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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숙하고 당찬 소녀의 얼굴, 박은빈

하얀 얼굴, 총명한 눈빛, 야무진 입술.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도 비껴간 조숙하고 당찬 소녀의 얼굴, 박은빈. 수줍음 대신 자신감으로 꽉 찬 그녀의 무대는 이제부터다.

프로필 by ELLE 2010.07.27


드레스. 미우미우.  레이어드한 스커트. 오즈세컨. 헤어 장식. 프란세스B. 팔찌. 에르메스. 귀고리. 봄 주얼리.


EG 지금 고3이죠. 수험생 스트레스에 시달리진 않나요?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어요. 공부 못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을 뿐이지, 전교 1등 같은 원대한 목표를 가진 게 아니니까요. 그저 성실하게 공부하고 있어요.
EG 대학 진학은 연기 관련 학과를 생각하고 있죠?
실은 그게 유일한 고3 스트레스예요.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어요. 애초부터 연기학과를 생각했더라면 괜찮은데, 실은 다른 전공을 생각하고 공부를 해왔거든요. 그런데 막상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니 고민돼요.
EG 연기를 하면서도 학교생활에 충실했다고 들었어요. 학교에서 친구들의 시선이 불편하진 않았나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때마다 “전혀”라고 대답해요. 학교에서는 그저 평범한 학생이기 때문에, 친구들도 내가 연예인이라고 의식하지 않아요. 작품에 출연하거나 기사가 뜨면 관심 갖고 얘기해주는 정도죠. 평소에는 똑같이 선생님 얘기, 급식 얘기하고 지내요.
EG 반장도 하고 전교 부회장도 했다던데, 리더십이 있나 봐요.
초등학교 때는 6년 내내 반장을 했고, 중학교 때는 전교 부회장을 했어요. 작년에는 회장을 하게 되면서 부담감이 좀 컸는데, 그냥 다 같이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애썼어요. 학교 축제도 재미있게 마쳤고요.
EG 어릴 때 데뷔한 것은 아무래도 본인의 의지보다 부모님의 뜻이었겠죠?
아뇨. 내가 굉장히 좋아했어요. 다섯 살 때부터 연기를 했는데, 이상하게 어린 시절 다른 기억은 안 나도 촬영했던 기억은 남아 있어요. 사실 엄마는 부모 입장에서 딸이 힘든 게 싫으니까 항상 그만두자고 하셨지만, 내가 계속 하게 해달라고 했어요. 그만큼 연기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EG 마냥 재밌던 연기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요?
1년 동안 ‘태왕사신기’를 찍으면서 대본이 여러 차례 바뀌고 신이 추가되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흐름을 이해하고 연기를 잘하는 게 공부보다 어렵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어요. 마냥 놀러 가는 기분이 아니라 책임감을 느끼게 됐죠. 작년에 연극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를 할 때도, 아역에서 성인으로 가는 전환점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것을 배웠어요. 아기 엄마 역할을 맡았는데, 남편으로 출연한 정원중 선생님이 우리 아빠랑 동갑이셨죠.(웃음) 20~30년씩 연기하신 선생님들도 대본을 받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수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나이에 일찍 연기를 시작한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EG 2005년 삼성생명 CF(딸의 인생은 길다 편)가 방영되고 저 모델이 누구냐며 화제가 되기도 했죠. 재미있는 게, 중학교 1학년 때 친구들이랑 봉사활동을 다녀오는 길에 전광판에서 그 광고를 처음 봤어요.
한 남자친구가 “어, 박은빈이다!” 하고 소리치더라고요. 나도 처음 보는 거라 궁금한데도, 친구들이 많으니까 창피해서 제대로 보질 못했어요. 촬영 당시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 비몽사몽간에 찍은 건데, 반응이 좋아서 기뻤어요. 어느 날 팬 카페에 들어가보니 방문자 수가 30만 명이나 되더라고요.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직접 전화까지 해주신 감독님도 있고.
EG ‘태왕사신기’, ‘천추태후, ‘선덕여왕’ 등 지금까지 출연작을 살펴보면 사극이나 정통 드라마가 대부분이에요.
네. 한 번 작업한 감독님이 또다시 불러주신 경우가 많아서, 출연 작품들 성향이 비슷하죠. 작품 결정은 주로 내가 하는 편이에요. 내가 연기하는 거니까,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역할을 골라야 하지 않을까 해서요. 그래선지 뭐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답을 못하겠어요. 나쁜 기억으로 남은 작품이 없어요. 
EG 맡은 역할들 역시 ‘어린 역할’이었지만, 감정 표현은 성인 연기나 다름 없었죠. 연기하기 어렵진 않았나요?
‘태왕사신기’는 처음엔 혼란스러웠지만 나중에는 힘들지 않게 찍었어요. ‘선덕여왕’은 방영 중간에 갑작스럽게 투입이 되어서, 별다른 준비를 하지 못했죠.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던 연기는 아니에요. 가장 감정 잡기 힘들었던 건 ‘천추태후’의 황보설이었어요. 김호진(왕욱 역) 아저씨를 연모하는 역할이었는데, 사랑을 해본 적 없는 상태에서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를 하려니 쉽지 않았어요. 감독님께선 “은빈아, 동방신기 오빠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해라”라고 하셨죠.
EG ‘태왕사신기’와 ‘선덕여왕’에서 두 번 연속 유승호와 호흡을 맞췄는데, 국민 남동생의 평소 모습은 어떤가요?
승호는 일곱 살 때부터 봐왔어요. 내가 생각하는 승호는 굉장히 조용한 친구인데, ‘선덕여왕’ 때는 승호가 이제 커서 그런지 누나인 나를 많이 배려하고 챙겨주더라고요. 고마운 동생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알아서 언제 봐도 친근하고 편해요.



화이트 셔츠. 마인. 레이어드한 시폰 톱. AK 앤클라인. 스커트. 오즈세컨. 모자.  벨트. 진주 목걸이. 모두 나인 아울즈.


EG 곧 개봉하는 <고사 2>에서는 한복 대신 교복 입은 모습을 볼 수 있겠어요.
어릴 적부터 영화를 좋아했는데, 학생이다 보니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고, 드라마와 스케줄이 겹치는 일이 많아 기회를 얻지 못했어요. <고사 2>는 촬영 기간이 짧은 편이고, 학창 시절의 마지막을 보내면서 학생 연기를 하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오랜만에 또래 배우들과 촬영해서 즐겁고 재미있었고요. 다음 주에 시사회를 하는데, 아직 영화를 못 봐서 너무 궁금해요. 하지만 시사회를 한다는 건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는 거니까, 걱정도 되네요. EG 영화 속 캐릭터와 학교에서의 실제 모습이 많이 닮았나요?
내가 맡은 ‘나래’는 밝고 털털한 성격의 아이예요. 비록 중간에 어떤 사건으로 성격이 변하지만. 친구들이 보기에 ‘나답게’ 나왔다고 하지 않을까 싶어요. 중학교 때는 더 조용한 편이었는데, 여고에 입학해 여자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많이 활발해졌어요. 그런데 실은 내 성격이 어떤지 잘 모르겠어요. 내성적인 것도 맞는 것 같고, 친구들은 ‘천친난만’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EG 아역 배우들은 버릇이 없거나, 철이 일찍 들어서 ‘애어른’인 경우가 많다고들 하죠. 본인은 어떤가요?
어릴 적 몇몇 아역 배우들을 보면서 ‘나는 저러면 안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누가 가르쳐주기 전에, 스스로 더욱 예의 바르게 행동하려 노력했어요. 애어른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긴 했어요. 선배나 선생님들이 날 예뻐해주는 이유가 그것 때문인지도 모르죠.
EG 사춘기 시절은 어떻게 보냈어요?
연년생 오빠가 있는데, 오빠를 보면서 ‘저런 게 사춘기구나’ 하고 느꼈어요. 천사 같던 오빠가 사춘기 때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하더라고요. 내 경우는 조용히 지나간 것 같아요. 고등학교 1학년 때 피부 트러블이 생기면서 ‘내가 사춘기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특별한 감정 변화를 느끼진 않았어요. 내가 좀 이성적인 편인가 봐요.
EG 연기와 공부 말고, 여유 시간이 생기면 즐겨 하는 일은 뭐죠?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가요. 또 만화책을 좋아하는데, 순정부터 코믹, 액션까지 다양하게 봐요. <나루토>, <강철의 연금술사>도 재미있게 봤어요. 그리고 좋아하는 일본 뮤지션이 하마사키 아유미인데 처음이자 유일하게 좋아한 가수예요. 중학교 1학년 때 우연히 노래를 듣게 되어 앨범 전체를 MP3로 다운받아 듣고, 팬 카페까지 가입했어요. 어린이 동요 프로그램 MC를 2년 동안 했는데, 그 덕분에 어렸을 때는 동요와 함께 살았어요. 그런 내가 외국 가수를 좋아하니까, 엄마가 놀라시더라고요. god나 동방신기랑 광고를 찍을 때도 나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어요. 그런 것에 대한 관심이 늦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아이돌 가수에 대해선 잘 몰라요.
EG 패션이나 메이크업에도 관심 없어요?
어렸을 때는 옷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어요. 포장지로 옷을 만들어 입기도 하고, 괜히 인형 옷을 뜯어서 다시 바느질하고. 학교 다니면서는 교복을 입으니까 신경을 못 썼는데, 곧 대학생이 되니 패션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려고 요즘 잡지를 많이 봐요.
EG 그간 어머니가 매니저 역할을 하다가, 올 초 키이스트와 전속 계약을 했죠. 달라진 환경에 잘 적응했나요?
14년 동안 엄마와 함께 다녔기 때문에, 처음에는 걱정도 됐어요. 그러면서도 내심 나를 믿었기 때문에 ‘잘할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정말 특별히 달라진 건 없더라고요. 다만 타던 차가 바뀌고, 매니저들과 다니게 된 것뿐이죠.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것 같은데, 그전에도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배웠기 때문에, 유연하게 잘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그렇게 믿으려고요.
EG 지금까지 연기와 학업을 병행하며 안정된 생활을 해왔지만, 그래도 연기 때문에 손해 보거나 포기한 부분이 있지 않나요? 그리고 성인이 되어 본격적인 배우의 길을 걸으면, 사생활의 제약도 생길 테고.
한때 아역 배우들의 일탈 문제가 이슈화됐을 때, 나는 안 그렇다고 생각하면서도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너는 친구 많니?”라는 질문 자체가 고정관념을 내포한 거니까. “네. 친구 많아요”라고 하면, 꼭 변명처럼 들리는 것 같아 속상했어요. 또 고 3이 되면서 만약 내가 연기를 안 했더라면 공부를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대학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재로서 아쉬운 점은 그 정도이고, 나중에 더 불편한 점들이 생기더라도 감수해야겠죠. 지금이라도 자유롭게 지내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할래요.
EG 흔히 아역 배우가 성인 연기자로 자리 잡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요?
그래서 작년에 연극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에 도전한 거였어요. 성인 연기자로 인정받기 위해 파격적인 변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여러 시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15년 동안 연기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고, 또 주위에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어요. 내 자리 지키면서 잘 헤쳐나갈 수 있을 듯해요.
EG 대학에 가면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이 뭐예요?
특별히 많은 것이 바뀔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 중학교 때 고등학교 언니들을 보면서 ‘우아, 좋겠다’ 하고 생각했지만, 막상 고등학생이 되니 달라진 게 없는 것처럼. 대학생이 된다고 해서 내가 갑자기 어른이 되는 건 아니겠죠. 친한 친구들을 캠퍼스에서 다시 만나거나,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EG 기대가 너무 적네요. 맘껏 연애해보고 싶지 않아요?
지금까지 남자친구를 사귀어본 적 없어요. 기회가 없기도 했고, 성격상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했어요. 엄마나 매니저가 막는 건 절대 아니거든요. 그런데 연애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EG 혹시 대학생이 되고 다른 일에 관심이 생기면, 연기를 그만둘 수도 있나요?
열려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여태까지 ‘연기 잘한다’는 칭찬을 멀리 했던 게, 그러다 보면 ‘나는 연기만 해야 하는 건가’ 생각하게 될까 봐였어요. 물론 지금의 내 꿈은 배우지만, 생각이 바뀌면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죠.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가 아직 어려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 이러면 인터뷰 결말이 이상한가?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8월호를 참조하세요!

Credit

  • 에디터 김아름
  • 포토 윤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