에 공감하면서도 결국 이 책이 지닌 가장 강력한 힘은 ‘남다른 생명력’에 있다고 힘줘 말했다. 불필요한 요소는 생략한 채 끈질기게 하나의 문제에 집중하는 소설 자체의 생명력 그리고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화시키며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몸부림치는 주인공의 생명력 말이다.
<82년생 김지영>은 국내에서도 또 한 번의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김도영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정유미가 김지영을 연기한 동명 영화가 오랜 기다림 끝에 10월 23일에 개봉한다. 원작 소설 역시 다시금 각종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등장하며 역주행에 성공했다. 변화의 바람은 계속된다. 그것도 더 크고, 더 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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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컨트리뷰팅에디터 류가영
    사진 우창원
    디자인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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