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을 향한 말말말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지금 세상에서 가장 말 많은 영화 중 하나,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선플과 악플을 따져봤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말

“<82년생 김지영>, 일차적으로 너무 잘 만든 작품이다. 흉작이나 다름없는 올해 한국영화계에서 단비 같은 수작. 각색과 연출, 연기 모든 면에서 흠잡을 구석 없이 마음을 울리는 종 같은 영화. 다 떠나서 정유미의 새로운 대표작이 될 듯. 분명 올해의 영화 중 하나. 훌륭하다.” -민용준(영화평론가)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놀랍겠지만, <82년생 김지영>은 분노를 조장하는 영화가 아니다. 소문처럼 이분법적으로 성별을 나누어 남성 모두를 잠재적 가해자로 일반화시키는 것도 아니고 남자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조롱하거나 폄하하지 않으며 저주를 퍼붓고 싶은 뚜렷한 단 하나의 빌런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도 이야기는 덤덤히 힘 있는 공감을 끌어낸다.

“경험은 소설과 비슷한데, 이제 이 캐릭터에는 얼굴이 생겼어요. 그리고 정유미 캐스팅은 정말 이상적이죠. 평범하고 안전해 보이지만 그 밑에 처연한 무언가가 있는” -듀나(영화평론가)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좋은 작품인 이유 중 하나는 단연 정유미다. 정유미는 '김지영'의 푸석푸석하고 메말라 가는 삶, 답답함과 무력함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그 감정선이 더없이 일상적이고 섬세해서 더욱 마음을 울린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공유 역시 현실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공유가 연기하는 남편 ‘대현’은 무척 이상적인 인물인데, 그렇게 좋은 남편인 그조차 무심하게 지나치는 것들을 적절하게 연기해냈다. 공유의 연기엔 극적인 면이 없다. 이를테면 육아를 ‘함께 하는 것’이 아닌 ‘도와주겠다’고 표현한다거나 당연하게 밥을 차려 달라 부탁하는 모습들을 해맑고 단순하게 표현해서, 보다 보면 밉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좀 답답해진다. 그가 의도한 그대로 말이다.

“누군가의 딸, 아내, 동료, 엄마가 아닌, 오롯한 여성으로 홀로서기” –장영엽(영화평론가)

혹자는 한 여자가 너무 다양한 사건들을 겪지 않느냐면서 작위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건 한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시대의 이야기에 가깝다. 이미 세상에 차고 넘치는 누군가의 아들, 남편, 동료, 아빠가 아닌 오롯한 남성으로 홀로 서는 다른 서사들처럼 말이다.

문제적 장면에 대한 말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KBS <영화가 좋다>에서 소개된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손목이 아파 병원을 찾은 ‘김지영’에게 의사가 했다는 말을 남편 ‘대현’에게 전하는 대사 때문이었다. “의사 선생님이 밥통이 해주고 빨래는 세탁기가 해 주는데 왜 아픈 거냐고 되레 묻잖아.”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그리고 이 장면을 캡처한 게시물엔 ‘어떤 의사가 이렇게 말하겠냐’ ‘의사가 저렇게 말한다는 것 자체가 판타지 장르’ ‘진짜 소설은 소설이구나’ ‘피해망상, 징징도 정도껏’ 같은 댓글이 줄을 이었다. 물론 몸이 아파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저런 폭력적인 말을 일삼는 의사는 흔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게 정말 ‘뇌내망상’이기만 할까? 일단 소설을 읽어보면 맥락이 이해된다.

“의사는 모니터에 뜬 김지영 씨의 이전 치료 기록들을 훑어본 후, 모유 수유를 해도 괜찮은 약들로 처방하겠다고 말하며 마우스를 몇 번 클릭했다. 예전에는 일일이 환자 서류 찾아서 손으로 기록하고 처방전 쓰고 그랬는데, 요즘 의사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예전에는 종이 보고서 들고 상사 찾아다니면서 결재받고 그랬는데, 요즘 회사원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예전에는 손으로 모심고 낫으로 벼 베고 그랬는데, 요즘 농부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라고 누구도 쉽게 말하지 않는다. 어떤 분야든 기술은 발전하고 필요로 하는 물리적 노동력은 줄어들게 마련인데 유독 가사 노동에 대해서는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소설 <82년생 김지영> 중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이건 다큐가 아니다. (하이퍼 리얼리즘이라는 의견이 있으나 어쨌든) 픽션이다. 현실은 아니지만, 진실성을 지닌 가치 있는 허구 말이다. 여기서 의사를 현실성이 함축된 상징이 아닌 곧이곧대로 ‘광명시 A 정형외과의 김 아무개 의사’로 받아들이는 건 너무 일차원적인 해석 아닌가. 그게 더 억지다.

우리 모두의 말

한 네티즌의 말처럼 ‘42년생 김순자’ 만큼의 일상 차별을 받아왔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남동생과 동일한 수준의 교육과 대우를 받고 자랐고, 지금은 소위 말하는 전문직 종사자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82년생 김지영>에는 공감 가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저에게만 과일을 깎는 법과 요리하는 방법 등을 가르쳤던 점, 그런 가사들을 알뜰히 해내는 저에게 시집 잘 가겠다며 기특해하셨던 어른들, 수없이 들었던 ‘여자애가’ ‘계집애가’로 시작되던 말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을 울렸습니다.” -83년생 강혜정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시부모님들은 크게 부담을 주시지 않는 정말 좋은 분들이지만 시댁에 갈 때마다 아직도 늘 좌불안석인 게 사실이에요. 외딴섬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처가에 가는 남편도 마냥 편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대접을 받는 느낌이라면, 나는 일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긴장을 느껴요. 어렸을 때부터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나도 어쩔 수 없는 ‘유교걸’이 된 걸까요….” -87년생 이영진

“과자가 먹고 싶을 땐 할머니에게 과자 사달라고 말하라고 남동생을 시키곤 했어요. 그럼 100%였거든요.” -89년생 장소현

“화장실 몰카, 스토커, 무심한 가족들 등 영화에 나오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정확히 제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 데리고 공원에서 싸구려 커피 마시는데 그 모습을 보고 ‘맘충’이라고 뒷담화 하는 거, 이건 제가 적어도 대여섯 번은 당해봤습니다. 모든 걸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세상엔 여전히 다양한 몰상식들이 존재합니다.” -84년생 오지수

“남편은 우리 집에 올 때마다 아빠와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시댁에서는 저에게 가사나 자녀계획에 대한 이야기만 물어보시더라고요.” -85년생 김희민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어렸을 때 매 설날 저는 세뱃돈으로 3천원을 받곤 했어요. 남동생은 만 원을 받았고요.” -92년생 장아름

“신혼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남편에겐 우리 부모님이 ‘이젠 네가 유민이 잘 돌봐줘야 한다’고, 저에겐 시부모님이 ‘이젠 네가 00이 잘 보필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90년생 고유민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17개국에 출판됐거나 될 예정이며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호주, 홍콩, 대만, 필리핀, 등 세계 37개국에 판매된 상황이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말 많은 영화 중 하나,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선플과 악플을 따져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