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수영장이라는 사회
작가이자 운동애호가 '황선우'가 바라보는 요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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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운동’이라 믿으며 오래도록 해온 건 달리기였다. 러닝화 한 켤레와 운동복이면 충분하고, 언제 어디서든 혼자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운동. 그런데 발가락을 담그고 보니 수영은 달리기와 반대 지점에 있었다. 일단 말리부의 개인 저택에 딸린 수영장을 가진 부자는 아니니까 집 근처의 수영장까지 찾아가야 한다. 수영복과 수영모, 물안경, 세면도구와 수건 중에서 하나라도 빠뜨리면 곤란해진다. 정해진 시간과 이용 규칙을 지키며 안전요원, 강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내 일정이나 기분에 따라 두 시간을 달릴 수도, 10분만 뛰고 멈춰 돌아올 수도 있는 러닝과는 달리 수영은 꼬박꼬박 일정한 시간을 도려낸 듯 가져간다. 집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운동이 시작된다는 건 달리기가 가진 훌륭한 미덕이다. 반면 수영은 50분이라는 수업시간 전에 가서 몸을 씻는 데 이미 50분이 소요되며, 마치고 나서 다시 씻고 머리를 말린 뒤 집에 돌아오면 1시간이 더 흘러가 있다. 뛰면서 넓은 공원이나 한강 변을 독차지한 기분을 느낄 수 있지만 수영을 하면서는 언제나 시설을 함께 사용하는 사람들의 인구 밀도를 견뎌야 하고, 공간을 나눠 쓰는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 한번은 꽤 일찍 도착해 샤워 준비를 마쳤기에 쉬는 시간 동안 미리 연습이나 하려고 했더니 안전요원에게 제지를 당했다. 아직 앞 시간 수업을 마친 어린이들이 수영장에 남아 있어서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 뒤로는 꼬마 회원들이 모두 샤워실로 이동할 때까지 계단에서 천천히 기다린다. 달리기가 자유이자 맨몸이고 혼자라면, 수영은 규율이자 복장이고 사회다. 수영을 시작한 지 석 달이 넘었지만 옆 레인에서 오리발을 단 상급자들이 지나가면서 ‘촤 촤’ 뿌리는 물벼락은 여전히 초급반인 내 처지를 겸허하게 일깨운다. “저분들은 몇 달 배우신 거예요?” 강사에게 물었다. “글쎄요…. 1년 넘게 계속한 분들일 걸요?” 1년이라니, 수영장이라는 이 세계의 핵심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호흡과 발차기 말고도 인내와 성실함을 함께 배워야 할 것 같다.
황선우 작가, 운동애호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썼으며, 여성의 일과 몸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한다.
Credit
- 글 황선우
- 에디터 이마루
- 디자인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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