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핫한 유행이라는 2000년대 스타일 | 엘르코리아 (ELLE KOREA)

2000년대를 주름잡았던 밀레니엄 스타일의 화려한 귀환이 시작됐다. | 스타일,유행,밀레니엄 스타일,카고 팬츠,밀레니엄 트렌드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한 펜디 로마 아모르 컬렉션. 80년대 후반에 태어나 2000년대 초반에 ‘청춘’을 겪은 에디터에게 그때 그 시절은 각양각색의 스타일과 문화가 복잡하게 뒤섞인 한 편의 콜라주로 기억된다. 뉴 밀레니엄을 맞아 모두가 희망에 부풀어 있었고,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의 개막으로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정보를 스펀지처럼 마음껏 흡수했던 시절! 많은 이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Y2K(Year Two Kilo Problem)가 해프닝이었음에 안도하며 ‘랜선’을 통해 활발히 정보를 공유했던 청춘에게, 2000년대 초반은 90년대보다 자유로웠으며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넘쳐나던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 그 시절을 주름잡았던 유행을 소환해 보자. 브리트니 스피어스부터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에이브릴 라빈 등이 차트를 장악한 ‘틴 팝(Teen-Pop)’은 우리의 MP3 플레이어를 풍성하게 채웠다. 더불어 그들이 즐겨 입던 카고 팬츠와 크롭트 톱, 로 라이즈 진, 통굽 샌들과 젤리 슈즈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브래드쇼 스타일에도 등장하는 디올 새들 백, 펜디 바게트 백을 비롯한 명품 하우스의 ‘잇’ 백이 호기롭게 팔리던 시절이기도 했다. 국내 가요계엔 퓨처리즘을 향한 관심 속에 테크토닉 열풍과 함께 미래적이고 강렬한 밀리터리 룩이 급부상했다. 인스타그램에 버금가는 영향력으로 10~20대 사이에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했던 프리챌과 싸이월드도 빠질 수 없다. 인터넷에서 형성된 커뮤니티를 무대로 우리는 정보를 공유하고 유행을 형성하며 그때 그 시절의 터질 듯한 에너지에 흠뻑 취해 있었다. 한참 동안 추억에 잠겨 있던 와중, 문득 잊고 있었던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머릿속을 스쳤다.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싸이월드에 접속하니 아무도 찾지 않아 폐허로 변한 놀이공원에 발을 들인 기분이었다. 곧장 로그인 버튼을 클릭하고 타임 캡슐을 봉인하는 마음으로 ‘비공개’ 사진첩을 열었을 때의 충격이란! 주머니가 덕지덕지 붙은 카고 팬츠를 입고 PVC 샌들을 신은 나(아마 제니퍼 로페즈 스타일에서 영감받았던 듯), 반투명 컬러 렌즈 안경을 낀 동생, 벨벳 트레이닝 팬츠에 통굽 크로그를 신고 천진한 웃음을 짓는 친구의 모습이라니!  한참 동안 과거의 스타일을 훑고 나니 부끄러움도 잠시, 왠지 모를 친근함과 기시감이 느껴진 이유는 무엇일까? 아닌 게 아니라, 이번 시즌을 관통하는 거대한 키워드인 뉴트로(New-tro)를 필두로 90년대 스타일은 물론 2000년대 밀레니엄 스타일의 귀환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늘 그렇듯 타임머신에 탑승해 과거를 소환하는 발 빠른 이들은 바로 디자이너들이다. 상위 1%를 위한 하이엔드 럭셔리와 데일리 룩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금, 펜디는 보란 듯이 투박한 밀리터리 카고 팬츠를 런웨이에 올렸다. ‘가죽의 명가’다운 섬세한 쇼 피스를 중심으로 밀레니엄 트렌드를 이끌었던 카고 팬츠를 등장시킨 것. 한층 모던하게 정제된 모습으로 선보인 시즈 마잔과 3.1 필립 림의 팬츠는 또 어떤가! ‘건빵 바지’라는 촌스러운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세련된 모습인데, 실제로 요즘 유행을 선도하는 밀레니얼 셀러브리티들의 러브 콜을 받으며 일상 속에 안착했다. 싸이월드 게시글을 둘러보다 멋쟁이 이모의 디올 새들 백을 빌려 압구정 로데오를 방문했던 내 기념사진도 발견할 수 있었다. 존 갈리아노의 히트작인 새들 백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잇’ 백의 시대가 열렸던 시절! 촌스러운 구시대 유물이라 여겼던 2000년대 초반 ‘잇’ 백의 두 번째 전성기는 최근 몇 시즌간 변치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더 리얼 리얼’과 ‘왓 고우스 어라운드 컴스 어라운드’ 등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는 홈페이지에서 과거 빈티지 백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고, 벨라 하디드와 켄덜 제너 역시 엄마의 옷장에서 발견한 듯한 로고 백을 분신처럼 들고 다닌다. 한편 데뷔 앨범 20만 장이라는 판매를 기록했던 사이버 가수 ‘아담’과 세기말적인 태도로 퓨처리즘을 노래한 대중가요를 기억하는 이라면 이번 시즌 런웨이에 오른 미래적 룩이 낯설지 않을 듯. 금방이라도 미래로 날아갈 듯한 발망과 마린 세르, 발렌시아가의 컬렉션은 2000년부터 이어진 가상세계를 향한 열망이 투영된 결과물일 것이다. 런웨이에 사이버틱한 스타일이 대거 등장했다면, SNS 세계에서는 가상의 사이보그 인플루언서가 엄청난 파급력을 행사한다. 160만 팔로어를 거느리며 각종 패션 하우스의 쇼와 행사에 초대받고 톱 셀러브리티들과 ‘인증 샷’을 올리는 릴 미켈라(Lil Miquela), 발망과 펜티 뷰티의 광고 촬영을 마친 세계 최초의 사이보그 패션 모델 슈두(Shudu)의 활약은 과거 사이버 가수 아담의 전성기를 추억하게 만든다. 한 시절을 휩쓸고 사라진 유행은 대체로 촌스럽거나 잊고 싶은 ‘흑역사’로 기억되기 마련이다. 나 역시 굳게 봉인해 둔 과거 사진을 목도하는 것이 낯뜨겁고 어색하기만 했으니까. 그러나 흥미롭게도 최근 떠오른 밀레니엄 스타일은 그 시절을 직접 체험했던 이들에겐 반가운 추억으로,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에겐 새롭고 재미있는 놀이이자 유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던 건빵 바지와 로고 백, 젤리 슈즈가 지금처럼 화려하게 귀환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렇듯 패션은 분명히 돌고 도니 꺼진 불도 다시 보듯 지난 스타일도 다시 살펴보길. 타임머신을 타고 2019년에 안착한 추억의 밀레니엄 스타일, 그 동시대적인 매력을 새롭게 마주할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