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허감독을 실은 비행기는 그어놓은 선, 보이는 선 하나 없는 하늘에서 서로의 신호와 약속을 지키며 난다.

여행과 삶의 경계를 허물며 살기 원했고 원하고, 그 바람은 여전하다.
지난 1년 동안 ‘바람’은 잠시 현실이 되었다.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제주는 일이자 여행이 되었다.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것만으로도 여행이었다.

이른 아침이나 도착 시각이 점심시간에 가까운 시간대의 비행기는 다른 시간대보다 저렴했다.
김포에서 제주행은 오전 11시 이후에서 1시 사이의 비행기를 탔고,
제주에서 김포행은 낮 12시 이후에서 2시 사이의 비행기를 탔다.
몇 차례의 오고 감이 반복되자 익숙해졌다.
항공권 예약을 마치면 바로 렌터카 예약을 했다.
제주 공항에서 내리면 렌터카 하우스까지 걸어가 렌터카 회사 셔틀을 타고 렌터카를 픽업하러 갔다.

‘하늘’로 불리지만 매번의 비행마다 ‘모습’은 언제나 달랐다.
6년 전, 첫 배낭여행을 유럽으로 떠났었다.
중국을 거쳐 파리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15시간이 넘도록 한숨도 자지 못했었다.
비행기 창문 너머의 풍경을 놓칠까 봐,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아까웠었다.
이제 9월 23일이면
제주와 서울을 오가던 하늘길은 익숙함에서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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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름 위의 맑은 하늘과 공항에 놓인 저마다의 바쁜 일상의 모습, 초록의 한라산 꼭대기 등…






2019년 10월의 문턱에 서서 다음의 길을 그리고, 가리킨다.
제주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다음 이야기는 계속될 거예요.
무엇이든 열심히 쓰고 부지런히 나눌게요.
지난 시간, 제주 이야기와 함께해주신 여러분,
모두 고맙습니다.
'제주에서살아보기' #11 가을을 기다리며, 국밥 한 그릇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