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의 기술, 인터뷰 고수 비법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알게 모르게 우리는 인터뷰를 하고 당한다. 만남의 장에서 상대방을 알기 위한 질문을 던지고 질문에 답한다. 인터뷰가 사교의 기술, 교제의 기술로 쓰인다는 얘기다. 기술은 연마해야 업그레이드되는 법. 인터뷰 고수들로부터 비법을 들어봤다. :: 인터뷰,노하우,일상,소개팅,당당한,대화,호감,엘르,엣진,elle.co.kr :: | :: 인터뷰,노하우,일상,소개팅,당당한

하늘 아래 새로움이 없다고 하지만 인간관계에서는 틀린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끝없는 만남의 연속이다. 새 학년으로 올라서고 직장을 얻고 여행을 떠나고 소개팅을 하는 일련의 행위 속에서 매번 낯설고 새로운 만남들이 이어진다. 만남은 대화로 이어진다. 연이 없던 사람들이 조우하는 자리에서는 서로를 탐구하기 위한 질문들이 녹색 테이블 위를 오가는 탁구공처럼 쏟아진다. 결국 삶은 인터뷰의 연속이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인터뷰 행위인 셈이다. 허나 똑같이 세치 혀를 갖고 태어났다지만 우리 모두가 래리 킹이나 오프라 윈프리처럼 ‘파워 스피커’인 것은 아니다. 입만 열었다 하면 말들이 일렬종대로 청산유수처럼 유려하게 흘러나오는 것도 아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쉴 새 없이 주절주절 거려봤자 별 소득 없이 대화가 끝날 수도 있다. 이쯤 되니 인터뷰 전문가들은 어떤 식으로 ‘썰’을 풀고 물음표를 던져 느낌표를 찍는지 여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달라도 뭔가 다를 것 같은 내공을 전수받고 싶다. 그런 민심을 충분히 헤아려 고수들의 인터뷰 매뉴얼을 입수했다. 인터뷰의 신이 강림한 이들을 겁 없이 인터뷰했단 소리다.인터뷰는 허심탄회한 대화다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현장 취재를 하다 2년 전부터 내 이름 석 자를 걸고 ‘문갑식의 하드보일드’란 인터뷰 칼럼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의 정석이라 말할 수 없지만 주인공의 일대기와 주변 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터뷰 대상자는 2, 3년간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인사들 중에서 선별한다. 어딘가에 한 번 나오면 너도나도 비슷한 내용과 팩트들을 토해내는 우리나라 언론의 습성 탓이다. 인터뷰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다 보면 그간 드러나지 않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꼽아 질문한다. 취재 기자의 본능이 발동된다고 할까. 예를 들어 가족사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면 그와 관련해 무언가 감추고 싶은 사연이 있을 수 있다. 물론 당사자는 쉽게 털어놓지 않는다. 그때마다 솔직하게 말한다. 아예 모르고 쓰지 않는 것과 알면서 쓰지 않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당신에 대해 완벽히 알지 못하고 쓰면 제대로 된 인터뷰 기사가 나올 수 없다고 설득한다. 솔직한 답변을 구하려면 질문자부터 솔직해야 한다는 얘기다. 20년간 기자 생활을 했더니 한움큼 가득 질문지를 작성해가지 않는다. 인터뷰 인물을 대면하면 그의 특징이 무엇인지 딱 감이 온다. 대화를 하다 보면 해야 할 질문들이 나온다. 주로 연배가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데 그 나이 또래가 쓰는 단어들을 알아들으면 다들 좋아라 하고 경계심을 푼다. 어차피 인터뷰라는 것이 사람과 사람이 말을 섞는 행위다. 종갓집 김치 만드는 비법처럼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인터뷰를 위한 최적의 환경? 다른 것 필요없고 인터뷰와 인터뷰이를 제외한 제3자를 배석하지 않으면 된다. 누군가 지켜보고 감시하고 있단 생각이 들면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칼럼을 위해 보통 3~4시간가량 인터뷰를 진행하는 편이다. 이때 절대로 차나 술, 식사를 곁들이지 않는다. 분위기가 가벼워지면 상대방에 대한 판단에 사적인 감정이 개입될 수 있다. 원론적인 이야기겠지만 인터뷰 기사는 객관적이어야 한다. 간혹 상대방이 속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담배를 피거나 잠시 쉬자며 이야기의 맥을 끊는다. 인터뷰를 마치고 난 뒤에도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미련 없이 통째로 기사를 버려야 한다. 정말로 잘된 인터뷰란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거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TIPS ON INTERVIEW 흔히 커뮤니케이션에서 눈맞춤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을 공유해야 하는 건 아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있듯이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사람들은 속내를 들킬까 심리적으로 불안해한다. 잘하던 말도 쉽게 나오지 않는다. 경계심을 갖고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상대방에게 시선의 여유를 주는 것도 기술이다.HEATING POINT 질문은 듣지도 않고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 사람이 있다. 기업인이거나 뭔가를 숨기고 있는 사람들이 대략 그렇다. 예의상 딱 10분간만 들어준다. 오래 말하다 보면 말의 호흡이 끊길 때가 있는데 그때 치고 들어간다. (문갑식 조선일보 기획취재부장)인터뷰는 전략적인 소개팅이다소개팅만큼 쉴 새 없이 질문 공세가 오가는 자리가 있을까? 대부분의 소개팅은 주선자를 통해 간단한 정보를 얻었거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된다. 당연히 파트너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이 연출된다. 소개팅을 남녀간 인연 맺기를 목적으로 한 인터뷰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런데 비극은 시작과 동시에 찾아온다. 절대 다수의 남녀가 속마음을 확인하는 데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호구조사나 하고 앉아 있으니 말이다.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취미가 뭐예요?” “주말에 보통 뭐하세요?” “주량은 어떻게 되세요?”란 취조식 질문을 남발하며 희희낙락하고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솔로 탈출을 도왔던 1만 명 이상이 그랬다. 장담하건대 그런 질문들은 파트너의 조건을 확인, 비교하는 수준에 그칠 뿐이다. 취미나 고향에 대한 정보는 두 번째, 세 번째 만남에서도 구할 수 있다. 첫 자리에서는 신뢰와 교감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남녀 인터뷰의 핵심은 궁합이다.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많이 캐냈다고 해서 관계가 진척되는 건 아니다. 별것 아닌 주제를 가지고도 얼마나 즐겁게 이야기를 했는지가 중요하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과 누가 신었다던 신상 구두 얘기만으로 한 시간이 넘도록 수다를 떠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공통 관심사를 찾고 정신적 공감대를 유지해야 한다. 교집합이 커져야 합집합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냐고? 칭찬이란 접시에 대화 거리를 담아 건네보자. “옷과 어울리는 시계를 차고 나오셨네요. 그 브랜드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는 식이다. 아무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칭찬에 인색하다고 하지만 좋은 소리 들어서 기분 나빠할 사람 없다. 경직됐던 분위기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좋은 무드 속에서 이야기가 술술 나오는 법이다. 사실 소개팅 남녀의 첫 감정은 설레임도 떨림도 아니라 경계심이다. 웃고 있어도 속에는 ‘저 인간 키 속인 거 아냐? 혹시 학교 속인 거 아냐?’란 의심이 가득하다. 그런 분위기에서 칭찬 발린 질문을 ‘선빵’으로 날린다면 꽉 막힌 경계심도 뚫고 좋은 사람이란 이미지도 만들 수 있다. 단 적극적인 대답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성의 관심 키워드와 취향에 대해 학습이 수반돼야 한다. 여자라면 남자들이 환장하는 차, 스포츠, 게임 등에 대해 깊지는 않지만 폭넓게 알고 있는 게 전략적인 무기다. 간혹 만반의 준비를 하더라도 잔득 긴장한 나머지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새로운 이성을 만나는 게 양심에 찔리는 일도 아닌데 왜 그리 떠시는가. 소개팅에서 이성에게 끌려다닐 필요는 없다. 안 해도 되지만 했을 때 자신에게 좋은 것을 하는 게 바로 연애다.TIPS ON INTERVIEW 주구장창 호구조사식 질문을 하지 말라고 말려도 상대방에 대해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다고? 그렇다면 실례가 되는 몇 가지는 표현을 바꿔 물어보자. 출신 대학에 관한 건 남녀 모두가 민감해 한다. “고등학교 성적이 어땠어?” “그럼 지금 어떤 수준의 일을 하겠네?”란 식으로 확대 해석할 수 있다. 그러니 전공에 관해 질문해라. 전공 뒤에는 자연스레 학교 이야기가 따라 나온다. 상대의 과거 연애사가 궁금하다면 이상형이 어떻게 되는지를 물어보면 된다. 옛 애인들을 기준 삼아 이상형을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니까.HEATING POINT 반드시 여자들이 조심해야 할 대답. 예전 남자친구에 대한 질문에는 아무리 뜨거운 사랑이었어도 그렇게 심각한 사이는 아니었다고 얼렁뚱땅 넘어갈 것. 남이 떨어뜨린 10원짜리 동전은 쳐다도 보지 않는 게 이 세상 남자의 심리다. 거짓말인 거 다 알면서도 남자는 여자의 대답에 자기 위안을 한다. (이재목 ‘듀오’ 연애컨설턴트, 저자) 인터뷰는 마음의 소통이다육성은 번복될 수 없는 사실과 같다. 그런 점에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당사자의 입을 통해 직접 듣는다는 것이 방송 인터뷰의 매력이다. 방송 인터뷰는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와 인터뷰이를 스튜디오로 불러낸 이유에 충실해야 한다. 간혹 인터뷰 중에 정책 설명이나 기업 홍보를 하는 출연자들이 있다. 그런 경우에는 과감하게 말을 자른다. 미리 출연자에 대해 공부하지만 너무 많이 준비한다고 좋은 건 아니다. 만나기도 전에 지레 그 사람을 판단하게 돼 객관성을 잃을 위험이 있다. 방송 전 대기실에서도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으려 한다. 예전에는 20개 정도 질문을 하면 예상 질문을 40개가량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질문부터 해야 할지 문제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인터뷰 질문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뷰 공식이란 건 따로 없다. 예전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주로 했다. 상대방의 답변을 물고 파고 들어가는 식이다. 지금은 인물에 따라 접근법을 달리한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라면 큰 이슈에 집착하지 않는다. 어딜 가든 비슷비슷한 질문 공세를 받고 뻔하디 뻔한 대답을 할 테니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도록 유도한다. 이때 의외로 몰랐던 내용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인터뷰 경험이 적은 출연자가 나오면 본인이 힘줘서 강조하거나 즐겁게 이야기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고 들어간다. 그래야 말에 탄력이 붙는다. 가끔 말을 더듬고 실수할 것 같아 예상 답변을 작성해 오는 인터뷰이도 있다. 하지만 원고를 보고 말하면 읽는 투가 돼 더 부자연스럽다. 그럴 땐 원고를 치워버린다. 나를 보고 말하도록 만든다.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선을 맞추는 것이다. 얼굴에 드러난 표정을 봐야 이 질문이 당사자에게 중요한 내용인지, 대답하기 곤란한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지를 파악할 수 있다. 눈이 마주치지 않으면 목소리로 흐름을 짚고 분위기를 짐작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그래서 전화 인터뷰가 어렵다는 거다.TIPS ON INTERVIEW 인터뷰 질문은 반드시 물음표로 끝날 필요가 없다. 상대방의 대답에 동조하는 것도 좋은 질문 방법이 될 수 있다. 듣는 사람이 맞장구를 치면 화자는 이 사람과 통한다는 생각에 흥이 나 더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분위기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인터뷰에서 경청과 맞장구가 중요한 이유다. 한 가지 더. 좋은 인터뷰어는 호기심이 가득하고 다방면으로 두루 알아야 한다. 콘텐츠의 문제인데 그래야 누구를 만나든 쉽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모르는 사안을 물어보는 것이 질문이지만 뭘 알아야 질문을 만들 수 있는 법이다. HEATING POINT 첫 대면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법. 방송에 들어가기 전 개인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석에서 대답하는 어투를 보면 어떤 마음가짐으로 나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유애리 KBS 아나운서, KBS 1라디오 진행자)대답의 기술우문현답을 하지 못할 망정 질문에 당황해 동문서답하지는 말자.1 대화는 수학이 아니다.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자기다움이 최고의 대답이다. “잘 모르겠다”는 말은 분위기를 망칠 뿐이고 핵심 없는 대답은 비슷한 질문만 재생산한다. 곤란한 질문이라면 “당신은?”이란 역질문을 던져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것도 효과적이다.2 대답도 맛있어야 한다. 스파게티를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치자. “네, 좋아해요”란 식의 상투적인 대답은 대화의 맥을 뚝 끊는다. 대신 “네, 삼청동에 있는 가게가 괜찮더라고요. 삼청동 좋아하세요?”라며 대답에 살을 붙이자. 공감대를 형성하고 흥을 돋우는 대화의 윤활유가 된다.3 이미지를 담아 대답하자. 말 속에 이미지를 담는다는 건 어렵지 않다. 구체적인 사례를 곁들이란 얘기다. 사적인 자리에서의 질문이라면 자신의 경험을 더해 듣는 이로 하여금 머릿속에 상황을 그리도록 한다. 이런 식의 구체적인 대답은 질문자에게 충실히 답변한다는 느낌을 줘 신뢰감을 쌓을 수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5월호를 참고하세요!